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유혈사태 속 교회 피해 급증

이집트 유혈사태 속 교회 피해 급증

[ 교계 ]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3년 08월 26일(월) 10:54
방화ㆍ기독교인 살해 등 테러 이어져
현지 사역자들 기도 요청
 
   
▲ 교회를 불태우는 반군들

이집트 군부와 무슬림 형제단 사이에서 촉발된 갈등이 지난 14일 이집트 과도 정부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후 최악의 유혈 사태로 치닫고 있다. 특히 극도의 충돌 속에서 이집트의 교회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어 전 세계 교회들의 각별한 관심과 기도가 요청되고 있다. 이집트의 기독교는 콥트교회가 대부분으로 현재 이집트의 기독교인 인구는 830만명에 달하며 이는 전체 인구의 10%에 달하는 수치다. 2000년에 가까운 유구한 전통을 지닌 콥트교회는 사도바울과 전도여행을 했던 마가가 이집트 북부 항구도시인 알렉산드리아에 교회를 세운 것이 시초로 이슬람권에서 오랜 박해를 받으면서도 많은 수도원과 이집트어 성경 등을 신앙의 유산으로 남겼다.
 
중동권 기독교 위성방송인 SAT-7(www.sat7.org)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소요 사태로 이집트 전역에서 40여 개의 교회와 3개의 성서공회 소속 기독교서점을 비롯해서 3개의 기독교학교가 방화로 전소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인 무슬림 형제단이 주도한 가운데 자행되는 기독교에 대한 탄압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된 이후 콥트교도들이 반군세력의 공격으로 숨지는 일이 이어지고 있으며, 한 콥트교 학교를 방화한 반군 세력은 교직원 2명을 성추행하기도 했다.
 
반군이 표적을 삼은 콥트교도들의 거점은 고아원으로도 확산되고 있어 추가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형편이다. 하지만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콘트교회와 군부의 결탁을 공격의 이유로 들며 공격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무르시 지지자들이 "콥트교인들이 군부의 편을 들어왔고 반대급부로 군부로부터 보호를 받아왔다"면서,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이 무르시 대통령의 축출을 선언하는 자리에도 콥트교 교황인 타와드로스 2세가 참석했을 정도로 둘의 관계가 부적절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16일 콥트교회가 "무장 폭력 단체와 검은 테러에 대항하는 군과 경찰의 투쟁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불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 돼 버렸다.
 
히브리대 정치학 박사인 이강근 목사(본교단 파송 이스라엘 선교사)도 이집트의 기독교인들이 큰 탄압을 받고 있는 이유 중에는 과거 군부와의 밀월관계가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강근 목사는 "독재자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축출된 것은 이집트 민주화에 대단한 성취였는데 이 역사를 이끈 이들이 결코 조직적이지도, 정치경험도 없다보니 결과적으로 민주화 물결에 무슬림 형제단이 편승해 정치 전면에 나서는 결과를 낳았다"면서, "이후 정권도 자연스럽게 무슬림들이 독차지했지만 지난 1년 간 국민들에게 큰 실망만을 안겨주고 말았고 결과적으로 무슬림 형제단을 도왔던 이집트 군부도 이들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강경진압에 나선 것이다"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이집트의 교회들에 대해 이 목사는 "문제는 무슬림과 군부 간에 벌어진 갈등 속에 교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인데 그 근원에는 독재정권으로 부터 교회가 보호를 받아왔던 역사가 놓여있다"면서, "그동안 이집트의 군부정권은 이슬람 세력을 압박하면서 대신 소수계인 기독교인들을 도우면서 지지기반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다보니 지금과 같은 일촉즉발의 갈등상황에서 교회가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 시점에서 이집트의 상황이 호전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제사회마저도 이슬람 세력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군부를 내심 지지하는 형국이다. 결국은 군부가 이 사태를 진압하고 다시 독재자였던 무바라크 전 대통령 시절로의 회기를 은근히 부추기는 실정이다. 최근 군부가 수감되어 있던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석방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이런 가운데 우선은 종교 간 대화가 시급하다는 요청도 나오고 있다. 최근 WCC 올라프 픽세 트베이트 총무는 성명을 발표하고 "이집트의 평화와 안보를 위해서는 종교간 대화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최근에 '이집트 패밀리 홈'(The Egypt Family Home, 2011년 설립된 이집트의 기독교와 이슬람 지도자들의 모임)이 발표했던 "교회와 모스크, 종교 기구들을 성스러운 장소로 보호하는 것이 안전 방안이다"는 내용의 성명에 지지를 표하면서 "테러리즘이 종교의 성스러움을 절대 담보하지 못한다"고 못박았다.
 
한편 현재 이집트에서는 본교단 선교사들이 사역하고 있으며, 이번 소요 사태로 인한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선교사는 최근 세계선교부로 보낸 서신에서 "이집트 정국이 매우 좋지 않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선교사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이집트의 안정을 위해 한국교회 교인들이 많은 기도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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