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가진 '아론'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가진 '아론'

[ 성서마당 ] 평신도성서마당

김회권 교수
2014년 03월 18일(화) 15:51

한 사람 안에 있는 빛과 어둠 

히브리 노예였던 아므람과 요게벳의 장남으로 태어난 아론은 동족 히브리 노예들의 출애굽 해방을 꿈꾸던 지도자였다. 모세가 미디안 광야에서 출애굽 영도자로 성숙해갈 때 아론은 강제노동으로 쇠락해가던 동족을 돌보고 해방을 꿈꾸었다. 아론의 생애는 80%의 빛과 20% 정도의 어둠으로 구성돼 있다. 아론은 한편으론 하나님과 동행하며 거룩한 고독의 길을 걸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인류의 죄성에 묶여 추락한다. 첫째, 그는 출애굽 구원역사의 결정적인 시발점이 되었던 모세와 파라오 협상 담판의 중개인이었다. 그는 담력은 부족했으나 동생 모세의 눌변을 가려주어 파라오의 간담을 서늘케한 대언자였다. 모세의 중보기도의 손을 높이 쳐들어 아말렉전쟁에 나간 여호수아가 승승장구하는 데 기여한 기도의 사람이었다. 모세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스스로 그림자가 된 겸손의 사람이었다. 둘째, 그는 하나님과 교제하고 기도하는 일에 최고의 전문가, 대제사장으로 지명되었다. 아론의 대제사장 축도문(민 6:22~24)은 자애로운 제사장의 간절한 마음이 드러낸다. 셋째, 아론의 제사독점권에 반발한 고라가 주도하는 광야 반란이 일어났을 때 죽은 자처럼 엎드려 하나님의 처분을 기다렸다. 그는 종래 고라자손과 르우벤 자손의 다단과 아비람이 주도한 반아론 반역에서 하나님의 신적 승인을 확증받은 제사장 가문의 우두머리로 재지명되었다. 언약궤 속에 보관된 아론의 싹 난 지팡이는 아론가문의 세습적 제사장직이 인간적 권력욕에 의해 선점된 기득권이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아론은 성경적인 은퇴의 모범을 보여준다. 에돔의 느보산에 올라가 모세의 주도 아래 이뤄진 제사장 탈복을 감수하며 막내 아들 엘르아살에게 제사장직을 넘겨준다. 이 장면이 요즘 담임목사의 세습을 정당화하는 데 동원될 수는 없다. 아론의 세습적 제사장직은 인간의 자의적 종교권력의 조작으로 이뤄진 세습이 아니라 이스라엘 온 회중이 보는 앞에서 확증되고 공포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론은 오랫동안 제사장 나라 이스라엘의 제사장들을 배출한 명예로운 가문을 열었다.

이런 빛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아론은 몇 가지 중대한 실수를 범함으로써 성경의 히브리적 반영웅적 서사(narrative)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첫째, 중요한 순간에 하나님의 뜻을 따르기보다는 대중들의 열화같은 요구에 복종하는 대중추수적이며 대중영합적인 지도자였다. 모세의 시내산 정상 40일 기도기간에 방향감각을 잃은 군중들이 "출애굽 이후를 여정을 인도할 신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자 어리석게도 금송아지를 만들어 응답한다. 금송아지 우상 바알숭배의 씨앗을 이스라엘 역사 초기부터 뿌려버린다. 둘째, 아들 나답과 아비후의 영적 경거망동을 방조함으로써 심판을 자초한다. 이런 결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아론을 들어쓰신다. 하나님은 인간의 죄와 연약함을 넘어서 중심을 보시고 쓰신다. 어둠의 요소를 가진 사람도 그것을 상쇄시킬 빛의 자질을 갖고 있다면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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