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때 나타나는 변화

사랑할 때 나타나는 변화

[ 말씀&MOVIE ]

최성수 sscc1963@hanmail.net
2014년 02월 18일(화) 13:52

남자가 사랑할 때 (감독: 한동욱, 드라마/멜로, 15세, 2014)

   
 
남자의 사랑은 어떤 점에서 특별할까? 여자의 사랑과 무엇이 다를까? 아마도 영화를 만들 때 감독이 염두에 두었던 질문일 것이다. 제목은 남자와 사랑이라는 두 이미지의 충돌을 전제하고 보는 이의 예상을 불러일으킨다. 사랑은 부드러운 것이고 그래서 여성적이라는 생각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가 상충할 때 나타나는 충격과 파열음은 영화를 보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생각으로 이끈다.
 
오래전에 상영된 루이스 만도키 감독의 1994년 작품 '남자가 사랑할 때'는 충격과 파열음보다는 남성의 전형적인 책임감을 영상으로 표현하였다. 가족 안에서 일어난(아내의 알코올 중독) 당황스런 일과 관련해서 남자의 고민과 생각 그리고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주었다. 그야말로 남자에게 있어서 사랑이란 책임감, 곧 여자의 행복을 위한 책임감이며, 가족을 지키려는 강한 책임감이라고 정의하는 것 같다.
 
이에 비해 한동욱 감독은 이미지의 충돌을 더욱 분명하게 느껴지도록 했다. 채권 추심원으로 일하며 사랑이라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은 남자가 반듯하게 자란 여성 곧 채무자의 딸을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다. 어렵지 않게 이야기의 결말을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판에 박은 듯한 소재다. 그러나 배우의 뛰어난 연기로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자해와 폭력을 매개로 일을 하며 거칠게 살아온 남자, 섹스를 사랑으로 알고 있는 남자, 가족에게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사랑에 빠진 그 자신과 그의 가족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보여준다.
 
감독은 비교적 멜로드라마라는 장르에 충실하려고 노력하였다. 남자와 여자의 우연한 만남, 남자의 구애와 여자의 거절로 거듭되는 갈등, 사랑 그리고 상실의 아픔 등을 특별한 연출 효과 없이 표현하였다. 멜로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 얼개이지만, 특히 남자와 사랑이라는 이미지 충돌을 제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배우의 열연은 이야기를 색다르게 보도록 했으며, 또한 이야기의 전후 시간을 뒤섞음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내용 전개를 예상치 못하게 했다.
 
한편, 감독은 지금 향수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요즘 남자는 거칠다기보다는 부드러움을 특징으로 갖기 때문이다. 오히려 여성적인 면이 많으며, 그런 사랑을 선호한다. 경상도 남자로 상징되는 무뚝뚝함은 오늘날 남녀관계에서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려운 기호다. 비록 거친 남자의 인생에서 사랑이 갖는 의미를 강조하려고 했지만, 현대 남성들은 물론이고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한다.
 
한동욱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강조하려고 했던 것은 무엇보다 변화와 책임감이다. 그러니까 남자가 사랑하게 되면 변한다는 것이며, 또한 여자와 가족에 대해 강한 책임감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굳이 남자의 사랑을 말하지 않는다 해도 사랑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특징이다. 그토록 변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사랑하면 변하고, 사랑하면 책임감을 갖게 된다. 만일 파트너를 위해 변하지도 않고 또 책임감도 갖지 않으면서도 사랑한다는 말이 유효하다고 말한다면, 그 사랑은 감각적인 사랑이든가 아니면 지구 밖의 사랑임이 분명하다. 우리의 이해 수준을 넘어서 있다는 말이다. 
 
사랑은 하나님마저도 변화시키고 또 움직이는 힘이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 인간이 되셨고, 사랑하기 때문에 세상에 대한 무한 책임감을 실천하셨고, 사랑하기 때문에 마지막 날의 심판을 계속 미루시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우리가 서로에 대해 갖는 사랑의 가장 큰 힘은 우리 사랑을 통해 하나님이 계시된다는 것인데, 사람들이 우리의 서로 사랑을 통해 예수님의 제자임을 알게 된다. 남자의 사랑이 특별하다고 말할 순 없어도, 사랑함으로써 일어나는 변화를 기대하며 사랑의 용기를 가져볼 일이다.

최성수 목사//神博ㆍ영화 및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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