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들, 교리문답에서 찾으라

잃어버린 것들, 교리문답에서 찾으라

[ 교계 ]

박경수
2013년 10월 18일(금) 13:28

종교개혁주일 특별기획

한국교회는 잘못된 신앙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교회의 뿌리마져 잊고 있다. 이러한 원인들로 인해 교인들이 이단 사이비 단체에 쉽게 빠져 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 결국 정통신앙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오는 현상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종교개혁 496주년을 맞이해 본보는 목회현장에서 점점 잃어가고 있는 신앙고백과 교리문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오늘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풀어갈 해답을 찾고자 특별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교리문답 교육, 신앙의 대잇기"
칼빈-제네바 교리문답 전체 55장 373개의 질문ㆍ답 구성,
매주 한 장씩 학습 주일에 회중 앞에서 암송
 
왜 종교개혁을 기념하면서 신앙고백과 교리문답을 논하는가? 그것은 신앙고백과 교리문답에 종교개혁의 정신이 가장 함축적으로 잘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늘 한국교회가 종교개혁의 유산인 신앙고백과 교리문답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종교개혁 496주년을 맞는 이때 한국교회가 종교개혁의 정신과 뜻을 바르게 이어가고자 한다면 잃어버린 보물인 신앙고백과 교리문답을 회복해야만 할 것이다.
 
종교개혁자들은 신앙고백과 교리문답을 통해 중세 로마 가톨릭의 신학과 실천을 비판하고 성경의 참된 진리에 기초한 신앙의 조항들을 체계화하였다. 루터와 그 동료들은 아우크스부르크 신앙고백(1530)과 루터의 교리문답(1529)을 통해 루터파 신앙을 표명하였고, 칼뱅과 그 동료들은 제네바 신앙고백(1536)과 제네바 교리문답(1545년 개정)을 통해 개혁파 신앙을 확립하였다. 이처럼 신앙고백과 교리문답은 항상 짝을 이루어 종교개혁의 정신을 천명하는 선언문이었다.
 
종교개혁의 유산인 신앙고백과 교리문답은 프로테스탄트 신자들이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도록 해주었으며, 바로 알고 바로 믿고 바로 살도록 인도하는 나침반의 역할을 하였고, 교회의 구성원들이 동일한 꿈과 비전을 가진 진정한 공동체가 되도록 결속시켜 주었다. 이처럼 신앙고백과 교리문답은 그리스도를 위해 군병으로 소집을 받은 신자들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무장이었다. 급격한 시류의 변화와 거친 탁류가 흐르는 이 시대에 우리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고자 한다면 우리는 신앙고백과 교리문답이라는 닻을 내려야 한다.
 
성경에서 신앙고백이 나오며 그 신앙고백을 보다 구체적으로 표명한 것이 교리문답이다. 교리문답(catechism)이란 질문과 대답의 형식을 통해 그리스도교 신앙을 고백하도록 하는 교육법이다. 문답식 교육방식은 소크라테스에 의해 사용되었으며, 그리스도교 전통에서도 아우구스티누스, 안셀무스, 에라스무스와 같은 사람들에 의해 애용되었다. 초대교회 시기에는 교리문답을 담당하여 가르치는 교리문답교사(catechist)가 있었다. 루터, 칼뱅, 녹스와 같은 종교개혁자들 또한 교리문답을 만들어서 문답교육을 실시하였다.
 
루터는 1529년 대교리문답과 소교리문답을 출판하였다. 이것은 루터가 작센의 여러 교회들을 순회 방문하면서 종교개혁 신앙이 제대로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못한 것을 목격하고서 충격을 받은 이후 그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열매이다. 교리문답서의 내용은 십계명, 사도신경, 주기도문, 세례, 성찬의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쩌면 조직신학적으로 정리된 책을 써 본 적이 없는 루터에게는 이것이 자신의 신학의 요약이 될 것이다. 루터는 자신이 쓴 모든 글들이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1525년 에라스무스에게 반대하면서 썼던 '의지의 속박에 관하여'(일명 자유의지론)와 '교리문답'만은 보존되기를 원했다. 루터는 자신의 교리문답이 설교의 기초가 되기를 바랐고, 특별히 가정에서 아버지들이 자녀들을 가르치는 책이 되기를 원했다.
 
