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稀 넘긴 여배우의 특별한 도전

古稀 넘긴 여배우의 특별한 도전

[ 문화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3년 11월 22일(금) 16:20
국민엄마 김혜자, 모노드라마서 11인역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
내달 29일까지, 신한카드아트홀

   

1시간 40분동안 70대 노배우가 열살 소년부터 할머니까지 11인 역을 혼자 소화해 낸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놀라운 일이다. 일각에서는 '국민배우' 김혜자가 아니면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번 무대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지난 15일 드디어 김혜자의 모노드라마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가 무대에 올랐다. 프랑스 작가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의 베스트셀러 소설 '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원작으로 한 이 연극은 백혈병에 걸린 10살 짜리 소년 오스카와 소아 병동의 외래 간호사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장미할머니와 나이를 초월한 우정과 소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모노드라마의 형식으로는 처음 시도되는 이번 공연에서 김혜자는 장미할머니 역을 맡아 오스카의 마지막 12일간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 한다. 오스카와 장미할머니의 대화 속에서 두 역할을 소화 해 내는 것 이외에도 감초역할을 하는 오스카의 부모님과 평생의 사랑 페기 블루, 친구들인 팝콘과 아인슈타인에 이르기까지 홀로 약 10여 명의 역할을 혼자 이끌어 내며 그간 '국민엄마', '국민배우'에 걸맞게 관록의 연기력을 뿜어낸다.
 
그러나 70세를 훌쩍 넘긴 노배우에게 체력적 한계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연습 당시에도 "체력적 한계 때문에 연습 초반에는 10분을 넘기는 게 힘들었다"고 말할 만큼 100분 동안 11명의 역할을 감당하기에는 넘치는 대사와 넓은 무대가 조금 벅차 보인다. 무대위 배우도 관객도 함께 숨이 차고 바쁜 것은 조금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나마 중간 중간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배우과 관객에게 여유를 주긴 했지만 조금만 대사를 줄였다면 조금만 무대가 작았다면 조금만 조금만…이라는 아쉬움은 감출 수가 없다.
 
모노드라마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도, 누구가 쉽게 도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고희를 넘긴 노 여배우가 본인이 발산할 수 있는 최선의 에너지를 뿜어내는 무대에서 놀라움과 경이로운, 존경심마저 느끼지게 된다. "나이를 초월한 우정과 그 우정을 통해 얻어지는 삶에 대한 큰 의미를 관객과 함께 느끼고 싶었다"는 배우 김혜자와 관객들은 그 감동을 함께 나눴다. 그것만으로도 그의 무대는 기립박수를 받기에 충분했고 관객들도 이에 호응하듯 힘찬 박수를 보내며 아쉬움 2%를 지워내게 된다. 
 
공연은 오는 12월 29일까지 영등포 타임스퀘어 CGV신한카드 아트홀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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