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푸드 국제대회, 음식과 영성

슬로푸드 국제대회, 음식과 영성

[ 교계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3년 10월 14일(월) 16:26

2013 아시오 구스토(Asio Gusto) 슬로푸드국제대회가 지난 1~6일 남양주 체육문화센터에서 열려 농업과 먹거리의 중요성 및 가치를 재확인하게 했다. 이번 열린 대회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리는 살로네 델 구스토, 프랑스의 투르에서 열리는 유로 구스토와 더불어 세계 3대 슬로푸드 국제대회 중 하나. 이번 대회에는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에서 40여 개국이 참가해 농업과 먹거리 현실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농업과 음식을 지키기 위한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진행된 다양한 컨퍼런스 중 종교계가 참가한 '음식과 영성, 그리고 깨달음'이라는 주제의 컨퍼런스가 열려 음식 속에 깃든 영성을 탐구하고, 실생활에 적용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필자 주>
 
지난 4일 슬로푸드국제대회가 열린 남양주 체육문화센터의 컨퍼런스 홀에서는 '음식과 영성, 그리고 깨달음'이라는 주제로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나보다 큰 내 몸'이라는 주제로 감리교의 이현주 목사가 강의했다.
 

   

# 생명의 밥으로 오신 예수님
 
이날 컨퍼런스에서 이현주 목사는 "우리는 흔히 우리가 생명의 주인이라고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생명이 나를 살게 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며, "예수님께서는 내가 생명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다르게 비유하기를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그 가지라고 하셨다. 나무가 있어 나뭇가지가 있는 것이다. 내가 생명을 경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수님께서 빵과 포도주를 함께 나누시면서, 이게 내 살이요, 피다. 그러니 당신들이 빵과 포도주를 먹는 것이 바로 나를 먹는 것"이라며, "내가 밥을 먹으면 밥은 내 안에서 완전히 소화되어 자기가 없어지는 것처럼, 예수님을 먹으면 예수님은 내 안에서 완전히 소화되어 나를 변화시킨다. 한마디로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 목사는 "우리가 아침에 먹은 그 밥, 물, 이게 바로 하늘과 땅과 사람, 그 거룩한 에너지가 한 톨의 쌀 안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예수님께서는 너도 할 수 있으면 누군가의 밥이 되어라 하고 우리에게 말씀하신다는 것을 기억하자"고 권면했다.
 
# 걸으며, 먹으며 하나님 생각
 
이날 행사장 한 쪽에서는 기독교의 '밥과 영성, 음식에 대한 깨달음' 행사가 진행됐다. 이 행사는 종교환경회의가 주관한 것으로 기독교에서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참여해 행사를 진행했다. 각 종교별로 종교의 전통과 신앙을 담아 매일 각 종교가 호스트가 되어 진행된 행사는 4일에는 기독교 주관으로 열려 타종교 교인들도 체험에 참가하기도 했다.
 
이날 프로그램 전반을 인도한 조언정 목사(한국기독교 농목연대 대표)는 '천지창조'를 주제로 그림 묵상과 걷기명상을 통해 자연 속에서 음식을 주신 하나님, 음식이 만들어지기까지 헌신한 노고, 자신의 생명을 우리에게 주어 우리의 피와 살이 되는 헌신을 한 다른 생명체들을 묵상하며,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들이 하나님, 이웃, 그리고 나의 영혼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묵상 체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약 20분 간 숲 속을 걸으며 마음 속으로 기도를 올렸으며, 중간 중간 잠시 멈쳐서 조 목사의 인도대로 그림을 명상했다.
 
걷기 명상 후에는 기장 총회 소속 김진 목사의 인도로 밥상 예식이 진행됐다. '일상의 밥상, 기억과 감사의 성만찬'을 부제로 진행된 이날 예식에서는 '지금도 창조하고 계시는 하나님에 대한 기억과 감사', '육체 노동을 통해 이 음식을 생산한 이들과 만든 사람들에 대한 기억과 감사', '우리 몸이 성령의 거하시는 성전임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시간 중에는 유기농으로 만든 식탁을 함께 나누며 밥 먹는 행위에서부터 설겆이를 하는 행위까지의 모든 행동이 영성과 직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밥알 한알 한알을 삼키면서 하나님과 이웃, 내안에 거주하시는 성령을 의식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식탁을 대했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조언정 목사는 "밥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미각을 자극하고 우리의 배부름만을 위한 육체의 행위가 아닌 나의 전 존재, 더 나아가 하나님과 이웃, 그리고 땅 속의 벌레, 그리고 미생물까지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감사하는 영적 행위"라며, "기독교인으로서 이러한 점을 의식하고 식사하는 문화가 형성된다면 이 사회와 국가가 변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조상식 장로(총회 사회봉사부 간사)는 "이번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밥에 관련된 기독교의 깊은 영성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감사하다"며, "이번 총회에서도 생명밥상, 빈그릇 운동을 전개하는 만큼 교단의 모든 교인들이 식탁을 대할 때마다 예수님의 은혜와 이웃에 대한 사랑, 모든 피조물과 더불어 사는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피력했다.

슬로푸드 운동이란?
'슬로푸드(Slow Food) 운동'은 1986년 이탈리아 브라(Bra)라는 마을에서 시작되어 전세계로 퍼져 나간 농업, 음식 운동이다. 미국의 패스트푸드 기업인 맥도날드사가 이탈리아 로마에 진출하려 하자 카를로 페트리니와 그의 동료들은 전통음식을 밀어내고 맛의 획일화를 강요하는 자본에 저항하기 시작하면서 슬로푸드 운동을 전개했다. 현재는 150여 개국에서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자본을 앞세운 글로벌 기업 식품 기업에 의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단절되어 가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사라져가는 전통적 먹거리를 지키기 위한 농민들과 지식인들의 연대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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