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오 대 히브리 산파

파라오 대 히브리 산파

[ 성서마당 ] 성서마당

김회권 교수
2014년 02월 19일(수) 15:36

파라오는 타인의 생명력을 빼앗아 자기 목숨을 살찌우는 절대권력자다. 그는 십장이라는 중간관리자를 통해 히브리 노예들의 노역을 감독하고 노동 조건도 가혹할 정도로 열악하게 만든다. 짚도 주지 않고 벽돌을 만들라고 강요하며 자신을 위해 국경요새와 곡식창고를 축조한다. 그는 자기 땅에 사는 히브리 노예들이 전쟁시 적과 내통해 자신에게 적대행위를 하고 마지막에는 이집트를 탈출해버릴 것이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자다.

그런데 아브라함의 후손인 이스라엘 사람들은 압제를 받을수록 인구가 많아져 '더욱 더 견고하게 결속된 백성'을 이룬다. 출애굽기 1장 9절에서 "이 백성 이스라엘 자손"이라고 번역된 히브리어는 "암 쁘네 이스라엘"이다. "암"은 결속력 있는 공동체를 지칭한다. 히브리인들은 오합지졸이 아니라 압제와 고난 속에서 서서히 힘을 지닌 공동체로 발돋움하고 있다. 노동자들에 대한 기업인들의 탄압이 '노동자 조합'을 결성케 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히브리 노예들은 장로들의 지도력 아래 가문별로 결속해 힘을 키웠다.

그러자 파라오는 히브리인 민족멸절정책을 펼친다. 모든 산파들에게 명해 "히브리 가문에서 태어나는 남자 아기는 즉시 죽여버리라"는 칙령을 공포했고, 많은 남자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살해됐다. 이런 상황에서 히브리인 여인들의 해산을 돕는 산파 중 십브라와 부아는 불복종운동을 감행한다. 그들은 파라오의 명령을 어기고 히브리 남자 아기를 살려주었고 그 일로 왕께 끌려가 심문을 받게 됐다. "어찌하여 이같이 히브리 남자 아기들을 살렸느냐?" 두 산파는 지혜롭게 답변했다. "히브리 여인들은 건장하여 저희들이 해산을 도우려고 도착하기도 전에 출산을 해버렸습니다. 태아를 빼앗아 죽이기 전에 엄마들이 자신들의 아기들을 이미 딴 데 숨겨버립니다." 십브라와 부아는 이 시민불복종운동을 통해 히브리 민족 멸절을 막았고 그 보답으로 하나님은 그들의 집안을 흥왕하게 해주셨다.

십브라와 부아의 불복종은 파라오의 절대권력의 악한 작동을 더디게 하거나 오작동을 일으키게 했다. 파라오는 '출산 후 산파에 의한 즉시 살해 정책'보다 다소 완화된 '히브리 남자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나일강에 던지라'는 칙령을 내린다. 파라오가 다스리는 악의 왕국은 강해 보여도 곳곳에 급소가 있다. 말단 행정조직이나 마지막 집행부서 책임자가 칙령을 보이콧하거나 느슨하게 집행하면 왕국이 오작동을 일으켜 제대로된 통치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이 세상의 모든 악한 조직도 십브라와 부아같은 의인 때문에 오작동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인류 역사는 십브로와 부아같은 의인들의 용기 때문에 칠흑의 밤에도 하나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김회권 교수
숭실대 교목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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