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ㆍ일자리 등 소외 '불편' 넘어 '고통' 수준 … 별칭은 '내부 식민지'

교통ㆍ일자리 등 소외 '불편' 넘어 '고통' 수준 … 별칭은 '내부 식민지'

[ 기획 ] <연중기획>이웃의 눈물 / 오지의 눈물 / "그곳에 섬을 닮은 교회가 있다" ㉠ 왜 오지인가?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4년 04월 01일(화) 11:36
   
▲ 신안군 안좌도의 부속섬 반월도 바닷가에 위치한 본교단 반월새벽교회. 섬 전체에 5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이 곳은 본교단의 대표적인 오지 교회다.

'오지(奧地)'는 '해안이나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대륙 내부의 땅'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오지의 사람들은 거리상에서 뿐 아니라 모든 혜택에서, 그리고 사람들의 관심에서도 가장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다. 이들에게는 힘들고, 불편한 것이 일상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세상을 바꾼 새로운 생각들은 중심부가 아닌 주변부에서 주로 나온 것이 사실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온 예수님도 오지인 갈릴리 출신이다. 오지를 간다는 것은 소외된 지역과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자는 취지도 있지만 중심부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운다는 측면도 함께 존재한다.
 본보는 4~6월 오지의 목회자들과 사람들을 만나 이들의 아픔을 확인하고, 슬프고, 아프고,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지면을 통해 소개할 예정이다.
 
 
 
"여기는 한번 들어오시면 다음 날 나가야 돼요. 들어오는 배가 하루에 한번밖에 없거든요. 저희 교회가 있는 기도섬은 행정구역이 신의면(도)으로 되어 있지만 들어오시려면 옆 섬인 장산도에서 배를 타고 들어오셔야 돼요. 기도섬은 아홉 가구가 사는 조그만 섬입니다."
 
연중기획 4~6월 편 '오지의 눈물'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전라남도 신안군 신의도의 상황을 묻고자 본교단 목포노회 기도교회에 전화를 걸자 담임교역자인 김현곤 전도사가 섬에 들어가고 나가기 힘든 상황을 먼저 주지시켰다.
 
안타깝게도 취재일정을 맞추기 어려워 기도섬을 방문하지는 못했다. 기도섬을 갔다가 인근의 다른 섬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신의도로 나와 목포로 이동, 다시 다른 섬으로 가야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도시에서만 41년간을 살아온 기자에게 이러한 교통의 장벽은 이전에는 생각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몇 km도 되지 않는 옆 섬에 가기 위해 몇 배가 넘는 거리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야 하는 불편함을 겪는다는 것을 도시인들은 직접 체험하지 않으면 이것이 얼마나 불편한 일인지 알지 못한다. 이것은 오지에 사는 이들의 불편함을 보여주는 아주 작은 사례에 속한다.
 
 # 서울 > 지방 > 오지
 
우리나라에서 서울이 아닌 지방의 거주자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혜택에서 소외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서울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인구집중도는 전국민의 50%에 이르고, 대부분의 부(富)도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수도권은 경제, 사회, 정치, 문화의 90%를 독식할 뿐 아니라 일자리의 기회도 독식하다시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토균형발전 보다는 여전히 힘과 부를 지닌 수도권의 사람들에게 이로운 정책을 쏟아놓는 것이 현실이다.

   
▲ "안녕히 가세요. 또 방문해 주세요." 교회를 방문 한 후 섬을 빠져 나가는 지인들을 배웅하는 한 목회자 부인의 모습.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일부에서는 '내부식민지'라는 용어까지 사용된다. 1970년대 남미 종속이론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이론인 '내부식민지론'은 식민지가 국가들 사이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한 국가 내에서도 극심한 지역간 불평등의 형식으로 존재한다는 게 주내용이다. 서울에 비해 극심하게 열악한 지방의 상황에 대해 강준만 교수(전북대)는 "지방은 식민지"라고 선언하기까지 한다. 그만큼 서울과 지방의 거주자는 그 받는 혜택의 차이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방 내에서 중심부와 주변부(오지)의 차이는 어떠할까? 여기서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지방자치 권력이 거주하는 중심지에만 기간산업과 토목, 문화, 일자리 등이 집중되고 오지에는 그 혜택이 좀처럼 오지 않는다. 오지는 중심부에서 거리적으로도 멀고, 여러 기회와 혜택에서도 멀다. 현실에서 가장 나중 돌아보게 되는 것이 오지이고, 그 안의 사람들이다.
 
