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게도 일할 기회를

'장애인'에게도 일할 기회를

[ 기획 ] <연중기획>이웃의 눈물 / 취업에서도 소외되는 장애인, 약 60%가 비정규직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4년 03월 17일(월) 17:02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에서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3년 장애인 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경제활동참가율, 고용률은 전체 인구에 비해 현저히 낮고 실업률은 2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펙 중심의 경쟁 사회, 취업의 문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장애인들은 취업 전선에서마저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15개 법정 장애유형 중 하나 이상의 장애를 지니고 있는 우리나라 15세 이상 등록장애인 8000명을 무작위 추출해 조사한 이번 결과에는 장애인 중에서도 상대적 약자들에게 또 다시 차별이 일어나고 있음이 드러난다. 여성의 경우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이 남성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60세 이상 고령장애인의 고용률은 23.0%로 가장 낮게 나타났으며 중증장애인의 경우에도 경증장애인에 비해 경제활동참가율, 고용률이 절반 이하에 그치는 반면 실업률은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강자만이 살아남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까?

장애인들 역시 비정규직의 설움에서 자유롭지 않다. 장애인 취업자의 59.4%는 임금근로자, 40.6%는 비임금근로자로 임금근로자 52만5941명 중 비정규직 근로자는 59.1%인 31만645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인구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이 32.3%을 감안하면 거의 2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게다가 남성 장애인 임금근로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54.1%인 반면, 여성은 77.8%로 장애인 여성이 취업 전선에서 받는 압박은 상당한 수준인 것을 알 수 있다.

혹자는 "장애인을 위한 최고의 복지는 안정된 일자리"라고 말하는데 과연 장애인들은 어떻게 구직활에 나서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장애인 실업자의 대다수인 45.7%가 '부모, 친구, 선후배 등 지인'을 통해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공공 취업 알선기관'을 이용하는 비율도 37.8%로 낮지 않지만 정부의 보다 활발한 정책적 지원이 요구되며 교회도 앞장서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의 취업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장애인 실업자들 스스로 실업상태가 지속되는 가장 첫번째 이유로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선입견(17.9%)'을 손꼽았기 때문이다. '장애 이외의 질병이나 사고(건강문제)'가 14.6%, 그 다음으로 '신체기능의 제한(9.4%)', '수입이나 임금이 맞지 않아서(9.0%)' 순이다.

장애 유형별로 볼 때는 시각장애인들이 취업에 있어 가장 많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지난 1월말 공개한 '장애인 구인 구직 및 취업동향(2013년 4/4분기)'을 보면 구직자수로는 지체장애가 38.3%로 가장 많고 지적장애(21.1%), 청각장애(9.8%), 뇌병변장애(8.3%), 시각장애(8.1%)로 나타났으며 실제 취업자수도 지체장애(35.8%), 지적장애(25.2%), 청각장애(11.2%), 시각장애(8.6%) 순으로 집계됐다. 

시각장애인 목회자인 김영길 목사(우리사랑교회)는 "시각장애인은 몸만 괜찮다면 직업이 '안마사' 한가지다. 그 외의 일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앞이 안보이기 때문에 다른 장애유형에 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며 "직업의 선택권이 넓지 않은 데다가 일반인들이 불법 자격증으로 안마업에 종사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어 일을 구하고 싶어도 못하는 형편"이라고 시각장애인이 취업전선에서 이중고를 겪는 이유를 설명했다.
 

   
▲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오픈한 '카페모아'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는 여성 시각장애인.

이렇듯 안마업에만 한정돼있는 시각장애인의 일자리 확대를 위해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는 2009년 서울특별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최초의 시각장애인 커피전문점인 '카페모아'를 오픈했으며 이곳에서는 여성시각장애인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향긋한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정부는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 고용 촉진을 위해 '어느 정도 이상의 규모를 가진 사용자에게 일정 비율 이상의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부담금을 내도록' 장애인의무고용제도를 두고 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비단 일반 사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현재 본교단 총회에는 장애인 직원이 한 사람도 없는 상태로, 교단 총회 뿐 아니라 교계 연합기관 및 단체들은 대부분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1992년부터 2010년 11월까지 NCCK에서 근무한 황필규 목사(NCCK 장애인소위원회)는 "지난해 WCC 장애인 사전대회 주제가 수용 평등 참여였다. 그러나 장애인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인식에서 그칠 뿐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하며 "기업 같은 경우 일정 비율의 장애인 고용을 하지 않으면 페널티를 낸다. 교회는 이익단체가 아니라서 페널티를 물지는 않지만 하나님의 공동체이기 때문에 더욱 앞장서서 해야 함에도 오히려 일반 사회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목사는 또 "예장 통합은 한국교회의 바로미터(barometer)가 될 수 있는 만큼 의도적으로라도 장애인을 고용해야 한다. 한 사람이라도 장애인 직원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에서도 너무나 큰 차이기 때문"이라며 "당장 장애인 고용이 어렵다면 원칙과 계획을 세우는 일에서부터, 정규직 고용이 어렵다면 비정규직에서부터라도 시작해달라. 총회가 상징적으로 시작하면 노회, 교회로 그 정신이 이어지고 타교단, 연합기관으로까지 영향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본교단 총회가 장애인 고용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여줄 것을 요청했다.

