섬 주민 대부분이 70대...10년 후엔 교회 지킬 성도 있을까?

섬 주민 대부분이 70대...10년 후엔 교회 지킬 성도 있을까?

[ 기획 ] <연중기획>이웃의 눈물 / 오지의눈물 / '그곳에 섬을 닮은 교회가 있다' - 섬 교회 목회자들의 애환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4년 04월 07일(월) 18:51
   
▲ 안좌대리교회에서 만난 세 명의 본교단 목회자들. 좌로부터 김찬구 목사(안좌대리교회), 박희도 목사(금동교회), 양성일 목사(반월새벽교회).

"교인들 중에는 80세, 90세 넘으신 분들도 계시고 70대가 가장 많죠. 걱정이 되는 부분은 5~10년 후 이곳에서 교회의 존속이 가능할까 하는 점이죠. 교인뿐 아니라 전도 대상인 부락 주민들의 연령마저 높으니까 전도를 한다 해도 앞으로 교회를 지킬 분들이 없어요."
 
지난 3월 27일 안좌대리교회에서 안좌도 내 본교단 목회자 3인을 만나 섬 목회를 하는 과정에서 느낀 어려움, 보람, 비전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함께 한 목회자들은 김찬구 목사(안좌대리교회), 박희도 목사(금동교회), 양성일 목사(반월새벽교회). 김찬구 목사가 시무하는 안좌대리교회는 안좌도 내 터줏대감으로 규모도 가장 큰 교회다. 김 목사가 담임으로 부임한 지는 2년여가 됐다. 서울에서만 사역을 해 온 박희도 목사는 3년 전 처음 안좌도의 금동교회 담임을 맡아 시골목회를 하고 있다. 안좌도의 부속섬인 반월도에서 사역하는 반월새벽교회의 양성일 목사는 섬 목회자로는 드물게 10년이 넘게 사역을 해오고 있다. 반월도에는 초등학교 분교가 한 곳 있는데 그 분교의 유일한 학생이 양 목사의 아들이다. 이 섬에는 5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목회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주 나오는 몇 가지 단어들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단어들은 이곳 안좌도 교회의 특징을 상징할 수 있는, 더 넓게는 섬 목회의 현실을 드러내주는 단어들이기도 했다. 그 단어들은 가난, 열악, 고령화, 주민감소, 불편한 접근성 정도로 추려졌다.
 
그중 주민 감소 현상과 초고령화 현상은 섬 목회의 비전을 암담하게 하는 가장 큰 암초로 꼽혔다.
 
김찬구 목사는 "옛날 섬 목회는 육지로부터 떨어져 있고 바다에 둘러싸여 고립됐던 측면이 있다고 하지만 최근에는 인근 섬을 잇는 다리도 놓이고, 배편도 많이 늘어나서 불편이 일상이던 주민들은 별 불편을 못느낀다"며 "그러나 문제는 젊은이들의 유입이 없다는 것이다. 전라남도에 귀농하는 이들이 가장 많다고 들었는데 안좌도에는 농지도 별로 없고 특산품도 없어 귀농하는 젊은이들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귀농 귀촌을 하는 이들이 이곳을 찾을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다. 지금 마을을 지키는 분들이 돌아가시면 이제 교회를 지킬 사람이 없다. 아이 울음 소리를 듣는 교회가 되는 것이 교회의 소망"이라며 "최근 국가에서 귀농 귀촌을 권유하고, 베이비부모 세대의 은퇴가 다가오며, 오는 2018년 새천년대교가 압해도에서 암태도로 연결이 되면 희망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박희도 목사는 김 목사의 의견과는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반대로 저는 이곳에 귀농 귀촌 인구가 몰리기는 어려울 거라고 봐요. 안좌도에는 특용작물이 없어요. 바람이 많아 과수도 할 수 없지요. 저번에 태풍 볼라벤이 왔을 때 주민들이 비닐하우스 하던 것 다 날아갔어요. 소득이 있어야 귀농을 하는데 소득할 수 있는 작물이 없으니까 쉽지 않을거라고 보고 있어요."
 

   
▲ 금동교회 박희도 목사가 운전 중 농사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교인을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귀농과 관련해 안좌도의 척박한 토질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교회와 목회자 가정의 재정적인 이야기로 주제가 옮겨졌다. 이날 모인 목회자들은 안좌대리교회를 제외하고는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사례비도 교회로부터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본교단은 자립대상교회에 대해 지원체계가 마련되어 있어 어느 정도 부족분에 대해 지원해주고 있어 숨통을 트여주고 있었다.
 
박 목사의 경우는 지난해까지 대학생 자녀가 2명이어서 학비에 방까지 얻어주어야 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고 말한다. 그는 "사실 최근 총회 자립대상교회의 지원이 줄고 있다. 올해도 구좌수가 줄어서 보조 받던 부분이 많이 줄었다"며 "이곳은 농촌 지역이기 때문에 성도들이 가져다 주시는 쌀과 부식으로 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되지만 다른 부분은 포기하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인근 육지인 목포를 나가고 싶어도 경비가 만만치 않다. 일이 있어 차를 가지고 나가면 돈이 많이 들어 몇번만에 사례비의 절반이 없어진다"며 "총회 연금도 2년째 밀려 있고, 아이들 학자금을 대기 위해 대출을 할 수 있는만큼 받아 놓은 상태다. 노후대책은 저에게는 배부른 소리"라고 말했다. 출석 성도가 17명인 반월새벽교회의 형편도 박 목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 목사는 섬 목회의 어려운 점으로 영적으로 고갈이 되었을 때 이를 해갈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점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세미나에 참석하려고 해도 오가는데 이틀이 걸린다. 책도 구하기 힘들고 자칫 날씨가 안좋은 날에 나갔다가 배가 안 떠 수요예배를 못 드린 경우가 있다"며 "이곳에는 일간지도 전혀 들어오지 않고 인터넷도 4메가밖에 들어오지 않아 속도가 느려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육지보다는 느리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섬 목회자들 스스로 생각하는 시골 목회에서의 생존 전략이 궁금했다. 목회자들은 "역시 뚜렷한 대안은 전도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워낙 인구 자체가 적고, 부락마다 교회가 세워져 있어 쉽지 않다는 게 이들의 고백이다.
 
"안좌에 있는 부속섬인데 그 섬에 있는 어느 목사님이 2년만에 한명 전도해서 기뻐하는 모습을 봤어요. 이곳 실정이 그렇습니다. 사는 사람들이 워낙 적어서 전도가 어려워요. 또한, 마을마다 교회가 이미 세워져 있어 오히려 전도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박 목사는 "제가 사역하는 금동교회 지역은 두 부락을 합쳐야 60가구이고 그중 독거노인이 50%"라며 "교회가 그분들에게 무언가를 해드려야지 그분들의 헌금으로 운영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모인 세 명의 목사들은 어찌됐건 전도의 씨를 뿌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앞으로의 꿈과 비전을 물었다. 김 목사는 "어찌됐건 교회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교인들이 어려움 당하지 않고 목사와 함께 마음을 하나로 묶어서 평화롭게 목회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피력했다. 양 목사도 교회의 평안과 성장에 대한 소원을 이야기 했다.
 
박 목사는 "교회자립을 해보고자 기도하고 있다. 언제까지 다른 교회 도움을 받고 있을 수는 없다"며 "총회와 산하교회들도 오지의 교회들에 관심을 갖고 기도해주기를 바란다"고 바람을 피력했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