칼뱅은 1536년 제네바 1차 사역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21개의 조항으로 이루어진 제네바 신앙고백(1536)을 출판하였다. 이것은 같은 해 3월에 출판한 <기독교강요> 초판을 요약적으로 제시한 것이었다. 제네바 2차 사역 기간에 개정한 제네바 교리문답(1545년 개정)은 전체 55장 373개의 질문과 대답으로 되어 있고 매주 한 장씩 학습하여 주일에 회중 앞에서 암송하도록 만들어졌다. 제네바 교리문답은 세례를 받을 어린이들이 필수적으로 학습해야 할 기독교 신앙의 요목이었다. 그 내용은 루터의 교리문답과 비슷하게 사도신경, 십계명, 주기도문, 말씀과 성례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교리문답 교육은 일종의 적응(accommodation)이다. 하나님께서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 인간의 수준에 맞추어 자신을 적응시키시듯이, 교사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교육해야만 한다. 교리문답 교육의 신앙의 대 잇기이다. 종교개혁의 신앙이 대를 이어 연결되기 위해서는 교리문답을 통한 신앙의 전승이 중요하다. 이것이 잘못되면 교회의 미래가 어두워진다. 교리문답 교육은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의 일치를 확립하는 수단이다. 동일한 공동체의 지체들이 같은 신앙으로 연결되고 이어지기 위해서 교리문답은 필수적이다.
 
한 가지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개혁교회 전통은 신앙고백과 교리문답에 있어서도 개방성을 인정한다. 다시 말해 신앙고백과 교리문답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로마교회나 루터교회는 하나의 신앙고백과 교리문답만을 가지고 있지만, 개혁교회는 다양한 신앙고백과 교리문답을 가지고 있다. 스위스 신앙고백(1536), 프랑스 신앙고백(1559), 스코틀랜드 신앙고백(1560), 네덜란드(벨기에) 신앙고백(1561), 하이델베르크 신앙고백과 교리문답(1563), 도르트 신앙고백(1618~19),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과 교리문답(1647), 그리고 한국의 21세기 대한예수교장로회 신앙고백(2001)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의 상황에 맞는 신앙을 고백하고 교리문답 교육을 실시한 자유를 지닌다.
 
스위스 신앙고백을 작성한 하인리히 불링거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우리는 이 조항들을 통해 모든 교회가 단 한 가지 신앙의 규칙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우리는 우리의 신앙고백과 다른 표현을 쓴다 하더라도 성경에 동의하는 교회가 있다면, 그 교회에 동의할 것이다. 우리는 모든 이에게 자신의 교회에 맞는 자신만의표현을 쓸 수 있는 자유를 주기 원한다."
 
칼뱅도 제네바 교리문답의 서문에서 "이론적으로는 모든 교회에 단 하나의 교리문답 양식이 있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여러 이유 때문에 각 교회가 자기 교리문답을 가지지 않을 수 없으므로 우리는 거기에 대해 너무 격렬하게 반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것이야말로 개혁교회 전통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며 유연성이다.
 
이제 우리가 오랫동안 잃어버리고 지냈던 종교개혁의 진수인 신앙고백과 교리문답 교육을 회복하자. 목회자들도 종교개혁의 유산인 신앙고백 설교에 도전하고 교리문답 교육을 실시해 보자. 다시 시작하자면 쉽지는 않겠지만 꾸준히 그리고 차근차근,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소통의 방법으로, 말과 노래와 연극과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신앙고백과 교리문답 교육을 시도해 볼 것을 제안한다.
 
박경수(장로회신학대학교, 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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