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 법제화는 소명 침해 우려, 신중해야"

"세습 법제화는 소명 침해 우려, 신중해야"

[ 교계 ]

임채수 목사
2013년 08월 26일(월) 14:22

담임목사 세습,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교회 담임목사 세습 관련 논의가 이번 제98회 총회의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본보는 지면을 통해 목회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본다.  <편집자 주>

'담임목사 대물림 방지법'이 금번 총회의 중요한 이슈가될 전망이다. 그동안 세반연을 비롯해서 몇몇 분 들이 세습 문제에 대하여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총회의 법조 분야에서 일해온 분들 중에서는 이에 대하여 의견을 개진한 예가 거의 없는 듯하다. 이 문제에 대하여는 냉정한 법적 고찰이 필요하여 본인의 의견을 피력해 보고져 한다.
 
세습(世襲) 과 청빙(請聘)
 
대체적으로 자식의 후임목사 승계를 담임목사 세습으로 쓰고있는데, 이는 정확한 어법이 아니다. 세습이란 일정한 자격 요건과 상관없이 오직 혈통을 통해 특정의 권력이나 지위가 자식에게 계승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긍정의 힘'의 저자인 조엘 오스틴(J.Osteen)은 아버지의 지명에 따라 그 어떤 정당한 절차도 거치지 않고, 당시 6000여 명 교인의 레이크우드 교회 담임목사직을 세습하였다. 당시 그는 정규 신학교육을 받지도 않았고 또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안수 받은 목사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는 아버지의 지명으로 담임목사가 된 것이다. 그야말로 그는 담임목사직을 세습한 것이다. 그러나 목사의 지위는 아버지의 지명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자격에서부터 시작한다. 목사자격을 얻으려면, 교단 헌법이 명시한 정당한 과정과 절차를 거쳐야 한다. 먼저 하나님의 부르심(召命)을 받아야 하고 일정한 교육과정과 실습을 거쳐 총회 목사고시를 패스하여 해당교회의 청원에 따라 안수를 받고 목사가 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부르심이다. 아버지의 강요로 콜링이 되는 것이 아니고, 오직 하나님의 뜻에 따라 부르심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목사의 자격은 부모의 의사에 따라 혈통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소명과 그에 따르는 합당한 절차를 거쳐 주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소정의 자격에 공정한 법 절차를 따른 청빙이라면 이를 세습이라고 부르는 것은 옳지 않고, 마땅히 청빙이라 불러야 한다. 
 
자식의 담임목사직 승계를 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가?

세습방지법은 혈연에 의한 지위와 부와 기회의 독점을 막자는 데 있다. 그러나 담임목사의 자녀라는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지원 자격마저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왜냐하면, 피선거권은 국민(교인)의 기본권으로서 어떤 일이 있어도 침해되어서는 않되는 국가헌법의 요구조건이기 때문이다. 또한 민주주의 사회의 기회균등 원칙과 절차적 공정성 원칙에 어긋나는 또 하나의 차별이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연좌제를 거부하고 개인주의를 표방한다.(겔 18:2~4.) 그러므로 문제를 삼으려면 개인의 신앙과 능력과 자질을 문제 삼아야지 그 부모와의 연관성을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 더 나아가 기회의 균등, 절차의 공정성, 지위와 자격, 그 모든 것을 초월하여 하나님의 마음에 합하는 사람이 누구냐(?)가 더 중요하다.(삼상16:7.) 그러므로 일정한 자격 조건이 갖춰진 자라면 누구에게든지 기회의 문을 열고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절차적 공정성이 필요한 것이다.
 
한번 법이 만들어지면 선택의 여지가 없이 일률적인 적용을 강요받게된다. 교인들은 농어촌의 미 자립 교회의 경우는 승계의 차원을 넘어 세습을 해도 문제삼지 않고 오히려 박수를 보낸다. 일단 법이 만들어지면 그길 마저도 봉쇄돼버리고 만다. 그러므로 법으로 규제하는 일은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개교회의 자치권

장로교회는 개교회의 자치권을 존중한다. 장로교회는 위계적(位階的) 구성원칙에 따라서 당회, 노회, 총회로 조직된다. 그중 가장 중요한 치리회는 기본 치리회인 당회이다. 당회의 통치는 결코 다른 것에 의하여 간섭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상회의 권위로도 개교회의 자치를 침해할 수 없다. 후임자 선정은 기본 치리회인 당회와 교회의 고유권한이다.(헌법 정치 제5장28조2항) 이 권한에 대하여는 어느 누구도 간섭할 수 없고 침해할 수도 없다. 만약 총회에서 개 교회의 후임자 선정에 관하여 법적 규제장치를 별도로 가한다면 기본치리회인 당회의 고유권한을 빼앗는 결과가 오고 만다. 국회는 입법기관이긴 하나 모법을 제한하거나 반하는 결의는 할 수 없다. 이는 총회의 경우도 마찬가지 이다. 그러므로 후임자 선정에 관하여 법적 규제장치를 별도로 가하는 일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법적 절차상의 문제점

우리 헌법에는 개정된 법은 삼년간은 개정할 수 없도록 돼 있다.(헌법 정치 제16장 102조 5항) 우리 총회는 2010년 제 95회 총회에서 헌법 정치와 권징조례 그리고 헌법시행규정등을 전면 개정하기로 하고 헌법개정위원을 선임하여 3년간의 연구 끝에 2012년 제97회 총회에서 개정안을 받기로 결의하고 전국 65개 노회의 수의를 거쳐 2012년 12월 16일 총회장이 공포하여 시행하게 되었다. 기 공포된 개정안은 정치, 권징, 헌법시행규정등의 전면 개정이기에 현재로서는 어느 한 조항도 손을 댈 수 없는 형편이다. 헌법 개정은 중요한 사항이므로 법적 절차를 뛰어 넘을 수는 없다.
 
상기 사항들을 감안하여 금번 총회에서 적법하고도 신중한 결정이 있기를 바란다.

임채수 목사/전남노회장 전 총회 규칙부장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