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기독교인들과의 소통의 다리 '필름포럼' 1주년

비기독교인들과의 소통의 다리 '필름포럼' 1주년

[ 문화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3년 05월 16일(목) 14:26
개관 당시 한달에 10여 명이던 관객 지금은 3천명 찾아
'영화와 사랑' 주제의 시네토크 등 정체성 강화에 주력
 
   

지난 2003년 가을, 제1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전 서울기독교영화제)가 첫 막을 올렸을 때만 해도 '기독 영화제'가 이 땅에 그것도 10년 동안 기독교 문화의 중심이 되어 그 맥을 이어갈 수 있을 거라고는 누구도 쉽게 생각할 수 없었다. 그리고 10년 동안 해마다 중앙시네마부터 서울 아트시네마, 동숭교회, 시네마 정동, 서울극장 등을 전전하며 영화를 상영할 때도 '기독교 전용극장'이 실현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 '꿈'이 현실이 되던 지난해 5월. 기독교영화 상설 전용관 '필름포럼'이 개관했고 올해로 1주년을 맞이했다. 젊음의 거리 '신촌'에서 첫 막을 올릴 때만 해도 필름포럼을 향한 교계 안팎의 기대는 컸다. 젊은 청년들과 기독교가 문화적 교류를 통해 기독교 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도 한 몫 했다.
 
   

그럼에도 150명을 수용하는 두개의 영화관을 갖추고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은 시설을 갖춘 필름포럼은 개관 당시, 1주일 동안 3, 4 명의 관객이 전부일 만큼 비관적이었다. "좌절 그 이상이었다"는 것이 당시 스탭들의 증언이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한 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조현기 프로그래머는 "개관 예배 후 정읍의 노목사 부부가 찾아와 하루에 영화 세편을 보고 가셨다. 그동안 기독교인들이 기독교 영화에 대한 뜨거운 갈망이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면서 "필름포럼의 존재의 이유를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를 계기로 운영에 있어서 '할 수 있는 한' 모든 실험적인 방법을 동원했다. 결국 지난 한해 100편의 영화가 필름포럼에서 상영됐고, 한달에 3000명의 관객이 이곳을 찾는다. 이 때 상영되는 모든 영화는 '기독교적인 메시지를 어떻게 해석하고 나타낼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 선택된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사실은 지난 한해 극장 점유율 15%를 기록한 것이다. 극장 점유율이 30%를 넘으면 자체운영이 가능하고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출발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받을만 하다. 조 프로그래머 조차 "10%면 만족할 수 있었는데 그 이상이었다"면서 "일부러 '필름포럼'을 찾아주는 관객들에게 그저 감사할 뿐"이라고 전했다. 이뿐아니라 매주일 필름포럼은 성전이 된다. 빛의교회(천정훈 목사 시무)는 매주 토요일 마지막 영화상영이 끝나면 상영관은 예배당이 된다. 극장을 교회와 접목하면서 문화목회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 윤종호 운영실장(左)과 조현기 프로그래머
돌이켜보면 지난 1년은 기독교 전용극장으로서 안정적인 안착을 위해 쉴 틈 없이 숨가쁘게 달려온 시간이었다. 이제는 이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방안들을 모색해야 할 때다. 조현기 프로그래머는 "앞으로의 1년은 기독교 전용극장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다지는 해"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우선 가장 먼저 '시네토크'를 강화하기로 했다. 조 프로그래머는 "필름포럼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보고 난 후 관객과 배우 감독 등이 '영화와 사랑'을 주제로 대화를 나눌 생각"이라면서 "사랑을 주제로 자연스럽게 기독교의 기본 정신을 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밖에도 공연, 지역주민 초청 영화제, 외국인 학생들을 위해 한국영화 자막서비스 등의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이제 막 한 살이 된 '필름포럼'이 부디 기독교 전용 극장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들의 문화적 교류를 잇는 소통의 다리가 되어주기를 조심스럽게 바래본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