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으로 본 제98회 총회

기자의 눈으로 본 제98회 총회

[ 교단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3년 09월 16일(월) 15:04

주요 이슈를 보려면, 폐회까지
 
'민감한 이슈는 뒤로'라는 공식은 매년 총회에서 답습됐던 좋지 않은 관례다. 올해 총회에서는 집행부가 정치적 입장과 상관없이 총회 회무 스케줄에 따라 진행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회 최대 이슈인 교회세습 방지 법제화 관련 청원건이 있었던 정치부 보고와 총회연금재단의 보고는 각각 예정된 일자와 시간에 완전보고를 하지 못하고 결국 마지막날 회무시간에 다시 다뤄졌다.
 
첫날 부총회장 선거시 재석인원이 1478명이었던데 반해 교회세습 방지 법제화 청원권을 다룰 때의 재석인원은 1033명, 연금재단 사무국장의 인준건을 다룰 때의 재석 인원은 901명으로 줄어든 상태였다. 그나마 이번 총회가 3박4일로 단축되어 진행됐고, 마지막날 회무도 오후 회무만 진행하는 일정이어서 마지막날 재석 인원이 평년에 비해 많았던 것은 다행스러운 점이었다.
 
많은 총대들은 마지막날 폐회를 앞둔 상태에서 논의가 진행되면 충분히 토론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많은 수의 총대가 자리를 비워 교단 전체의 뜻을 대변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표현모 hmpyo@pckworld.com


절반의 영광 페이스북 보도
 
기독공보는 이번 총회에서 처음으로 페이스북을 통해 총회실황을 보도하는 서비스를 했다. 기독공보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좋아요'를 누른 1700여 명의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3박4일간 일정의 총회 진행상황에 대한 뉴스 54건이 전달됐다. 신문사가 공식 페이스북 계정으로 3박4일간 일정의 행사를 실시간으로 보도한 것은 본보가 처음인 것으로 보인다.
 
'페친'들은 총회의 중요 상황이 거의 실시간 보도되는 것에 환호했으며 뉴스를 본 사용자들은 자신의 '페친'들과 공유했으며, 뉴스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함으로써 양방향 소통이 이뤄진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기독공보의 총회실황 페이스북 보도는 한편으로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하지 않는 독자들에게는 일절 기독공보의 뉴스서비스가 이뤄지지 않은 단점도 드러났다. SNS를 이용하지 않는 한 독자는 "기독공보 홈페이지에서 총회기간 중 결의된 중요 뉴스가 보도되지 않고 있다"며 항의하는 일도 있었던 것. '절반의 열광'이라는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이미 활성화되어 있는 인터넷 홈페이지와 모바일뉴스서비스에서도 동일한 뉴스서비스가 병행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박성흠 jobin@pckworld.com


학연 지연 따라 편가르기 여전
 
"회계도 장로, 서기도 장로님이 하는 건 너무하지 않습니까?"
 
98회 총회 이튿날 오후, 상임부서 및 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각 부서의 신임 임원과 실행위원들을 선출해 한 회기의 비전과 일정을 살피는 자리다. 하지만 일부 부서는 출발부터 삐걱 거렸다. 자리를 놓고 쟁탈전이 치열하다. 입에 담지 못할 고성이 오간다. 전례, 학연, 지연에 따라 제각기 편을 나누기 시작한다. 심지어 상대방의 희생을 강요하며 인신모독도 서슴지 않는다. 감투싸움의 종점은 아픔과 상처일 뿐이다. 우리 총회의 상임부서 및 위원회의 현주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자리에서 한국교회와 총회를 섬길 총대들의 비전과 각오, 능력과 점검은 찾을 수 없다. 감투가 독이 됐다. 매년 총회에서 반복되는 감투싸움이 부작용과 한계를 불러왔다.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
 
K 총대는 "부총회장 선거뿐만 아니라 상임부위원장의 선출 과정도 변화가 필요하다"며, "정책 총회를 위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감투 쟁탈전', 총회 정치가 성숙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풀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로 보인다.
 
임성국 limsk@pckworld.com


주워 담을 수 없는 말 조심
 
이번 총회는 어느 총회보다 총대들의 성숙한 발언과 토론으로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 낸 사안들이 많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부 총대들의 신중치 못한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특정교단을 지칭하며) WCC 제10차 총회를 방해했으니, 우리도 WEA 총회를 방해하자"라고 발언한 총대, 목회자 세습 찬반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구약시대에 하나님이 통치하시고, 후에 예수님이 33년 통치했다"고 발언한 총대, 총회 산하기관 대표가 인사하러 나오자, "내가 그 기관의 관련 행사를 찾았을 때 발언 시간을 1분 밖에 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발언 시간을 조금만 주자고 말하려 했다"고 발언한 총대 등 모두가 공감을 얻어내지 못하고 심지어 항의를 받았다.
 
