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등 소수자 희화ㆍ매도하는 미디어 문화

조선족 등 소수자 희화ㆍ매도하는 미디어 문화

[ 교계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3년 08월 16일(금) 15:31

당황스러운 건 우리예요!
 
TV 활용도 낮고 대응 못하지만 수치심 느껴
과장된 부정적 이미지 실제 피해로 연결 우려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인식' 최우선 과제
 
"고객님, 많이 당황하셨어요?"
 
최근 인터넷 상에 떠도는 보이스 피싱 녹음파일이 화제가 되어 인기 검색어가 된 적이 있다. 이 파일은 한 조선족이 어설픈 한국말로 보이스피싱을 시도하면서 생긴 해프닝으로, 이러한 소재를 활용해 한 방송국은 코미디 프로그램을 만들 정도로 세간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학자들과 조선족 동포를 대상으로 사역하는 목회자들은 이러한 사회적 현실의 이면에는 매스컴에 의한 부정적인 이미지 확대로 한국 적응에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조선족들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웃는 한국인 vs 웃을 수 없는 조선족
 
조선족 동포들을 비롯해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사역하고 있는 김포이주민선교교회 이학산 목사는 "사회에서는 조선족 동포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도 많고 개그 프로그램까지 만들어져 희화화하지만 정작 조선족 동포들은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며, "대부분 극심한 피곤을 느끼며 노동을 하는 이들이라 뉴스에 정신을 돌릴만한 여유도 없고, 심지어는 TV를 볼 수 없는 이들도 많다"고 말한다.
 
이 목사는 "그러나 일과 관련된 제조, 식당, 인력시장에 있는 분들은 한국사회 내에서 조선족에 대한 평가가 굉장히 낮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이에 대한 피해의식도 크다"며, "조선족 동포들은 우리 한국인들과 같은 동포임에도 받는 대우가 다른 외국인 근로자와 다름없다는 열패감이 많고, 이런 의식 속에서 자신들도 손해보지 않고 약삭 빠르게 행동하게 되는 식으로 사회적 악순환을 만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안양에서 중국인들과 조선족 동포들을 대상으로 사역하는 평강과기쁨의교회의 윤예지 전도사는 "자신들의 모습이 부정적으로 보도되고 희화화되는 것에 대해 조선족 동포들은 분노하거나 언짢게 생각하기보다는 창피해 한다"며, "조선족들의 범죄와 부도덕한 행동이 아무리 일부라도 사실인 만큼 같은 조선족으로서 안타까워하고 피해를 입는 이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서울조선족교회의 윤완선 부목사는 "최근 개그 프로그램 등에서 부분의 문제를 전체로 매도해나가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 교회 성도들은 거기에 대해 반응이 별로 없다"며, "노동자들 보다는 한국에 공부하러 온 유학생들이나 시민단체 등에서 이러한 점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사역자들의 반응을 종합하자면, 대부분의 조선족 동포들은 매스컴의 부정적 보도와 희화화가 한국사회 내에서 자신들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고착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인식조차 못하고 있거나 인식을 하더라도 드러내놓고 자신들의 불만이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 소수자들도 우리 사회 구성원
 
이러한 상황에서 조선족 동포를 대상으로 사역하는 목회자들과 소수자 관련 학자들은 한국사회는 소수자들을 포용하고, 기득권을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 조선족 동포들과 같은 이들을 내가 사는 세상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관리해야 할 타인으로 규정하기 보다는 함께 살아가야 할 같은 사회구성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김포이주민선교교회 이학산 목사는 "한국사회, 그리고 한국교회는 조선족 동포들이 한국이라는 자본주의 사회에 와서 양육강식의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돈의 가치에 대해 우선시하며 살게 되는데 이러한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며, "이 분들을 위한 문화공간이나 재정적, 정책적 지원에 투자하며 장기적 안목으로 이분들을 케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국 사회 내 소수자와 미디어의 문제와 연구를 주제로 한 서적 '한국 사회 미디어와 소수자 문화 정치'에서 전규찬 교수(한예종) 등의 저자들은 "소수자는 내가 불편해도 참고 봐 주어야 할 타자가 아니라, 나의 또 다른 확장임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억압에 저항하는 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하고, 표준을 따르기를 거부하는 소수자의 생존권을 위협하지 않으며, 소수자에게 말하라는 요구를 하기 이전에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는 윤리적 태도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결혼이주와 외국인노동자의 유입으로 다문화사회로 변모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우리 한국교회는 소수자들을 위한 기독교인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이들을 위해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때다.

"예수님도 차별 받은 소수자"
이주민, 혼혈 등의 소수자가 사회 주류에 편입하지 못하고 차별받는 일과 특정 지역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성경을 보면 당시 유대 사회에서도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권유린이 빈번했고, 성경의 인물들, 심지어는 예수님까지도 그러한 부당한 대우를 경험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요한복음 1장에서도 빌립이 나다나엘에게 예수님을 나사렛 사람이라고 소개하자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나겠느냐"라며 무시하는 내용이 나온다. 오늘의 말로 "그런 깡촌에서 어떻게 그런 인물이 날 수 있냐"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겠다. 이외에도 예수님은 "저가 목수의 아들이거늘", "저가 배우지 않았거늘"이란 소리를 듣기도 했다. 예수님조차도 출신지역과 학력, 부모의 사회적 위치 등의 이유로 차별을 받은 것이다.
 
이외에도 혼혈이란 이유로 무시 당한 사마리아인들도 소수자 차별의 예로 들 수 있겠다.
 
요한복음 4장에 예수님께서 한낮에 사마리아를 지나가다가 우물가에서 여인을 만나 물을 청하는 장면이 나온다. 북이스라엘 멸망 당시 수도였던 사마리아 지역에서는 북이스라엘의 유민들과 앗수르가 여러 지역에서 이주시킨 민족들이 한데 살며 자연스럽게 혼혈족을 이루어 살게 됐다. 유대인들은 사마리아 사람들이 이방인의 피를 가졌다며 멸시해 사마리아 사람들을 만나지 않기 위하여 요단강을 건너 사마리아를 돌아서 갈릴리로 가곤 했다.
 
더 오래 전 이야기인 구약에도 몇 가지 예를 찾을 수 있다. 우리가 믿음의 조상으로 여기는 아브라함이 이방 땅인 애굽을 지날 때 왕을 두려워하여 자신의 아내를 누이라 속이고 바로에게 아내로 주었을 정도로 이방인으로서의 서러움을 경험했다.
 
예수님의 조상인 룻 또한 모압 여성으로 이스라엘인인 남편의 사후에 시어머니 나오미를 따라 베들레헴으로 와 이삭을 주으며 겨우 겨우 연명할 정도로 극심한 고생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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