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은 '영'이 아닌 '돈'이 움직이는 것

조합은 '영'이 아닌 '돈'이 움직이는 것

[ 교계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3년 07월 01일(월) 10:20
섣불리 도전했다가는 실패, '급할 수록 돌아가기' 강조
 
도시의 교회가 농촌교회 농민들과의 직거래를 통해 일일 바자회를 열면 많은 경우 물건이 동이 날 정도로 판매가 잘 된다. 이러한 경험을 해본 교회들은 농촌의 교회와 성도들도 돕고, 도시의 본교회 교인들에게도 좋은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희망을 보게 된다. 이런 희망 속에서 과감하게 소비자협동조합을 만들게 되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답을 말하기 전 여기서 잠깐!
 
이번 세미나에서는 최근 협동조합에 대한 교회의 뜨거운 관심에 다소 제동을 거는 강사도 있어 눈길을 모았다.
 
다섯번째 강사로 나온 송경용 신부(서울시 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가 바로 그다. '교회의 협동조합에 대한 제안'이라는 제목의 강의였지만 강의 내용은 섣불리 협동조합을 설립했다가 망한 그의 실패담과 아이디어와 뜨거운 열정만 가진 교회의 무모한 도전을 자제시키는 것이 그의 강의의 골자였다.
 
송 신부는 "협동조합은 돈이 움직이는 하나의 기업이고, 이 과정에서 돈을 중심으로 관계가 형성되었다가 자칫 잘못되면 협동조합을 시도한 교회가 잘못될 수 있다"며, "교회가 준비되지 않은 채 뛰어들면 오히려 큰 상처만 입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협동조합은 교회가 움직이는 것과 그 방법이 다르다. 교회처럼 영적인 관계의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이 아닌 돈과 사람이 움직이는 것"이라며, "교회의 지역사회 봉사팀은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돕는 것이지만 협동조합은 반드시 물질의 이익을 남겨야 하는 기제라는 점에서 봉사조직과 철저히 다른 출발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이 기사의 도입 부분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이에 대한 협동조합 전문가인 송 신부의 대답은 "실패할 확률이 높음"이다. 왜냐하면, 바자회는 일년에 한두번 판매하는 것이지만 협동조합은 하나의 사업으로 매일 판매해 지속적인 수익을 내야하고 손익 분기점을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이뿐인가? 인맥이나 신의를 통해 알음알음으로 팔아오던 된장이나 고추장 같은 것들을 아이쿱이나 초록마을 등 보다 큰 협동조합에 상품으로 팔기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위해요소중점관리우수식품 관리제도인 HACCP 마크를 획득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이 기준에 맞는 시설 설비, 법적인 요건을 갖춰야 하는 등 실무적인 문제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실제 사업을 진행하다보면 예상치도 못한 많은 일들이 터져나온다. 좋은 일 하는 정도가 아닌 실제 사업을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섣불리 마음만 가지고 덤볐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이라는 것이 송 신부의 충고다.
 
협동조합을 위해 뜨거운 열정과 아이디어는 필수이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옛말처럼 한 발 물러나 객관적으로 생각해보고, 냉철한 판단을 내려봐야 한다는 점. 협동조합을 시작하려는 이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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