이밖에도 여러 사려깊지 못한 발언들이 총회 생중계를 통해 그대로 노출되면서 이미 누리꾼들에 의해 인터넷상의 우스갯소리로 전락했다. 말은 한번 내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다. 보다 성숙한 총회를 위해 발언 문화의 개선을 기대해 본다.
 
신동하 sdh@pckworld.com


시청각교육도 무위
 
여성위원회 신설 및 여성총대 증원 등 양성평등의식 확산을 위한 홍보 동영상이 총회 회무 둘째날 오전에 상영됐다. 총회여성사역개발연구모임은 수차례에 걸친 논의를 걸쳐 이날 처음 공식석상에서 공개됐다. 4분 가량의 동영상에는 여성들도 '남성'들과도 다를 것이 없다는 것과 교회 정책과정에서도 여성참여가 활발해져야 하는 당위성, 그리고 여성을 목회의 파트너로 인정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이번 총회에서는 교단 내 여성위원회 신설 및 여성총대 증원의 의무화 안건 등이 논의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총대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그러나 상영 후 회의장은 조용했다. 여성사역개발연구모임 서기 김혜숙 목사는 "이후에도 어떤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어느정도 총대들의 의식을 전환하는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거나 결과적으로 여성위원회 신설은 가결됐지만 정작 여성총대 증원 건은 여지없이 무너졌고 여론도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 주도적이었다. "여성 총대는 경험도 없고, 인력만 낭비"라는 한 총대의 목소리에 여성안수 20주년을 맞이하는 내년에도 1%의 장벽을 넘을 수 있을지 눈앞이 캄캄할 뿐이다.
 
최은숙 ches@pckworld.com


'견학하고 싶은 총회'로 UP
 
친환경 총회로 기록된 제98회 총회에 대해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한 기자는 "다른 교단 총대들이 통합 정기총회를 견학했으면 좋겠다"면서, "총대들은 질서정연하고 회무진행은 무척 깔끔하고 신사적이다"라고 평했다. 이 기자는 다른 교단의 정기총회를 취재해 보면 시종 싸움구경을 하는 일이 많은데 예장 통합 총회의 정기총회는 총대들이 서로를 배려하고 예의를 지키는 모습이 늘 보기 좋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실내 온도를 26도로 맞추고 넥타이를 푼 채로 회무에 임하는 모습도 보기 좋다는 평이 나왔다.
 
하지만 칭찬에 인색한 기자들조차도 '모범 총회'로 인정한 이번 총회 회무 중 교회세습반대 피케팅을 하던 시민단체 관계자들 사이에 벌어진 충돌은 옥의 티였다. 회의 장소인 명성교회 일부 봉사자들이 총회 첫째날과 셋째날,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 관계자들의 피켓 시위자들과 질서문제를 이유로 충돌을 빚었다.
 
장창일 jangci@pckworld.com


공천, 바늘구멍 통과 위해
 
총회 때마다 벌어지는 공천 논란은 이번 총회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정된 자리에 가고 싶은 총대들은 많다보니 결국 그 자리를 두고 서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상황이다. 제98회 총회에선 연금재단 이사 공천을 비롯한 법리부서 공천과 본보 이사 공천을 두고 본회의에서 설전이 벌어졌다.
 
특히 연금재단 공천에 대해선 총회 일정 4일 중에 3일간 논란을 벌이는 등 지리한 공방이 이어졌다. 자신들이 공천한 이사가 옳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들의 욕심의 발로로 볼 수밖에 없었다. 헌법위원회와 재판국 등 법리 부서 공천과 본보 이사 공천도 여기에서 예외일 수는 없었다. 법리 부서 공천 논란은 지역 안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 대한 지적이었고 본보 이사 공천 논란은 목사와 장로 비율이 맞지 않는데 대한 지적이었다.
 
몇 해 전 총회에선 공천위원회 임원들과 소위원들이 '깨끗한 공천'을 선언하고 스스로 중요 부서와 산하 기관에 들어가지 않겠다며 공천 개혁을 추진한 때도 있었다. 그러나 제98회 총회에선 결국 공천에 대한 총회 총대들의 '욕심' 때문에 '깨끗한 공천'이 좌절되고 말았다.

김성진 ksj@pck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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