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은 교회 이미지 실추의 주범, 꼭 막아야"

"세습은 교회 이미지 실추의 주범, 꼭 막아야"

[ 교계 ]

김동호 목사
2013년 08월 26일(월) 14:27

담임목사 세습,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교회 담임목사 세습 관련 논의가 이번 제98회 총회의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본보는 지면을 통해 목회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본다.  <편집자 주>

필자는 1971년도에 신학대학교에 입학하였다. 당시에는 정원이 20명에 불과했었는데도 고작 12명이 지원해 이른바 '미달'이 되어버렸다. 바로 그 해에 출석하던 교회에서는 장로 선거가 있었다. 장로로 피택된 집사님 한 분이 자기는 장로 못한다고 고사하다가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은 다른 교회로 가버렸다.
 
요즘은 신학대학교에 입학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렵단다. 신대원 입시에 재수는 필수고 삼수, 사수를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목사와 마찬가지로 교회마다 장로선거도 과열되어 서로 되겠다고 운동을 하는 판이다. 옛날에 교회는 참 가난하고 어려웠다. 가난하고 어려운 교회의 목사와 장로가 된다는 것은 정말 십자가를 지는 일이었다. 그래서 신학교는 미달되는 것이었고, 장로 피택을 받고는 도망해야 했던 것이다.
 
하나님의 은혜로 모든 교회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꽤 많은 교회가 부흥하고 성장하게 되었다. 몇 백 명만 출석하는 교회의 담임목사와 장로가 되어도 옛날 목사님들과 장로님들이 실제적으로 감당해야 할 십자가는 없어졌다. 오히려 권한과 권력이 생겨났다. 큰 교회와 대형 교회의 담임목사와 장로의 권한과 권력은 세상적인 권력과 권한에 못지않다. 아니 오히려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다.
 
담임목사 세습도 이와 같은 맥락 속에서 그 이유를 찾아 볼 수 있지 않을까? 특별한 한 두 예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누구도 가지 않으려고 하는 개척 교회나 농어촌 교회에서 세습이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초대형 교회로부터 세습이 시작된 것을 보면 핑계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저런 핑계를 하고 변명을 하지만 낯간지러운 소리에 불과하다. 세상 사람들이 이와 같은 초대형 교회(요즘은 이렇게 불러도 좋을 만큼 규모가 큰 교회가 제법 많다)의 담임목사 세습을 보며 하는 말이 있다. '김일성과 재벌총수와 대형교회 담임목사가 꼭 닮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비아냥거리는 세상 사람들의 말은 그냥 무조건 교회에 대하여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진 '안티 기독교' 성향의 사람들이 가벼이 하는 말과 생각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냥 '에이 나쁜 놈들'하고 괘념치 않아도 될만한 수준의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에 벌어져 세인들에게도 회자된 대형 교회의 담임목사 세습은 세상과 세상 사람들게 교회의 이미지와 위신을 아주 심각하게 실추시켰다. 세상 사람들이 교회를 손가락질꺼리로 삼게 하였다. 사람들은 한국교회를 '수준 낮은 미개한 집단'이거나 '자기 욕심에 대하여는 믿음이 없는 사람들보다 더 무서운 사람들'이라는 매우 좋지 못한 인상을 아주 깊게 심어주었다.
 
교회의 세습은 세상에 대하여 하나님을 믿고 사는 사람들, 크리스찬으로서의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하도록 했다. 기독교인들은 세상에서 구별되어 비기독교인보다 더 윤리적이며, 더 정직하고, 더 정의롭게 보이기는 커녕 오히려 더 비윤리적이며 더 부정하다고 느끼게 할만큼 세상은 기독교인과 교회에 대한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다. 교회를 다니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고 위험하다고 느끼는 것이 요즈음 교회에 대한 세평이다.
 
하지만 이와같은 부정적인 인식에도 불구하고 세습을 감행하는 소위 '대형 교회'는 그 영향을 받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다. 그래서 많은 대형 교회는 세상에 대하여 어리석으리만큼 오만한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대형 교회의 그 오만함 때문에 작은 교회들이 받는 영향은 치명적이다.
 
"우리같은 작은 교회들은 수년간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자하고 온 교인들이 함께 모든 정성을 다해 지역사회에서 교회의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려 애쓰는데 '어디에 무슨 큰 교회가 세습을 했다더라'는 한 마디에 수년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 사력을 다해 교회에 좋은 인상을 갖게 했는데 한순간에 냉담하고 싸늘한 눈길이 되돌아 온다."
 
작은 교회의 목사들은 대형 교회의 헛발질 한 번에 무너지는 가슴을 쓸어내려야 하는 것이다.
 
요즈음의 한국교회는 비탈길에서 미끄러지고 있는 형국과 그 모습이 닮아 있다. 한국교회는 급격히 쇠퇴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쇠퇴의 첫 걸음을 딛게 된 원인이 있다면, 나는 그것이 대형 교회의 담임목사 세습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기업 총수가 회사를 아들에게 물려주어도 혀를 차는 것이 세상 사람들의 인지상정일진데 바로 우리 동네에 있던 교회가 담임목사직을 아들에게 물려준다는 소리를 듣는다면 사람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대기업 총수 일가에 비길 바가 못된다.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수준의 부자세습을 떠올릴 것인데 어떻게 부흥하고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겠는가?
 
부흥에 목마른 한국교회가 다시 회복되기 위해서는 교회의 담임목사 세습부터 막아야 한다. 타 교단에 비해 아직 건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본교단 총회가 이 일에 앞장 서주기를 기대한다.
 
김동호 목사/높은 뜻 연합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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