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주제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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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교-WCC10차총회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3년 11월 11일(월) 10:57
구석구석 아픈 상처 치유 위한 교회적 관심 촉발
현실 주제,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
 
라이베리아의 여성인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노벨평화상 수상자 레이마 보위 여사의 사역, 유엔 산하 에이즈 전담기구(UNAIDS) 전무이사의 생생한 현장 보고, 인도 벨로레라는 작은 시골마을의 산부인과병원에서 샴쌍둥이 여아로 비롯된 인도 여성인권에 대한 희망 스토리, 환경파괴로 인해 국토가 물에 잠기고 있는 투발루 국민의 절규, 태어날 때부터 에이즈 감염자인 여성의 호소…. 이런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도 삶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을까? WCC 10차 총회 주제회의(thematic plenary)에서는 이러한 현장의 생생한 증언이 세계교회 지도자들과 참석한 세계의 성도들에게 소개됐다.
 
지난 10월 31일~11월 7일 6차례에 걸쳐 열린 주제회의에서는 '아시아', '선교', '일치', '정의', '평화' 등 매일 다른 5개의 주제로 세계 각 지역에서 복음전파 및 사회적 약자들을 섬기는 주요 인사들이 주제발표를 했다. 이를 통해 참석자들은 전지구적 차원의 다양한 현실을 확인하고, 교회의 역할에 대해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제회의(thematic plenary)'는 편의상 '회의'라는 명칭을 사용하긴 하지만 형식은 오히려 '토크 콘서트'에 가까웠다. 참석자들은 편안한 형식의 주제회의를 통해 교회가 기억해야할 전세계의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교회와 함께 노력할 것을 결심했다.
 
#"아시아 문제가 곧 세계의 문제" - 아시아 주제회의
 
WCC 총회 셋째날인 지난 11월 1일 오전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기'를 주제로 진행된 아시아 전체회의에서는 인종과 종교 갈등, 경제성장의 이면에 존재하는 빈곤과 환경 파괴, 여성ㆍ어린이ㆍ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 침해 등이 아시아의 민중들이 당면한 가장 중대한 과제로 확인됐다.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총무 헨리에트 후타바랏 레방 총무는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종교극단주의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이 증가해 망명을 해야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특히 여성과 어린이, 이주노동자의 인권유린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헨리에트 총무는 "아시아가 겪는 문제가 결코 세계교회와 무관하지 않으며 아시아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 세계교회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는 자원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탐욕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할 뿐"이라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을 인용하며 참가자들에게 도전의 메시지를 던진 코니 세미 멜라 목사(필리핀 연합감리교회)는 "여러 형태의 불의가 만연하고 있는 아시아에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가간 정의가 실현되어야 한다"며, "수 백 만명이 극심한 빈곤을 겪는 상황에서 정의로운 평화는 실현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이어 "아시아에서 매일 수 천 명의 아이가 굶어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선진국에서는 곡물가격을 높이겠다는 이유로 추수한 곡식을 버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미국에서만 현재 세계인구의 6배인 400억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자원이 있는데 지구 다른 편에서는 식량이나 기본 의료서비스, 교육이 제공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교는 성령님의 사역에 동참하는 것" - 선교 주제회의
 
이번 WCC 총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사건 중 하나는 시대 변화에 따른 선교의 개념과 방향을 정리한 선교 선언문을 30년 만에 채택해 이번 부산총회에서 공식 발표했다는 점이다. 지난 2일 진행된 선교 주제회의에서는 '함께 생명을 향하여:기독교의 지형 변화 속에서 선교와 전도' 제목의 선교 선언문의 의의를 조명하고 향후 선교 사역에 있어 에큐메니칼 협력을 증진시켜나갈 것을 선포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세계선교와전도위원회(CWME)가 다양한 가치관을 통해 선교 상황의 변화를 조명한 영상물이 소개되고, 이후 3명의 패널이 선교에 대한 3가지 성찰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전개됐다.
 
이번에 새로 작성된 선교선언문이 삼위일체 하나님과 성령의 역사를 가장 중요하게 고백하고, 선교의 대상이 인간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피조물에게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을 반영해 회의에서는 다양한 공동의 증언이 이어져 주목을 받았다.
 
강연자로 참여한 스티브 베번스 신부(거룩한말씀회 사제)는 "성령은 선교의 중요한 대리인"이라며, "선교는 성령께서 어디에서 일하시는지 발견하고 거기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성령의 선교'를 강조했다.
 
이날 진행을 한 커스틴 킴 교수(CWME 부의장)는 "전세계적 생명 파괴의 상황에서 교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면서 "생명, 정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은 누구든 연대해 추구하는 가치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령 안에서의 하나됨 재확인' - 일치 주제회의
 
총회 일곱째날인 5일 주제회의에서는 세계교회의 '일치' 문제가 중점적으로 이야기됐다.
 
