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당하고 빼앗기면서 마침내 이기는 이삭

항상 당하고 빼앗기면서 마침내 이기는 이삭

[ 성서마당 ] 성서마당

김회권 교수
2014년 01월 22일(수) 14:45

이스라엘의 조상 아브라함의 아들인 이삭(Isaac)의 이름은 '웃다'라는 뜻이다. 이삭은 태어날 때부터 부모를 웃게 만들고 25년의 인내와 분투의 세월을 일괄하여 위로해 준 위로의 아들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 아브라함의 인생 만년에 닥친 신앙적 시련 때문에 충격적인 경험을 한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25년간의 기다림 끝에 얻은 독자 이삭을 모리야 산 제단에 번제물로 바치라고 명하신 것이다. 즉 '인신희생'을 요구하신 것이다.

당시의 종교관습으로 볼 때 경건한 사람이 자신이 믿던 신에게 드리는 최고의 예물은 맏아들 인신희생이었다. 따라서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명령을 전적으로 믿고 순종한다. 브엘세바에서 모리아 산(예루살렘)까지 아브라함은 불과 칼을 들고, 이삭은 번제에 땔 화목(火木)을 짊어지고 괴롭고 신비로운 여정을 떠난다.

아버지 아브라함은 사태의 진실을 알지만 이삭은 모리야 산 번제에 쓰일 희생제물이 정작 자신이 될 줄 전혀 모르는채 걸어간다. 하지만 이삭은 당시의 맏아들 인신희생관습에 비추어 아버지에게 불과 칼, 화목은 있는데 번제할 '어린 양'이 어디 있느냐고 묻는다. 이 질문을 통해 우리는 이삭이 아버지가 번제를 드리려고 모리아산으로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들의 기습적인 질문을 받은 아브라함은 하나님께서 친히 준비하실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 안에 차오르는 공포와 전율을 간신히 다스린다. 아마 이 순간에 이삭은 어쩌면 맏아들을 번제로 바쳐야 하는 아버지의 고뇌와 갈등을 어느 정도 감지했을 것이다. 이런 상념이 오고가는 사이에 둘은 어느새 모리야 산 제단에 도착하고 아브라함은 일순간에 비장한 표정으로 아들 이삭을 결박하기 시작한다. 이 때 이삭은 늙은 아버지를 밀치며 탈주할 수 있었지만 아버지의 결박을 받아들이고 번제단 위에 드러눕는다. 아버지의 도살용 칼이 이삭의 목을 향해 육박하는 순간 하나님의 극적 간섭이 일어난다. 이삭에게 겨눈 칼을 거두라고 소리치신다. 대신 수풀 더미에 뿔이 걸린 수양 한 마리가 번제물로 제공된다. 이 모리야산 번제단 결박사건에서 이삭은 '온유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삭은 아버지와 하나님에 대한 믿음으로 그 번제단 도살 위기의 공포를 견뎌냈다. 하나님을 믿고 아버지 아브라함을 신뢰함으로써 그 부조리한 상황을 견디어 낸 그 태도가 수동형 능동 신앙의 진수다.

성인이 된 이삭은 가나안 토착세력에게 우물을 세 번이나 빼앗기는 부조리한 압제를 당하면서도 하나님이 준비하신 더 크고 좋은 우물을 선사받는다. 이삭은 부조리하고 잔혹한 현실을 편법과 복수심으로 대처하지 않고 '절대온유'와 '신적 인내'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크게 성공하여 자신의 원수들에게까지 하나님의 사람, 중보자로 인정받기에 이른다.

한국교회가 이삭처럼 부조리한 현실까지도 초극하는 '절대온유'의 인재를 길러내는 데 집중할 때 마침내 땅을 상속받는 복있는 자들, 온유한 자들이라 불릴 것이다. 

김회권 교수/숭실대 교목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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