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향한 열망 안고 1만 1천km 달렸다

평화 향한 열망 안고 1만 1천km 달렸다

[ 선교-WCC10차총회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3년 10월 30일(수) 09:26
24일간의 순례 마친 '평화열차' … 한반도 평화통일 열망 전 세계에 알려
미국, 가나, 인도 등 전세계 15개국서 130여 명 참가
정차 지역 마다 심포지엄, 기도회 등 '평화마당' 개최
베를린-모스크바-이르쿠츠크-베이징-단동-부산.
 
   

【부산=표현모 차장】지난 10월 6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 '평화열차' 행사는 WCC 제10차 부산 총회를 앞두고 한반도 분단 60년의 고통과 남북간 긴장국면을 해소하고 한반도의 통일을 이루자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떠난 멀고도 먼 평화의 순례였다.
 
NCCK가 처음 한반도 평화의 열망을 알리기 위해 유럽과 아시아를 관통하는 기차여행을 계획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전세계의 에큐메니칼 인사들은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 '결국에는 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런 불가능한 일은 결국 성사됐고, 한국을 비롯해 독일, 미국, 스위스, 가나,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스웨덴, 인도, 말라위, 브라질, 뉴질랜드, 캐나다, 우크라이나, 호주 등 15개 국에서 20~70대의 다양한 연령의 참가자 130여 명이 평화의 여정에 동참했다.
 
이들은 평화열차가 정차하는 곳마다 가진 다양한 '평화마당 행사(심포지엄, 평화순례, 기도회)'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에 대한 세계교회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독일 베를린장벽의 관문인 브란덴부르크광장에서는 촛불을 밝히고 갈등과 아픔이 가득한 한반도에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가 임하기를 기도했다. 이 자리에서는 흥겨운 사물놀이를 통해 독일인들과 그곳을 방문한 세계의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렸으며, 참가자 전원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 평화통일의 하모니를 독일의 밤 하늘 아래 수놓기도 했다.
 
   


러시아의 모스크바와 이르쿠츠크에서는 러시아정교회 및 러시아 교회 관계자들과 함께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협력할 것을 재확인했다. 특히 모스크바에서 이르쿠츠크까지는 무려 94시간 동안 기차를 타며, 과거 한국의 가난한 농부들과 독립운동가들이 삶을 찾아 이곳에 정착해야 했던 아픔의 역사를 반추하기도 했다.
 
한달 가까운 긴 일정, 200시간에 가까운 긴 기차탑승 시간, '평화'라는 동일한 목표는 평화열차 참가자들간 끈끈한 동료애가 형성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 한 예로, 중국 베이징 입성을 앞두고 아프리카와 인도에서 온 평화열차 참가자 8명이 중국 비자를 받지 못해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게 되자 참가자들은 마지막 종착지인 부산에서 이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모금을 실시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평화열차 참가자들과 평화열차의 행진을 바라보는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무엇보다 평양 통과 여부였다. 평화열차를 기획한 NCCK는 다양한 루트를 통해 열차의 평양 통과를 타진했다. 그러나 평화열차 시작과 동시에 남북 정부간의 관계 경색으로 사실상 평양 통과가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평화열차가 한창 진행 중인 지난 14일 중국 심양에서 열린 북한 조선그리스도교연맹과의 회담에서도 평양 통과를 위해 협상이 진행됐으나 결국 남북 관계 경색이라는 큰 벽을 넘지 못하고, 참가자들은 베이징에서 단동으로 이동, 배편을 통해 지난 10월 28일 인천항에 도착해야 했다.
 
다음날인 10월 29일 땅끝교회(김운성 목사 시무)에서 감사예배를 드리며 23박 24일 여정의 막을 내린 평화열차는 한반도 평화통일의 열망을 세계에 알리고, WCC 10차 총회에 참가하는 세계의 기독교인들에게 동북아 평화 문제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만하다.
 
에큐메니칼 운동 1세대의 대표격인 故 오재식 박사의 생각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된 평화를 위한 기차 순례. '평화열차'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130여 명의 순례는 비록 끝났지만 아직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갈 길이 멀기에 평화를 열망하는 이들의 또 다른 행진은 멈추지 않고 계속 될 것이다.

평화열차, 세계 최장의 기차여행 코스
매일 함께 묵상하며 지구촌 위해 기도
 
   
▲ 베를린-모스크바로 가는 기차 안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는 참가자들
베를린에서 모스크바까지 27시간, 모스크바에서 이르쿠츠크까지 94시간, 이르쿠츠크에서 베이징까지 58시간. 독일에서 시작하여 1만 1천 여 km가 넘는 긴 구간을 달려온 '평화열차'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세계 최장의 기차여행 코스였다.
 
그러면, 이 긴 시간동안 평화열차에 탑승한 참가자들은 어떻게 시간을 보냈을까?
 
지난 8~9일 베를린에서 모스크바까지의 27시간 동안 기차 안에서의 첫 시간을 보낸 참가자들은 좁은 기차 안에서 평화열차 참가자들간의 대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에서 마련한 평화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지난 8일 독일 베를린에서 러시아 모스크바로 향하는 열차에서는 특히 6, 70대의 '어르신' 참가자들이 새벽 5시경부터 기상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며, 평화를 향한 열망을 표현했다. 청년들은 다양한 인종간 스스럼 없이 섞여 대화를 나누고, 자체적으로 다큐멘터리 제작을 시도하는 등 다채로운 활동을 전개했다.
 
특히 일별로 마련된 묵상자료를 통해 참가자들은 말씀 묵상, 나눔, 세계 각 나라의 어려움들을 함께 나누며 기도를 했다.
 
NCCK 평화열차소위원회 위원장으로 사전답사를 했던 경험이 있는 나핵집 목사(열림교회)는 "몇 달 전 미리 이 코스를 경험해봤지만 열차 안에서의 시간을 실제로 경험하면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은 것 같다"며, "독서와 사색, 참가자들과의 속 깊은 대화를 하다보면 지루한 줄 모르고 시간이 지나간다"고 말했다.
 
인도에서 참가한 힐초 엘렌 씨(마랄랜드복음교회 청년회 총무)는 "열차 안에서 친구들과 함께 대화하고 노래하고 기도하면서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며, "열차 안에서의 긴 시간이 걱정도 됐지만 친구들과 함께 행복한 추억을 만든 것 같아 행복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함께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좁은 통로, 길이 2m, 폭 1.5m, 높이 2.5m의 좁은 방을 3명이 나누어 써야 하는 극심한 공간의 제약 속에서도 참가자들은 서로 다른 취향, 서로 다른 언어, 서로 다른 습관들을 이해하며 '평화열차 속의 평화'를 만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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