'그리스도안에서의 일치: 친교의 여정'을 주제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는 '일치'란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을 통해서 주시는 선물이며, 이 때문에 우리는 교회가 하나임을 고백해야 한다는 신앙고백과 함께 현재 우리는 분열되어 있지만 에큐메니칼 운동이라는 친교 속에서 완전한 가시적 일치를 추구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날 매리 태너(전 WCC 유럽지역 공동 대표회장)은 "기독교인의 일치는 단순히 분열된 교파를 하나로 묶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인종과 문화 등을 넘어서 성찬의 교제와 예배, 공동의 섬김, 구원의 복음 증거라는 공동 사명을 이루는 데 있다"고 강조하고, "이렇게 일치를 향해 나아갈 때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확실한 징표로서 세상이 하나님을 믿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빌 칼람 세계침례교연맹(BWA) 총무는 "일치란 선물을 받았지만 실제로 일치를 이루지는 못하고 있다. 삼위일체께서 장애물 넘도록 도우신다"면서 "교회 안에서도 인종차별의 무시무시한 용이 추악하게 존재하며 교회 일치를 효율성 있게 증거하기 위해 교회와 세상에서의 인종차별에 주의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르고비슈테의 니포 수도주교도 "환경적 어려움, 정치적 비극이 만연한 상황에서 교회의 일치된 행동은 너무나 절박한 문제"라며, "폭력과 테러가 가득찬 세상에서 코이노니아의 영성으로 어떤 억압과 차별도 정당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신은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 정의 주제회의
 
지난 6일 오전 '정의'를 주제로 한 총회 주제회의에서는 참석한 모든 이들에게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던져졌다.
 
이날 주제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은 '불의에 대항하라'는 도덕적 명령에 대해 대가지불은 필수불가결하며, 교회가 정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다양한 신앙과 이데올로기를 지닌 사람들과 함께 연대해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날 한복을 입은 안락교회 어린이 합창단의 찬양으로 문을 연 '정의' 전체회의는 안젤리크 워커 스미스 목사(미국 침례교)의 사회로 4명의 패널이 한국의 마당에 둘러앉아 경제, 인권, 신학, 보건 분야에서 바라보는 '정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경제정의에 대해 발언한 마틴 코어(말레이지아 개발도상국 정부간 정책연구원)는 "현재 국가간 맺어지는 경제조약은 사실상 불평등 조약"이라고 지적하고, "개발도상국은 불공정한 조약 하에서 선진국에게 부를 빼앗기며, 착취 당하고 있는데 교회는 이러한 불공정한 세계 구조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 분야에 대해 발언한 줄리아 듀그로우(독일, '세계를 위한 빵' 인권평화부장)은 "사람은 하나님 형상으로 창조되었으며, 신앙의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인간은 동등하다"며, "인권은 단순히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닌 만큼 교회는 만인의 인권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인도 오리사주에 우리나라의 포스코가 사업을 진행하면서 3천여 명의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건에 대해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증오의 연결고리를 끊어라" - 평화 주제회의
 
지난 7일 오전 열린 평화 주제회의에서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레이마 보위 여사의 여성인권 사역 사례소개와 장윤재 교수(이화여대)의 신학적 성찰로 참가자들의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다.
 
아프리카의 라이베리아 출신인 레이마 보위 여사는 "17살 때부터 내전을 겪기 시작하며 분노와 내적 혼란을 경험했는데 세계의 복잡성을 인식하고, 하나님이 나에게 보여준 세상을 적극적으로 바라보았을 때 오히려 평화가 나의 사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우리의 자녀세대에게 이러한 보복과 테러의 미래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이 증오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학적 관점으로 평화를 3가지 출애굽의 여정으로 분석한 장윤재 교수는 '전쟁에서 영원한 평화로의 출애굽', '핵이 없는 새로운 세상으로의 출애굽', '환경파괴와 산업중시사회로부터 생태와 나눔으로의 출애굽'을 강조했다.
 
장 교수는 "순례는 헤매는 것이 아니고 소풍도 아니며 목적을 향해 나가는 것"이라며 "먼저 안전한 집을 떠나 하나님의 평화를 가지고, 우리의 생각을 뛰어넘으시는 하나님을 믿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의 이해와 상상, 역사를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 중에는 장 교수의 제의로 모든 불을 끄고 촛불 하나만을 켠 채 우리 모두가 평화를 위한 작은 불꽃이 될 것을 다짐하며 '이 작은 나의 빛' 찬양을 함께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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