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유한 섬김으로 지역주민들과 소통합니다

온유한 섬김으로 지역주민들과 소통합니다

[ 교단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3년 08월 22일(목) 10:01

북부광성교회
 

   
"우리 교회 같이 작고 평범한 교회도 취재대상이 되나요?"
 
'작은 이의 벗된 교회' 취재 섭외를 위해 서울북노회 북부광성교회에 전화를 하자 담임 박영구 목사가 맨 처음 보인 반응이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한 북부광성교회의 첫인상은 박 목사의 말대로 작고 평범한 교회였다. 교회 건물도 아담하고, 출석교인은 장년 220여 명. 눈에 띄는 특별한 사역이라고는 한달에 한번 지역주민들을 초청해 진행하는 경로잔치 정도다.
 
그러나 누가 그랬던가? 무엇인가를 제대로 알려면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한다고. 북부광성교회의 교인들은 자신들의 교회가 화려하지 않고, 튀지 않으며, 요란하지 않지만 대신 수수함과 평범함 속에 따뜻함과 진실함이 담겨 있는 '교회 다운 교회'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솔직히 우리 교회는 교인수 증가에 그다지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요. 축호전도나 전도 프로그램도 하지 않고요. 하지만 교인들의 영적 성숙과 지역사회의 필요를 돌보는 일에는 많은 관심을 기울이려고 노력합니다." 박영구 목사의 설명이다.
 
박 목사의 말대로 북부광성교회가 양적 부흥을 생각했으면 우선 교회를 건립할 때 지금의 장소인 노원구 상계동 197번지에 자리잡지는 않았을 것이다. 북부광성교회의 주변에는 유난히 교인수가 수천 명인 대형교회가 몇 곳이나 몰려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부광성교회는 이런 대형교회의 틈바구니 속에 비교적 뒤늦은 2009년 교회당을 세운 것이다.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배경에는 대형교회들이 대형버스를 동원해 교인들을 실어나르고 세련된 프로그램도 많이 진행함에도 불구하고 지역주민들에게 작은 교회만 할 수 있는 사역이 있을 것이라는 박 목사와 교인들의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북부광성교회의 성도들은 지역사회를 섬기는 진정성을 보여줄 때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교회를 찾아올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사람을 찾아 나서는 교회가 아닌 사람들이 제발로 찾아오는 교회, 말하자면 이것이 북부광성교회의 선교 스타일인 셈이다.
 
교회당 설립과 동시에 박영구 목사와 교인들은 지역사회의 필요가 무엇인지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시작한 것이 카페 운영이었다. 사실 요즘에는 교회가 카페를 운영하는 것은 특별한 일도 아니다. 그러나 이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지역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찾아야 하고 봉사자의 헌신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왠만한 규모의 교회가 아니면 교회 카페는 어느 정도 운영하다가 문을 닫는 일이 많다. 북부광성교회에는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지역의 주민들의 입소문을 타고 부담없이 찾는 수다의 장소, 혹은 쉼터가 되어주고 있다.
 
   

북부광성교회의 지역사회 봉사 사역 중 가장 눈에 띄는 사역은 뭐니뭐니해도 한달에 한번씩 진행되는 경로잔치다. 2012년부터 시작되어 매달 셋째주 화요일날 11시30분에 진행되는 경로잔치는 매번 120~130명이 찾을 정도로 지역사회 노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한달에 한번 찾는 노인들은 본인의 옷장에서 가장 깨끗하고 좋은 옷을 입고 교회를 찾는다고 한다. '때 빼고 광 내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북부광성교회가 준비한 공연을 30분 정도 관람하고, 박영구 목사의 감사인사를 받은 후 잘 차려진 식탁에 앉는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담임목사나 봉사자들로부터 "이번 주에 교회 한번 나오시라"는 권유도 받지 않아 마음 편하게 식사를 한다.
 
"우리 주방팀이 솜씨가 뛰어나요. 제가 봐도 괜찮은 수준으로 대접해드립니다. 더 많은 분들을 모시고 싶은데 교회가 작아서 아쉽지요. 120명이 넘으면 줄을 서서 기다리셔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대접이 아니잖아요. 받는 분들이 최대한 대접 받는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게 섬기려고 노력합니다. 섬김은 섬김 그 자체로 끝나야지, 교회 오시라고 강요도 절대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댓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섬김이 1년 이상 이어지면서 지역사회 노인들은 북부광성교회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혹여 길거리에서 박 목사를 만나기라도 하면 동네 주민으로서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북부광성교회는 지역민들을 위한 문화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하모니카, 어린이성악, 영어교실, 피아노 등 다양한 클래스를 진행했으나 자원봉사자의 부족으로 최근에는 하모니카반만 운영하고 있다. 하모니카반을 수강한 이들은 북부광성교회의 교인들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자체적으로 선교단을 조직해 선교와 봉사활동을 하고 있을 정도로 그 열매는 풍성하다.
 
   

북부광성교회의 봉사에 대한 열정은 국경 넘어 필리핀에 까지 미치고 있다. 교회는 필리핀 빈민가에 교회를 세워주고, 그 교회로 하여금 빈민구제 사역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오는 9월에도 청년들이 꼰추라는 곳으로 단기선교를 가 천막교회를 지어주고 돌아올 예정이다. 
 
이외에도 북부광성교회는 창립 때부터 구역헌금은 모두 장학금으로 전달하고 있으며,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와 월드비전 같은 NGO의 사역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북부광성교회가 이렇게 지역사회봉사에 열심일 수 있었던 데에는 담임 박영구 목사의 뚜렷한 목회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박 목사는 "봉사는 교회의 본질적 사명 중 하나임으로 선교랑 연결시키지 않더라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구제, 사회봉사, 이웃들에게 덕을 베푸는 것이야말로 우리 교회에 주신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온유한 교회, 그러나 '온유'의 헬라어 어원이 '길들여진 야생마'인 것처럼 섬김의 파동이 고요한 수면 밑으로 역동하는 교회, 북부광성교회의 10년 후 20년 후의 열매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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