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여, '화평케 하는 자'가 되라

교회여, '화평케 하는 자'가 되라

[ 교계 ]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3년 06월 14일(금) 15:11

공적신학과교회硏, 한반도 화해와 평화 위한 선언
 
교회의 공적책임 수행을 위해 지난 2008년 설립된 공적신학과교회연구소(소장:이형기)가 북한선교주일을 앞두고 '한반도 화해와 평화를 위한 그리스도인 선언문'을 발표했다.
 
정전협정 60주년에 기해 발표된 선언문은 "우리는 한반도 분단의 역사적 비극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위협하는 일들을 목격했고 정치대립ㆍ체제대립ㆍ이념대립으로 인한 소모적 갈등에 시달렸으며 어느덧 분단현실이 우리 가운데 내면화, 일상화되고 있다"며,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화평케 하는 자(마 5:9)'로서 책임을 수행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총 36명이 선언문에 서명했다.
 
공적신학과교회연구소는 또, 선언을 통해 한반도에 핵무기나 재래식 무기, 전쟁연습이 사라질 수 있도록 북측은 비핵화를, 남측은 무기수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연장선상에서 "그리스도인들은 군사력 사용에 대한 그 어떤 신학적인 정당화를 시도해서도 안된다"고 교회의 신학적 성찰을 제안했으며,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통해 한반도가 '일시적 휴전 상태'에서 '항구적 평화 상태'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의 움직임에는 적극적인 지지의 입장을 내비쳤다. 연구소는 "보다 활발한 상호교류와 상호지원을 촉구하며 다방면의 소통을 통해 한반도에 정의로운 화해와 평화가 정착되기를 소망한다. 교회는 한반도가 힘의 논리에 따른 흡수통일이 아닌 모든 이가 하나님의 자녀로 존중받는 평화통일의 한 길로 나아가도록 기도하며 노력해야 한다"며, △강단에서 말씀을 통해 화해와 평화 선포 △다음세대를 위한 평화 교육 실시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교단 및 기관들의 연합 서명운동 등 가시적인 행동에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정전협정 60년,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그리스도인 선언문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의 화평'이십니다. 그분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인간과 인간 사이에, 인간과 자연 사이에 막힌 담을 허물고 화목케 하기 위해 이 땅에 오셨고, 사셨고, 죽으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뒤를 따르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그가 "원수 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엡 2:14) 허무셨듯이,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애쓰도록 부름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한반도 분단의 역사적 비극을 통해 분단이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위협하는 일들을 목격했고, 정치대립ㆍ체제대립ㆍ이념대립으로 인한 소모적 갈등에 시달렸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비정상적인 분단현실이 어느덧 우리 가운데 내면화되고 일상화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한반도에 고착된 분단체제는 상대편을 향한 미움과 증오를 증폭시켰고 또 상대방을 힘으로 굴복시키려는 시도로 이어졌습니다. 한반도에 '잠시 중단된 전쟁'으로 인한 긴장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이때,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들인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화평하게 하는 자"(마 5:9)로서의 책임을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이에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이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가르침을 따르기 원하는 <공적신학과 교회 연구소>는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다음과 같이 선언하며, 한국의 그리스도인들과 한국교회가 이에 적극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는 바입니다.
 
하나, "화평하게 하는 자"의 직무를 감당하지 못한 것을 회개하고 용서를 구합니다.
 
한반도의 분단이 남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왜곡시키는 근본적인 '원죄'로 작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이를 극복하고 해결하기 위한 화해자의 직책을 충실하게 감당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자녀로서 마땅히 평화를 위해 일해야 하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맡기신 화목하게 하는 사역을 감당해야 하며, 성령께서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화해자의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음을 회개하며 용서를 구합니다.
 
