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주신 마지막 선물일 듯"

"하나님이 주신 마지막 선물일 듯"

[ 문화 ]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3년 07월 29일(월) 16:50

소설가 정연희 권사,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선출
 
 

   
 

"하나님이 하신거에요. 사람이 한 것 아니에요. 어떤 일도 하나님의 주권 가운데 이뤄짐을 난 알아요."
 
지난달 소설가 정연희 권사(77세)에게서 기쁜 소식을 알리는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국가기관인 대한민국예술원의 문학부문 회원이 됐다는 낭보(朗報)였다. '함께 노래하다'는 뜻의 카페 깐띠아모에서 만난 정 권사는 "정말 어렵게 이루어낸 결과이다"며, "남편이 죽은 이후 하나님 앞에 입이 이만큼 나와있었는데,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마지막 위로인 것 같다. 기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5년 한차례 고배를 마신 뒤, 후배들의 권유에 못이겨 재도전장을 던졌던 그녀는 조각가 엄태정, 영화배우 남궁원, 연극배우 오현경 씨와 함께 7월 4일 예술원 정기총회에서 신규 회원으로 선출됐다.
 
깐띠아모에서는 때마침 단골손님인 정연희 권사를 축하하는 주인장의 노래가 울려퍼졌다. 꽃반지, 그 겨울의 찻집, 사랑의 종착역… 감성을 자극하는 노랫말과 선율에 금세 정 권사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감성은 '그리움'이라고 생각해요. 그리움의 대상은 고향이 될 수도 있고 부모, 연인일 수도 있겠죠. 특히 작가들에게는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감정이 없으면 글이 안써져요. 쉽게 드라이해지고…." 그리움의 감성이 풍부한 까닭일까. 정 권사는 올해들어 단편소설만 이미 3편을 썼다고 한다. 글쓰기가 그녀에게는 '운명'인 셈이다. "부단히 보고 느끼고 쓸 수 있는 기능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해요. 한 번 쓰기 시작하면 샘물 같이 솟아납니다. 내 힘이 아니에요."
 
그녀는 희수(喜壽)가 되는 올해 연애소설 한 권을 펴냈다. '거기 너 있었는가(신아출판사)'란 제목의 장편소설로 정상에 오른 프리마돈나인 50대 중반의 여성이 소년 시절부터 자신을 동경해온 한 젊은이와 사랑에 빠지면서 겪는 내면의 고통을 섬세하게 그린 작품이다. 연애소설에 찬송가의 제목을 붙인 것을 보면 흔한 연애소설은 아닌 것이 분명했다. 사랑은 고통을 수반하기 마련이고 '거기 너 있었는가'에서 독자들은 무대와 조명, 갈채를 버리고 만난 관계에서 길을 잃게 되는 여주인공을 읽게 된다. 작가는 "극한의 갈등에서 주인공은 오직 그분 앞에 세워진 가난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인간이 궁극적으로 돌아가야 할 곳은, 마지막 종착점은 결국 하나님임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소설가로서 계속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그리움의 대상을 묻자 정 권사는 '청춘'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다시 청춘이 되고 싶다는 뜻일까.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것은 아니에요. 화려했지만, 아름답고 선한 오해 속에 살았으니까요. 그저 청춘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답잖아요."
 
"요즘 마당일 때문에 매일 흙을 만지며 살고 있다"는 정 권사는 지난달부터 월간 수필과비평에서 환경에 관한 연재를 시작했다고 했다. "매립지가 부족해서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했고 우주에도 어마어마한 쓰레기가 있다고 하죠. 예전에 존 그레이라는 철학자가 그랬어요. 지구에 있는 존재 중에 인간처럼 포악하고 약탈적인 존재는 없다고." 그녀의 다음 작품은 환경 소설이 아닐까?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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