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자주 돌아볼 때 바로 선다

역사…자주 돌아볼 때 바로 선다

[ 교계 ]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3년 06월 19일(수) 14:45
한국장로교회역사학회 세번째 답사 제주서 진행
 
   
▲ ①제주성내교회에 보관 중인 최초의 당회록 ②이기풍 목사가 직접 사용했다는 목조 강대상. 제주성내교회에 보관 중이다 ③한국 최초의 신부 김대건 기착지 ④용수성지에서 초기 순교자들이 고문 받았던 도구를 볼 수 있다 ⑤이도종 목사 순교지 ⑥제주 순례길 ⑦금성교회 구 예배당 ⑧4ㆍ3평화공원

【제주=김혜미 기자】 세계 7대 자연경관 제주. 천혜의 자연환경과 이국적인 풍경을 자랑하는 제주는 분명 매력적인 관광섬이다. 올레길이 조성된 이후로 제주를 찾는 여행객들은 더욱 많아졌고, 아예 도시를 떠나 이 특별한 섬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가만히 역사를 들여다보면 우리는 알게 된다. 과거 '4ㆍ3'으로부터 현재 '강정'까지 적지않은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섬이 바로 '제주'라는 것을.
 
한국장로교회역사학회(회장:임희국) 제3차 기독교 역사문화유산 답사가 지난 10∼12일 제주도에서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됐다. 비행기로, 배로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60여 명의 참가자들은 가장 먼저 제주 교회의 뿌리를 찾아 제주성내교회(기장, 강연홍목사 시무)에서 개회예배를 드렸다. 사실 첫 방문지로 본교단이 아닌 타교단 교회를 선택한 것은 조금 의아한 일이었다. 게다가 과거 예장과 기장 교회 분열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라니. 역사학회장 임희국 교수(장신대)는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간다는 뜻에서, 에큐메니칼 차원에서도 성내교회에서 여는 예배를 드리는 의미가 크다"고 했다. 답사 일행을 직접 맞이한 강연홍 목사는 현재 성내교회가 보관 중인 (분열 이전) 최초의 당회록, 제직회록을 공개하며 한뿌리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제주성안교회 역사위원장 현종익 장로에게 함께 역사박물관을 설립하자는 제안을 건네기도 했다.
 
성내교회와 함께 기장 총회가 유적 제5호로 지정한 모슬포교회 등 타교단 역사 유산 뿐 아니라 김대건신부표착기념관이 있는 용수성지, 제주신축교안에서 희생된 천주교인들이 묻힌 황사평, 정난주 마리아 묘가 있는 대정성지 등 천주교 유산을 두루 탐방한 이번 답사는 '타산지석'의 여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답사 일행은 이도종 목사 순교지를 비롯해 제중원에서 복음을 받아들인 김재원이 목회자 파송을 기다렸던 이호공동체, 금성교회, 대정교회, 조봉호 기념탑 등 개신교 역사 유산과 4ㆍ3평화공원, 추사기념관 등 제주 일반 역사 유산 등 모두 15곳을 방문하며 견문을 넓혔다. 일정 내내 막힘없는 해설로 일행을 안내한 제주노회 역사위원장 김인주 목사(봉성교회)는 "신앙의 동료이자 형제들이라 생각하고 천주교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역사적인 장소를 개발해 신앙훈련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은 우리도 본받았으면 한다"고 내심 부러운 마음을 내비쳤다.
 
   

본교단을 대표하는 역사학자들이 동행한 이번 기독교 역사문화유산 답사는 늦은 밤까지 세미나 및 토론으로 일정이 계속됐다는 점에서 기존의 역사탐방과 조금 달랐다. 일정 중에도 교회사학자들과 역사에 관심이 많은 참석자들이 묻고 또 대답하며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참석자들은 첫 째날 저녁 '제주4ㆍ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던 실무자로부터 특강을, 둘 째날 저녁에는 초기 제주도 개신교 형성에 나타난 자생적 신앙공동체에 대한 강의를 들은 뒤, 긴시간 열띤 토론을 펼쳤다. 제주를 떠나기 전 일행은 마지막 방문지로 4ㆍ3평화공원을 찾아 제주가 분열에서 화해로, 온전한 '평화의 섬'이 되기를 기원했다.
 
한편 이번 답사팀을 물심양면 후원한 제주성안교회(류정길 목사 시무)는 제주 순례코스를 개발하고 공식적인 오픈에 앞서 마지막 점검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회 서기 현종익 장로는 "이번 역사학회의 답사가 제주 교회의 초기 역사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성안교회 복음화연구원에서도 한동안 중단됐던 이기풍선교기념강연회를 오는 10월 재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국장로교회역사학회는…

한국장로교회역사학회(회장:임희국)는 지난 2009년 총회 역사위원회(당시 위원장:이만규) 산하로 창립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교단 내 교회사를 연구하는 학자, 노회 역사위원, 역사에 관심있는 목회자 및 평신도 등 현재 회원은 100여 명에 이른다. 처음 창립의 취지에 대해 임희국 교수(장신대)는 "장로교회 역사 100년을 맞이해 특별위원회로는 지속적인 연구과제 수행이 어렵다는 취지에서 창립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사업으로는 매년 역사위원회가 주관해온 '교회사 논문세미나 공모'와 함께 기독교 역사문화유산 답사, 지교회를 대상으로 한 한국장로교회 역사 강좌 등이 있다.

충청, 부산 지역에 이어 3번째로 진행된 이번 답사에는 학회 차원에서도 수확이 많았다. '제주 4ㆍ3'과 '제주도 초기 개신교 형성사'처럼 향후 답사의 방향도 해당 지역 교회사의 연구과제, 사회적 이슈 등에 관심을 갖고 지역 노회에 기여하는 쪽으로 추진하기로 한 것. 총무 정병준 교수(서울장신대)는 "역사학회가 지역의 교회사 연구가들과 만나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지역의 연구자들을 미리 컨택하고 전문가들의 발제와 토론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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