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10차 부산총회 취재기자 방담

WCC 10차 부산총회 취재기자 방담

[ 선교-WCC10차총회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3년 11월 11일(월) 10:04

성숙ㆍ나눔의 기회

   
▲ 총회 기간 중 매일 '마당'을 제작한 WCC 본부 관계자들과 본보 기자들/사진 Peter Williams, WCC

-일  시: 2013년 11월 8일(금)
-장  소: 부산 벡스코 WCC 커뮤니케이션팀 사무실
-참석자:박성흠 부장(사회) 장창일 차장 표현모 차장 임성국 기자
 
사회:역사적인 WCC 제10차 부산총회가 방금 전 은혜로운 예배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폐회예배 참석자들이 예배가 끝난 뒤에도 10여 분간 기립해 박수를 치며 쉽사리 예배실을 떠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번 부산총회가 하나님의 축복 속에서 마무리 됐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를 주제로 열린 이번 총회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 해달라.
 
-이번 총회를 통해서 WCC는 확실히 다양성 속의 일치를 추구하는 세계교회를 대표하는 단체임을 느낄 수 있었다. 다소 진보적인 성향을 띄는 WCC지만 정교회 같이 아주 보수적인 신앙을 가진 이들이 가장 큰 지분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10월 31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러시아정교회의 힐라리온 대주교가 동성애에 대해 강력한 반대 발언을 하자 총대들 사이에서는 엇갈린 반응들이 표출되기도 했다. 힐라리온 대주교는 "동성애가 전통적 가치를 훼손하고 성경의 가르침과도 다르다"고 말하자 회중에 '반대'를 의미하는 파란색 카드를 흔들기도 했다. 뒤이어 찬성을 뜻하는 오렌지색 카드를 흔드는 이들도 볼 수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알트만 의장의 발언이 기억에 남는다. "WCC는 다른 생각에 대해 안전하게 담화할 수 있는 곳이고, 방금 우리는 그러한 것을 경험했다." 의견이 다르다고 바로 정죄하거나 관계를 끊어버리지 않고 더 많은 공통점들을 찾아 일치를 추구한다는 원칙을 보여준 것이라고 본다. 다름을 용인하지 못해 분열을 거듭해 온 한국교회가 배울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세대 에큐메니칼 리더를 양육하기 위해 운영된 세계에큐메니칼신학원(GETI)도 의미있었다. 9차 포르토 알레그레 총회에 이어 두번째로 열린 GETI에는 55개국의 신학생과 교수가 참여했을 정도로 명실공히 국제적인 프로그램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GETI 학생들의 첫 강의부터 취재하면서 느낀 것은 이들이 프로그램에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참가자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들었는데 "우리 중에서 누가 20년 후 WCC 총무가 되어 있을까 내기할래?"라고 하더군요. 그저 농담이었지만 차세대 에큐메니칼 리더를 육성한다는 취지로 진행된 GETI가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이와는 별도로 한국의 신학생들을 위해 한국에큐메니칼신학원(KETI)를 운영한 것은 무엇보다 잘했다고 본다. 그리고 GETI와 KETI를 위해 호남신대와 부산장신대가 정성을 다해 준비한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총회에 앞서 열린 사전대회를 통해 세계 각 지역의 사회적 약자들이 당면한 문제와 교회의 과제들을 점검했다는 점이 좋았다. 청년, 여성, 장애인, 원주민 등 4개 분야로 나눠 진행된 사전대회에서 이주민의 문제가 각 분야에서 모두 심각한 문제로 이야기되는 것을 보며, 참가자들에게 새로운 각성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주민 문제에 접근할 때에는 국제 이주를 할 수밖에 없는 경제 시스템에 대한 대응과 동시에 이들에 대한 인권 보호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국교회가 이주민들의 문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는 점을 깨달았다.
 
-청년 사전대회에는 200여 명의 전 세계 청년들이 참석했다. 그들은 빈곤과 폭력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논의했고 대안을 모색했다. 이 과정에서 눈 여겨볼 만했던 특징은 WCC 지도부가 청년들과 대화를 하는 모습이었다. 청년 사전대회 중 열린 간담회에서 울라프 픽세 트베이트 WCC 총무는 청년을 존중하고, 청년과 함께하는 WCC를 강조했으며, 청년들의 외침에 귀 기울이는 WCC가 되겠다고 밝혔다. 또 WCC가 청년들이 내놓는 정책 제안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도 공개됐는데 청년들을 가볍게 여기는 한국교회들이 깊이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사회:부산총회에서 매일 아침 참가자들의 손에 전해진 신문인 '마당'이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요.
 
-본보는 부산총회 기간 중 매일 발행된 '마당' 제작에 깊이 참여했다. WCC는 그동안 총회 기간 중 소식지를 제작해 참석자들에게 배포해 왔는데 이번 부산총회에서는 당초 소식지를 제작하지 않기로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마당' 소식지를 제작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는 본보의 역할이 컸다. WCC 홍보책임자인 마크 비치 국장은 본보가 교단 총회 때 만들었던 '데일리 기독공보'를 보고 본보와 협력해 마당을 만들기로 결정했으며, 총 12면 중 1~7면까지는 WCC 본부팀이, 8~12면까지는 한국팀이 맡아 제작하기로 합의했다. 이 같은 결정에 따라 WCC 총회 한국준비위원회는 편집은 타블로이드판 신문을 제작해 본 경험이 있는 본보에 위탁하기로 했고, 취재를 위해서는 언론사 공동 취재팀을 꾸리기로 결정했다. 취재팀을 꾸리기 위해 한국준비위원회는 WCC 회원교단 소속 언론사들과 총회 본부를 비롯해서 몇몇의 초교파 신문과 방송사에도 취재기자를 요청했으며, 최종적으로 본보 3명을 비롯해서 국민일보 1명, 기독교타임즈 1명이 WCC 커뮤니케이션팀의 일원으로 '데일리 마당' 제작에 참여했다. 결과적으로 '데일리 마당'은 WCC 총회 참석자들에게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이를 위해 연합 취재팀은 매일 아침 8시부터 취재 및 기사마감에 돌입했고, 편집은 편집대로 밤 10시 전후로 인쇄소에 파일을 넘기는 강행군을 이어왔다. 힘든 과정이었지만 무척 보람있었다.
 