한편 장애인의 고용 문제 뿐 아니라 중도장애를 갖게 된 '산재 장해인'의 원활한 사회복귀에 대한 관심도 요구된다(산재의 경우, 장애인이 아닌 장해라는 표현이 산재보상보험법상 올바른 표현이다).

13년 전 산재장해로 인해 척수장애인이 된 박종균 씨(49세, 나사렛교회)는 "산재장해인은 중도장애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본인과 가족 모두 장애수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사회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력성 장애라고도 표현하는데 중도이력성 장애인들은 원직복귀가 가장 좋은 사회복귀 방안임에도 사실상 불가능하고 정책적 지원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교회의 따뜻한 관심을 요청했다. 박 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 산재장해인들의 원직복귀율은 상당히 낮은 편이라고 한다.

지난달 나사렛대학교에서 '척수 장애인의 사회복귀를 위한 한국형 전환재활 시스템(TRS) 모형 개발'을 주제로 재활학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휠체어를 탄채 대학 강단에 서고 있는 박 씨는 "공부를 하면 할수록 장애인의 행복을 위해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히는 한편 "산재장해인의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그동안 경증산재근로자들의 사회복귀에 치중해왔고 중증산재근로자의 사회복귀에는 적극적이지 않았다"며 중증산재근로자의 사회복귀를 위한 정책 및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너와나의교회 부설 라이프라인 아카데미
 

   
▲ 너와나의교회 유흥주 목사(左)와 이 교회 집사인 라이프라인 아카데미 방승유 상임이사가 함께 자리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 소재 너와나의교회는 담임 유흥주 목사를 비롯한 출석교인의 50%가 중증장애인이다. 너와 나,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모여 '우리'가 되는 교회로 지난 2011년 4월 개척한 이후로 꾸준히 성장 중이다.

이 교회는 창립 초기부터 부설 평생교육기관으로 '라이프라인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최근 사단법인으로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라이프라인(Life Line) 아카데미는 그 이름에 담긴 뜻대로 '직업적 중증장애인'들의 '생명선'이 되고자 하는 비전을 품고 있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회장이자 지난 WCC 부산총회에 총대로 참여하기도 한 유흥주 목사는 "지체장애인과 달리, 손떨림과 언어장애가 심하고 운동기능이 상실된 뇌병변 장애인의 경우 '직업적 중증장애인'에 해당한다. 이들에게는 비장애인들과 마찬가지로 일반 사회의 직업군에 끼워넣는 식의 직업재활프로그램은 의미가 없고 새로운 직업군을 창출해야만 한다"고 지적하면서 "감리교가 지향하는 것이 개인의 영혼구원 및 사회구원인데 장애인에게 있어서 가장 큰 사회적 필요는 결국 '직업의 문제'이더라. 교인들이 다 직업을 갖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라이프라인 아카데미를 설립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장애인에게 직업만큼 절실한 '생명줄'이 없잖아요."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라이프라인 아카데미 상임이사 방승유 집사가 덧붙여 말했다. 라이프라인 아카데미에서는 장애인을 전문 강사로 양성하는 교육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으며 1년 과정을 수료할 경우,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명의의 자격증이 주어져 장애인 인권교육 상담사, 학교폭력 상담사 등으로 활동하게 된다.

중도 척수장애인인 방승유 집사는 "모든 장애인들이 그렇지만 중증장애인의 경우 특히 더 선택할 수 있는 직업영역이 너무나 좁다"며 "제대로 훈련만 된다면 얼마든지 고부가 가치의 이득을 창출할 수 있고 우리가 가진 장애의 경험을 통해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교회의 폭넓은 관심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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