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공식문서로 본 디아코니아의 의미

wcc 공식문서로 본 디아코니아의 의미

[ 교계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3년 05월 20일(월) 09:37
나눔과 섬김을 넘어 가난과 고통의 구조 변혁까지
'21세기를 위한 디아코니아 신학 컨퍼런스' 디아코니아 의미의 재확인
 
"디아코니아(기독교 사회봉사)는 보살핌과 구제와 봉사 등을 포함하지만 더 나아가서 압제적인 체제들과 구조들에 담겨 있는 불의의 근원들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것이다."
 
위의 내용은 지난해 6월 2~6일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열린 '21세기를 위한 디아코니아 신학 컨퍼런스'에서 나온 WCC 문서 중 일부다. 세계 최대의 기독교 연합기구인 세계교회협의회(WCC)는 오래 전부터 신학적 논의와 대화를 통해 디아코니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지난 10일 WCC 제10차 한국준비위원회 기획위원회는 장로회신학대학교 세계교회협력센터 새문안홀에서 디아코니아(기독교 사회봉사)에 대한 문서를 함께 살펴보고, 이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WCC 총회 신학문서 연구 기획마당의 일환으로 '신학교육, 봉사, 다종교에서의 복음증언'을 주제로 3가지 분야에 대한 WCC의 문서를 살펴보는 자리에서 참가자들은 지난해 6월 2~6일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열린 '21세기를 위한 디아코니아 신학 컨퍼런스'에서 나온 문서를 중심으로 '디아코니아'의 의미를 재확인했다.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열린 '21세기를 위한 디아코니아 신학 컨퍼런스'가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디아코니아를 수혜자나 대상, 다시 말해 취약한 변두리 공동체로 간주되던 자들의 시점에서 새롭게 생각해보려고 시도했던 점이고, 또 하나는 북반구에 자리한 교회들의 견해와 선호도에 의해 만들어진 현재의 많은 디아코니아 모델이 아닌 삶의 양식이 현저하게 다른 지구촌 남반구의 시각에서 이해를 시도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이 회의는 디아코니아가 교회 사역의 일부가 아닌 계속적인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교회들의 첫째 가는 과제로 이해하는 것이 논의의 밑바탕이 됐다.
 
이 회의에서 합의된 점 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역시 주류이며 시혜자 입장에서 북반구 신학자들이 정의했던 디아코니아가 아닌 궁핍과 위기에 처한 남반구 신학자 및 목회자들이 새롭게 디아코니아의 의미를 모색했다는 점이다.
 
남반구의 사람들은 가난과 기아를 겪음과 동시에 압제적인 체제와 구조 속에서 불의를 겪고 있다. 누가복음 4장 16절에서 예수께서는 자신의 디아코니아가 압제 당하는 자들을 자유롭게 하고 눈 먼 자들의 눈을 열어주며 아픈 자들을 고쳐주는 것이라고 선포하신 것처럼 사람들을 변두리로 몰아내는 세력을 폭로하며 그 세력에 맞서 저항의 자리에 함께 하는 것 또한 디아코니아라고 이 문서는 강조하고 있다.
 
변두리의 사람들이 무기력하고 불명예스러운 사람들이 아니라 압제와 그로 인한 상실의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며, 오히려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그리고 생명과 정의와 존엄성 및 자기 자신과 모든 사람들의 권리를 위한 투쟁을 통해 불의와 압제에 저항하며, 하나님의 임재와 권능을 자신의 삶 속에서 드러내는 이들이라는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있다.
 
또한 이 문서에서는 "디아코니아는 희생자들의 상처를 싸매주거나 긍휼의 행동을 취하는 것으로 한정되지 않고,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통치자들과 권세들(엡 6:12)'에 맞서는 행동 모두를 포함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아울러 "변화를 위한 활동이 없다면 디아코니아는 단순한 봉사의 표현에 지나지 않을 것이요, 압제와 착취를 행하는 세력들의 이익에 교묘하게 이바지할 것"이라며 "디아코니아는 또한 피상적인 평화와 친절의 표현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오늘날의 세계에서는 △불의한 군사력과 경제력에 맞서는 정치적인 행동 △사람들의 기본적인 필요들과 인간 개발보다는 자기방어에 더 많이 투자하는 것으로 보이는 국가정치에 이의를 제기 △박탈당하고 내쫓긴 자들의 생존권을 부정하는 반이주법에 반대 △땅과 사람들을 파괴하는 개발정책에 반대 △사회 경제적인 구조들에 의해 상처 입은 자들과 함께 일하고 그들의 권리를 대변하는 일 등이 디아코니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콜롬보 디아코니아 컨퍼런스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던 류태선 목사(생명의길을여는사람들 사무총장)는 콜롬보 회의의 의미에 대해 "제3세계 사람들, 인종, 여성, 장애인들, 달릿을 포함하는 변두리 사람들(marginalized people)이 디아코니아의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바라보며 논의한 문서로, 디아코니아가 단순히 나눔과 섬김이 아닌 가난과 고통의 근본 원인인 구조 자체를 변혁시키는 디아코니아가 되어야 한다고 선언한 중요한 회의"라며 "한국교회도 제10회 부산총회를 준비하며 디아코니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고 개교회가 실천할 수 있는 사항들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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