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공동체 꿈꾼 '모세'

새로운 공동체 꿈꾼 '모세'

[ 성서마당 ] 평신도 성서마당

김회권 교수
2014년 02월 27일(목) 11:28

창조적 대안으로 세상과 맞서라

모세는 이집트 절대권력자 파라오의 압제 아래 신음하던 동포들을 이끌고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떠난다. 창조적 분리를 통해 대안공동체를 창출하려는 기획이었다. 모세 공동체는 압제적 왕이나 전제군주가 없는 자유민의 형제우애 공동체를 꿈꾼다. 왕이나 제사장, 예언자, 재판관 등도 자유농민의 일원으로서 동포 위에 군림하는 권력자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섬기는 종이었다. 그런 점에서 모세의 공동체는 대조공동체를 꿈꿨다. 동시에 모세의 영도 아래 움직이는 히브리 노예들은 안식 없는 비인간적 노동을 강요하고 하나님을 경배하는 일까지 막는 절대자 파라오에게 거룩한 불복종을 감행하는 대항공동체였다.

파라오는 히브리 노예를 안식이 필요 없는 기계로 간주해 그들의 안식 요구를 박탈하려고 한다. 히브리 노예들이 하나님의 자녀들이라는 자의식을 갖게 되면 압제하거나 유린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을 안 파라오는 하나님의 산으로 가는 그들의 휴가 여정을 결사적으로 막아낸다. 그러나 파라오가 압살하려고 한 히브리 노예들은 하나님과 일체를 이룬 언약공동체였는데 그는 그것도 모른 채 히브리 노예들을 무차별 박해하다가 파멸당했다.

이처럼 모세는 430년 동안 이집트에 살면서 온갖 박해와 굴욕을 당하던 아브라함의 후손들을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인도한 대안 추구형 지도자였다. 실로 그는 인류 종교사에서 지울 수 없는 하나님 이해를 가져다주었다. 이전까지 신은 항상 왕실, 제사장 계급, 그리고 지주와 고위관료들의 후원자 역할을 하던 존재였으나 모세는 처음으로 역사 속에 자행된 불의와 폭력적 지배, 착취를 제거하고 인간 존엄을 회복시키려는 해방의 하나님, 체제전복적인 하나님을 선포했다.

하나님은 선과 악의 경계를 초월하는 중성적 초월자가 아니라 절대권력을 쥐고 동료 인간을 착취함으로써 거대한 피라밋을 건축하는 파라오의 권력체제를 부숴버리는 해체주의적인 하나님임을 공포해 준 것이다. 파라오 체제는 극소수의 부귀영화와 영생불멸 확신을 위해 노예들의 노동력을 징발하여 큰 구조물을 건축하는 데 몰입한다. 파라오가 건축한 피라밋은 파라오와 왕실가족들의 무덤이자 지하세계에서 거주할 공간이다. 거대한 피라밋은 죽은 후에도 기층민들을 지배하려고 한 절대권력체제의 종교적 사기극의 부산물이다.

모세는 불쌍한 노예들의 강제노역으로 건축된 파라오 체제 전체를 해체하고 히브리 노예들을 평화의 젖과 우애의 꿀이 흐르는 땅으로 인도하는 데 일생을 바친다. 기독교는 압제체제 해체를 통한 사랑과 우애의 공동체 창조라는 뚜렷한 방향을 갖고 행동하시는 하나님을 믿는다. 오늘날 모세적 예언자의 기상과 나사렛 예수의 하나님 나라 복음이 왕노릇해야 할 교회마저도 자본과 권력의 파라오적 질서에 순응하고 있으나 참으로 안타깝다.

김회권 교수
숭실대 교목실장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