사회:WCC 총회를 반대하는 이들의 시위가 몇 차례 있었는데.
 
-WCC 제10차 부산 총회 기간 벡스코 주변에서 벌어진 반대집회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있다. 특히 총회 개막 하루 전인 10월 29일 열린 반대집회엔 한국의 대표적인 교단들이 이단으로 지목한 몇몇 단체들도 편승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 집회가 WCC를 반대하는 집회인지, 아니면 이단들이 자신들을 정당화하는 집회인지 혼란이 많았다. 사실상 WCC 총회를 반대하는 집회 자체의 의미가 상당부분 퇴색됐다고 볼 수 있다.
 
조직적인 반대집회는 WCC 총회 개막을 전후해 모두 중단됐고 그 뒤로는 삼삼오오 모여서 반대구호를 위치거나 1인시위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만 이들이 WCC 총대들을 향해 'WCC는 사탄'이나 '지옥에 가라'는 등의 자극적인 구호를 외쳐 빈축을 샀다. 하지만 WCC 총회에 참석한 이들 중 대부분은 "표현의 다양성이라고 본다", "어딜 가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어 특별하지는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반대 시위자들과 대화하고 기념사진도 찍으면서 거리감을 두지 않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총회 기간 중 WEA 신학위원장 토마스 슈마허 박사의 발언이 관심을 끌기도 했다. 바로 "WCC 반대 데모가 한기총과 관계되어 있을 경우 내년 우리나라에서 열릴 예정인 WEA 총회를 옮길 수도 있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한 언론과 한 것인데 보도가 나간 직후 WEA측은 "그런 발언한 적 없다"며 급히 수습에 나섰다. 이런 해프닝을 통해 한 가지 확실해 진 것은 신학적으로 보나 관계로 보나 WEA는 한기총보다는 WCC와 더 가깝다는 사실이었다. WEA와 WCC, 로마 교황청이 공동으로 발표한 선교선언만 봐도 WEA가 지향하는 신학의 방향이 어디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WEA의 내년 총회를 앞두고 국내 언론들이 WEA의 선교와 신학, 지금까지 걸어온 사역의 여정들에 대해 일제히 보도하기 시작하면 WEA를 단순히 보수교단들의 연합체 정도로만 소개해 온 한기총이 밀려드는 반대 여론을 감당해 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회:이번 총회의 특징 중 하나가 총회 참석자들이 부산 지역 교회들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단 건데. 반응이 어땠나?
 
-해외에서 온 교회대표들은 한국교회를 배웠고, 한국교회 교인들은 세계교회를 배우는 기회가 됐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교인들은 모습은 달라도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고백하는 기독교인들이 있다는 사실에 많은 감동을 받는 모습이었다. 물론 해외교회 대표들도 성장한 한국교회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는 후문이다. 앞으로도 한국교회가 세계와 적극적으로 교류해 나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하지만 WCC 총회의 개회예배와 폐회예배가 성황리에 마친 것과는 달리 매일 아침과 저녁기도회에 참석하는 이들의 수가 적어 아쉬움을 남겼다. '오는 사람만 온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기도회가 무척 은혜로웠던 것에 반해 참석자가 저조했던 것이 아쉬웠다. 특히 지난 6일 열린 '한국교회와 함께 하는 수요기도회'에서도 해외교회에서 온 이들이 많지 않았고, 부산준비위원회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던 새벽기도회에도 고작 7명이 참석한 것은 예배하는 공동체라는 WCC의 명성에 오점을 남긴 게 아닌가 싶다. 다양한 예배를 준비하는 것뿐 아니라 참석률을 높이는 방안을 찾는 것도 WCC의 과제라고 본다.
 
사회:WCC가 재정적으로 상당히 어렵다는 보고가 있었는데.
 
-빛이 있으면 어두움도 있는 법이죠. 최근들어 WCC 본부의 재정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번 총회에서 재정위원회는 지난 2006년 4460만 스위스프랑이었던 수입예산이 올해는 3090만 스위스프랑으로 31%로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2006년의 총수입도 1999년 총수입에 비하면 이미 27% 감소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재정적으로만 보면 '에큐메니칼 운동의 겨울'이라고 할만한 상황이다. 이번 부산 총회를 진행하는데도 WCC본부는 한국교회에 재정적인 의존을 많이 한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재정이 위축된 상황에서 각 부서의 사업 축소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고, 이는 에큐메니칼운동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차기 총회 개최지로 독일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데 총회 개최시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재정 위기를 극복해 내는 일은 물론 WCC 본부만의 일이 아니다. 기독교의 중심이 남반구로 이동했다는 평가가 당연시 되고 있는 요즘, 한국교회의 기여도 보다 확대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WCC 제10차 총회가 다양한 평가 속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무엇보다 부산총회를 기점으로 에큐메니칼 운동에 있어서 새로운 지평이 열렸으며, 한국교회도 에큐메니칼 운동의 확산을 위해 보다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에큐메니칼 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교회가 한층 더 성숙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일동:수고하셨습니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