둘, 한반도에서 핵과 재래식 무기의 폐기와 전쟁연습의 중단을 촉구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전쟁이 아닌 평화를 통해 한반도가 공멸의 길이 아닌 공생의 길로 나갈 것을 촉구합니다. 북측은 비핵화를 통해, 남측은 무기수입 중단을 통해 전쟁의 망령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한반도에서 더 이상의 무모하고 무익한 군사훈련과 군비경쟁은 즉각 중단하고, 군비증강과 무기구입에 쓰이는 비용을 평화의 확산과 사회 복지에 전용함으로 평화를 정착시키기를 정부에 촉구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군사력 사용에 대한 그 어떤 신학적인 정당화도 시도해서는 안 되며, 전근대적인 '정당전쟁' 개념 또한 21세기에는 유효성이 없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구원하는 데에 군마는 헛되며, 군대가 많다 하여도 능히 구하지 못하는 도다."(시 33:17)
 
셋,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합니다.
 
올해로 한국전쟁을 치르고 정전협정을 체결한 지 60년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한반도는 일시적 휴전 상태에서 항구적 평화 상태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이 나라와 저 나라가 다시는 칼을 들고 서로 치지 아니하며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아니해야 할"(미 4:3) 때입니다.
 
넷, 적극적인 경제협력과 상호교류와 상호지원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현재 남북 사이에서 대표단 구성문제로 중단된 당국회담이 대승적 차원에서 즉각 재개되어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문이 다시 열리기를 바라며, 앞으로 인적이며 물적인 차원에서 보다 활발한 상호교류와 상호지원이 이루어지기를 촉구합니다. 정치만이 아니라 다방면의 소통을 통해 한반도에 정의로운 화해와 평화가 정착되기를 바라며, 죽임의 문화가 살림의 문화로 바뀌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또한 우리는 한반도가 힘의 논리에 따른 흡수통일이 아니라 모든 이가 하나님의 자녀로 존중받는 평화통일의 한 길로 나아가도록 기도하며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다섯, 다음 세대를 위한 평화 교육에 매진할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국가차원, 민간차원, 그리고 종교차원에서 남북갈등과 남남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화해와 평화 교육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특히 한국교회 강단에서 말씀선포와 가르침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핵심인 화해와 평화를 선포하고 교육해야 할 것입니다. 남북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와 다름을 서로 인정하고 그것을 받아들일 때에라야 한반도에는 지속가능한 평화가 정착될 것입니다. 이러한 미래지향적 평화 교육이야말로 다음 세대로 하여금 폭력을 극복할 대안을 찾게 만들고, 인권에 대한 존중 의식을 고양시킬 것이고, 정의에 기초한 평화 정신을 함양시킬 것입니다. 이처럼 다음 세대가 화해와 평화의 정신을 토대로 자라나야만 한반도 통일의 초석이 든든히 마련될 것입니다.
 
여섯,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교단과 기관의 책임 있는 노력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교단들과 기관들이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책임 있는 노력을 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부름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힘써온 평화운동의 전통을 이어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해야 할 책임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교회의 기관들과 교단들이 연합하여 화해와 평화를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하거나 한반도 평화주일을 정하여 지키는 등 가시적인 행동에 나서 줄 것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화해와 평화를 위해 일하는 것은 이 시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부탁하신 직무입니다. 지금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이 직무를 실천할 때입니다.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 계시사 세상을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며 … 화목하게 하는 말씀을 우리에게 부탁하셨느니라."(고후 5:19)

2013년 6월
<공적신학과 교회연구소> 소장 이형기 외 회원 일동

강석형, 고재길, 김덕기, 김명배, 김명실, 김석주, 김은혜, 김정형, 김지연, 류태선, 박경수, 박상현, 박용권, 박지영, 박형국, 박화경, 서원모, 설충수, 손은실, 송인설, 신옥수, 윤정하, 이승갑, 이용주, 이행옥, 이형기, 이화영, 임희국, 장신근, 전규택, 정진상, 조용석, 최인호, 하은규, 한국일, 홍기영 (이상 36명,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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