 # 미자립교회 지원 아직도 갈길 멀어
 
그렇다면, 오지에 대한 우리 교단의 자세는 어떨까? 우선 오지의 교회들은 거의 대부분이 미자립교회이기 때문에 미자립교회의 현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본교단의 교회자립정책은 타교단에 비해서는 굉장히 잘 만들어진 제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타교단에서는 우리 교단의 교회자립사업을 부러워하며, 각 총회에서는 우리 교단의 정책을 벤치마킹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립대상교회의 필요를 채우기에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있는 것이 현실이다.
 
본교단의 지난 회기 총회 통계위원회 보고에 따르면 본교단의 8417교회 중 미자립교회는 2880곳. 교회자립위원회는 자립대상교회에 대한 생활비지원금 지급기준을 월 100만원으로 하되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직계존비속)이 추가되는 경우 1인당 10만원씩 부가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중 기도처는 지난 2010년부터 지원노회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해당 노회의 결정에 따라 지원여부가 결정된다.
 
총회 교회자립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원하는 교회'가 자립대상교회에 지원하는 총금액은 일년에 약 178억 가량이다. 자립대상교회 한곳 당 지원받는 금액을 월 단위로 환산하면 약 61만원. 교회자립위원회의 목표 지급기준에 아직도 많은 금액이 미달되고 있다. 총회는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차 3개년 교회자립사업의 방향을 설정하고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지원금액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5월 총회 교회자립위원회 자립대상선교대회에서 자립대상교회 목회자들 1518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립대상교회 목회자들이 우선해결해야 할 과제로 650명(42.8%)이 '생활비'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생활비가 모자란다는 대답이다. 사례비가 거의 없다시피한 오지의 목회자들은 상태가 더 심각한 상황일 것이다. 자립대상 목회자들은 생활비 이외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로 23.8%가 자녀교육 문제, 20.9%가 은퇴 후 대책, 13.4%는 목사계속 교육 등을 꼽았다.
 
이 설문조사에서 자립대상교회 목회자들은 자립방안으로 전도(39%), 복지사업(17.3%), 도농직거래(9.8%) 등의 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응답자의 22.3%는 큰교회 및 노회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대답을 했다. 사실 마을의 거주민이 몇명 안되는 오지에서는 미자립 상태를 벗어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총회와 도시교회는 이렇게 자립이 불가능한 교회들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갖고 이들을 격려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 오지의 교회에 교단적 관심을
 
서울에서 지방으로, 지방 중심지에서 오지로 멀어질수록 삶은 어려워진다. 목회 또한 마찬가지다. 자립의 비전은 보이지 않고, 목회자의 생활은 항상 쪼들린다. 오지의 목회자에게 재충전, 재교육은 남의 나라 이야기와 같다.
 
그러나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묵묵히 교회를 지키는 이들이 있다. "아프고 힘들다"고 소리쳐도 그 목소리가 중앙에 까지 전달되지 않는 않는 외딴 섬에서, 깊은 산골에서, 내륙 깊숙한 오지에서 주님의 일을 감당한다는 사명감으로 교회를 지키며, 촌로들과 함께 늙어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다. 그야말로 이름 없이 빛도 없이 헌신하는 이들을 한국교회가, 특히 본교단 산하 교회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앞에서 언급한 기도교회 김현곤 전도사에게 왜 그런 오지에서 사역하는지, 힘들지 않는지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단순하고 짧았다.
 
"주님의 일인데요. 하나도 안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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