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위한 '장로교의 날'행사?

누구 위한 '장로교의 날'행사?

[ 교계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3년 07월 15일(월) 10:31
비전 제시는 커녕 인위적 인원 동원ㆍ행사 위한 행사 여전
 
종교개혁가 존 칼빈의 탄생일인 7월10일. 이날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올림픽홀에서는 3천여 명의 장로교 교인들이 모인 가운데 한국 장로교의 연합과 일치를 위한 '장로교의 날' 예배 및 행사가 진행됐다.
 
'장로교의 날' 행사는 칼빈탄생 500주년을 맞이한 지난 2009년 장로교 26개 교단이 연합과 일치를 위한 목적으로 처음 진행된 이후 연례행사로 자리잡았다. 장로교인이 전체 기독교인의 70%이상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기독교의 특성상 장로교회의 연합과 일치의 행보는 한국 교계에 새로운 비전과 좌표를 제시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일 열린 제5회 장로교의 날 행사는 장로교의 일치와 연합이라는 행사의 본래의 취지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다는 일각의 평가와 함께, 행사를 위한 행사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대형집회 무용론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이날 행사가 진행된 올림픽홀은 좌석 2452석에 약 700명을 추가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홀이다. 그러나 이날 참석한 3천여 명의 교인들은 대부분 두세 교회에서 동원되다시피 한 교인들이었다. 25개 장로교단의 연합을 위한 행사였지만 실상 장로교회들간의 일치와 교제를 위해 참석한 교회의 수는 채 몇 곳이 되지 않은 것이다. 행사에 참석한 교인들은 자신들의 교역자가 단상에 오르면 여기저기서 환호성과 박수를 터뜨리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되기까지 했다. 결국 예배의 의미를 담아내지 못했다.
 
이날 예배 및 행사에 참석한 한 목회자는 "한국교회와 사회를 향한 힘있는 메시지나 확고한 비전을 제시하는 장로교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어 아쉽다"며, "축사, 격려사 등 지루한 순서만 나열한 예배 및 행사 순서 속에서 일치이전에 행사 주제인 나눔과 섬김의 감동은 발견할 수 없었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이같은 지적처럼 이날 제5회 장로교의 날 행사 주제는 '나눔과 섬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행사의 순서에서는 주제를 부각시킬만한 이렇다할 내용이 눈에 띄지 않았다. 예배 후 '나눔과 섬김'이라는 주제행사를 별도의 순서로 마련해 메시지 선포와 서울역 노숙인 사역을 하는 나눔공동체(대표:박종환)와 한국기독교탈북민정착지원협의회(사무총장:석사현)에 성금을 전달하는 순서 정도이다.
 
그러나 이날 주제행사 메시지의 제목은 '한국장로교의 영광을 회복하라'로 행사취지와 메시지가 따로 노는 형국이었다. 또한, 이 시간에는 '나눔과 섬김'이라는 주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회원교단들의 참여를 안배하기 위한 회원교단 총회장들의 영상축하와 격려사, 참석 정치인 인사 등의 순서가 줄을 이어졌다.
 
예배 중 주제기도 시간에서도 세 가지의 제목을 놓고 기도가 진행됐으나 정작 이번 주제와 연관된 고통받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기도의 시간은 없었다. 무엇보다 이날 주제의 대상인 어렵고 고통 당하는 이들이 이날 행사에서 함께 교제를 나누고, 비전을 공유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날 행사에서는 그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 교계에서는 대규모 예산과 인위적인 인원동원이 필요한 대형집회보다는 교회의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 함께 하고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식의 작지만 내실있는 행사로 전환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유독 장로교단의 연합체인 한장총만이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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