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올림픽 출전, 처음 눈을 밟은 스키 선수들

스페셜 올림픽 출전, 처음 눈을 밟은 스키 선수들

[ 땅끝에서온편지 ] 땅끝에서온편지

권경숙 선교사
2014년 01월 22일(수) 11:07

모리타니 사람이라면 잘하는 것이 있다. 바로 걷는 것이다. 이들은 모래 길을 지치지도 않고 잘도 걷는다. 유연하고도 힘이 좋은 긴 다리, 그 다리로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곤 했다. 세계적인 육상 선수들이 모리타니에서 나오지 말란 법이 없지 않는가! 시간이 갈수록 '그래, 우리 아이들이라고 못할 건 없지'라는 마음을 갖고 기도했다. 그런데 하나님은 상상도 못한 선물을 주셨다. 우리 장애인 센터로 2012년 9월쯤 한통의 전화가 왔다. "한국에서 스페셜 올림픽이 열리는데, 마담이 가서 모리타니에 대한 이미지를 좀 쇄신해주면 어떻겠습니까?" 세계대회 운운한 내 기도에 대한 응답으로는 기상천외했지만, 그것이 또 주님의 유머 아니겠는가. 주님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 먼저 기회를 주셨다. 그날로 바로 나는 스페셜 올림픽 모리타니 대표단 단장이 되어서 선수선발부터 관여하게 되었다. 그동안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집에만 있어온 아이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모여 있었다. 놀랍기는 부모들도 마찬가지여서 삼삼오오 짝을 지어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었다. 스페셜 올림픽이 경쟁보다는 화합, 메달보다는 참가에 의미가 있다고는 하지만 나는 이왕 하는 거 잘해보고 싶었다.

뽑힌 선수들을 누아디부의 장애인센터로 데려와 보살폈다. 이들을 차가운 눈 대신 뜨거운 모래 언덕에서 하루에 세 시간씩 스키 훈련을 했다. 그 사이 나는 정부 관계자들을 설득해 파리에서 신형 스키 신발을 켤레당 175유로나 주고 구매했다. 그리고 2013년 1월, 한국에서 보내준 티켓으로 네 명의 선수와 함께 마침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다른 이들에게도 기회를 줄 수 있었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라크에서 열리는 하계 올림픽도 나가고, 동계 올림픽도 나가자고 했다. 하나님이 지으신 넓은 세상이 있음을 알게 되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므로 무척 기뻤다.

평창 스페셜 올림픽에는 역대 최대인 110개국에서 3000명의 선수가 참가했고, 우리는 그중에서 굉장한 성적을 거두었다. 금메달 한 개 은메달 한 개로 두 개의 메달을 땄다. 물론 이보다 더욱 의미가 있었던 건 스키 신발을 신고 모래가 아닌 차가운 흰 눈을 밟아보았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설명해도 알 길 없었는 추위, 눈, 산, 강, 한국에 대해서 그들이 알게 된 것이다. 또한 하나님이 지으신 세상이 얼마나 신묘막측한지 직접 보여준 것도 감격스러웠다.

이제 모리타니에서의 사역 이야기를 마무리 하려고 한다. 무슬림 땅에 살면서 느끼는 것은 하나님의 사람이라는 정체성만 잃어버리지 않고 산다면, 무슬림들과도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그들도 하나님 품안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제 그들은 고난주간도 알고, 부활절도 알아서 그에 맞는 인사를 해온다.

나는 이십년 전까지만 해도 광주 방림교회에서 청춘을 보냈다. 신실하신 아버지와 어머니는 둔 덕분에 모태신앙인이란 축복을 받았다. 아버지는 전라남ㆍ북도 영어 통역관을 지낸 분으로 화순군 능주에다 중ㆍ고등학교를 설립하셨다. 어머니는 광주에서 조아라 장로님과 함께 YWCA를 일으키신 분이다. 어머니와 아버지를 닮았으면 숨어서 일하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어떻게 된 것인지 정반대의 모습으로 살고 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열정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우리 교회에서 드리는 예배를 보면 그들의 열정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 수 있다. 예배를 드리면서 나는 교인 한 사람 한 사람과 눈을 맞춘다. 강대상에서 내려와 그들을 어루만지면서 예배를 드린다. 예배를 드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영적인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고는, 그들을 위한 기도도 한다. 만약 다리를 꼬고 앉거나 마지못해 있으면 당장 가서 호통을 치기도 한다. 한국에서 나를 아는 사람들은 목소리도 작고, 기도도 소리 내어 하지 못했던 소심한 여자가 어떻게 저렇게 변했냐며 놀라워한다.

우리 교회는 십자가가 없는 지하 교회다. 모리타니는 아직도 인구의 95%가 이슬람으로 공개적으로 십자가를 내걸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우리가 크리스찬이란 사실은 하나님과 우리만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하나님은 이곳 바닷가에서 물로 세례를 주고 제자를 양육해서 무슬림 속으로 내보낸다. 여덟 곳의 지교회와 여러 개의 셀조직을 거느린 교회로 성장했다.

이발소를 하는 슐라는 41살로 무슬림이었고 개종했다. 나이지리아 출신 벤은 8년 간 무슬림 신학교에 다니며 성직자가 될 준비를 하던 사람으로 50세가 넘어 예수님을 영접했다. 우리 교회에서 양육된 사람들은 스페인으로, 모로코로 가기도 하고 사하라를 건너 아프리카 내륙으로 가기도 한다. 아프리카에서 밀항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마드리드 주변의 알메리아, 로케타스, 무르시아, 케베 등에는 7군데의 지교회가 있다. 2010년에 나는 모로코로 가서 29명의 베르베르 종족들에게 침례로 세례를 주고 왔다. 비정기적으로 가끔 한번씩 가서 말씀도 전하고 세례도 주고 온다. 갈 때는 우리 교회 사역자들에게조차 어디로 간다고 말을 하지 않고 살짝 가고, 올 때 역시 마찬가지다.

양육된 제자들이 어떻게 연결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들은 아프리카 대륙의 실핏줄들이다. 십자가를 세울 수 없는 교회지만 하나님이 조용히 이들을 연결해서 성장시키는 중이다. 모리타니의 새벽은 무슬림들의 기도 소리로 깨어난다. 코란을 외우는 소리가 시끌시끌하다. 곧이어 "인샬라"라는 인사가 들려온다. 이런 소리들을 통털어 '아잔 소리'라고 한다. 그들은 아잔 소리가 땅을 깨운다고 믿는다. 교회에서는 작은 소리로 찬송을 한다. 적어도 하나님 귀에 아잔 소리가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내가 모리의 나무 그늘 아래 누워 있을 즈음에는 아잔 소리대신 찬송 소리가 아프리카 대륙의 아침을 깨울 것임을 믿는다.

*'땅 끝에서 온 편지' 권경숙 선교사 편에 실린 내용들은 권 선교사의 자서전 '내 이름은 모리타니 마마'(코리아닷컴 刊)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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