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교단 총회, 한기총에 "철퇴"

장로교단 총회, 한기총에 "철퇴"

[ 교계 ]

박성흠 기자 jobin@pckworld.com
2013년 10월 10일(목) 10:42
합동 '행정보류' 합신 '한교연 가입'
 
한국교회가 당면한 여러 가지 문제들 중에서도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문제는 복잡한 정치논리를 떠나 상식과 몰상식의 차원에서 이해하는 것이 좋다. 2013년도 9월에 치러진 장로교단 총회에서 한기총에 대해 내려진 철퇴는 그런 차원에서 접근이 가능하며, 한국교회 보수교단 연합사업 구도에 미칠 영향도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예장합동 총회는 지난 제98회 총회에서 "한기총과의 행정을 보류한다"고 결의해 주목을 받았으며, 예장합신 총회(총회장:이철호)는 이번 총회에서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박위근)에 가입하기로 결의했다. 예장합동과 예장합신 두 총회는 규모 면에서나 정통성 면에서 한국 장로교회의 본류로 인식되는 교단이어서 두 총회의 한기총과 한교연에 대한 결의는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합동총회가 선택한 '행정보류'는 교단 산하 18개 노회의 헌의가 받아들여진 결과다. 진주노회를 비롯한 18개 노회는 한기총에 대해 △탈퇴 △행정보류 △해체운동 등으로 헌의를 올렸다. 1개 노회가 한기총 탈퇴 반대를 헌의했지만 대다수 노회의 헌의가 받아들여졌다. 이밖에도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오늘날 한기총과 한국교회 보수진영 연합운동을 추락시킨 홍재철 목사에 대한 면직 출교 헌의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행정보류'는 탈퇴 직전의 강력한 조치여서 주목된다. 예장합동 총회가 발행하는 '기독신문'은 "행정보류는 총대나 위원 파송, 회비 납부, 각종 회의 참여 등 행정적인 절차 일체를 보류한다는 것으로, 일시적 회원관계의 단절 혹은 사실상 탈퇴를 의미한다"면서 "행정보류를 선언했기에 대표회장 이하 모든 교단 소속 임원이나 위원장들도 철수해야 한다"고 보도하고 있다.
 
합동총회가 이같은 초강수를 둔 배경은 "한기총이 그동안 보여준 행보가 매우 잘못됐다는 것을 총대들이 공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해관계에 좌우되고 이단시비에서는 그동안 한국교회가 지향해온 통상적인 절차와 결과를 무시하고 뒤집는 결론을 내려 회원 교단들의 분노를 샀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독신문은 "탈퇴가 아니라 행정보류를 한 것은 오늘의 한기총이 있기까지 역할을 했던 교단의 애정 때문"이라고 전하면서 한기총에 대해서도 "행정보류를 한 교단의 의중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한 회기동안 이단 문제 정리 및 연루자 처벌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만일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총회는 내년에는 한기총을 탈퇴할 수 밖에 없다는 정서가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예장합동에 앞서 예장합신은 이미 지난해 2012년 총회에서 한기총의 탈퇴를 논의한 바 있으며 올해 총회에서는 탈퇴결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지난해 격론을 벌인 끝에 내린 결론은 1년더 연구하고 지켜보자는 것. 예장합신은 그러나 1년간 지켜본 교단의 애정에도 불구하고 한기총이 보여준 실망스러운 결과에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합신 총회는 오히려 한 발 더 나아가 한교연 대표회장 박위근 목사가 요청한 한교연 가입에 대해 "절대 다수의 찬성"으로 가입을 결정했다.
 
한교연에 따르면 교단가입실사위원회에 가입 심사를 요청한 교단은 예장합신 외에도 몇 개 교단이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교회 보수교단의 연합사업 지형이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되는 정황들이 잇따라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이단놀음에 빠진 한기총을 이탈하고 어쩔 수 없이 분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한교연에 힘이 실리는 현상은 당분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한기총에서 탈퇴하거나 행정을 보류한 교단은 본교단을 비롯해 예장합동과 예장고신 예장백석 예장대신 예장합신 기성 예성 침례교 기하성 등으로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교단 대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한교연에 가입한 교단은 본교단을 비롯해 모두 34개 교단이며 기하성 교단은 한기총과 한교연에 이중멤버십을 유지하고 있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