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품 사용', 교회가 먼저 실천하자

'정품 사용', 교회가 먼저 실천하자

[ 교단 ]

박성흠 기자 jobin@pckworld.com
2013년 05월 03일(금) 10:30
▶ 총회 저작권대책위원회 구성의 의미
교회서 사용하는 SW 및 악보, 폰트 등 전반에 대책 강구
 
최근 총회 임원회가 부총회장 서기 사무총장 등이 참여하는 '(가칭)저작권대책위원회(이하 저작권대책위)'를 구성해 관심을 모은다. 커뮤니케이션위원회가 제안한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 캠페인'을 검토하면서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전국 교회의 참여를 독려하는 한편 '컴퓨터 소프트웨어는 공짜가 아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한 조치다.
 
저작권대책위의 인식은 컴퓨터 소프트웨어 뿐만 아니라 교회에서 사용하는 악보와 컴퓨터용 글꼴(폰트)에 이르기까지 저작권 전반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주요 소프트웨어와 교회에서 많이 사용하는 악보 등 전반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어서 특히 교회 행정을 총 책임지는 담임목회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
 
서울시내 초대형 A교회의 사례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A교회는 교회 차원에서 정품사용의 중요성을 판단하고 수 천 만 원을 들여 정품 소프트웨어를 구매했다. 적잖은 예산이 드는 만큼 신중하게 고민하고 조사해 시행했지만 불과 2년만에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업그레이드 비용이 만많치 않게 나왔던 것. A교회는 아직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A교회는 또 청년회가 만든 주보 한 장 때문에 한 저작권협회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벌금을 물지는 않았지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일이었고 저작권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는 계기로 받아들여졌다. 청년회는 인터넷 컴퓨터를 사용해 예쁜 글꼴을 내려받아 주보를 제작했는데 여기에 사용된 글꼴이 저작권이 있는 불법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경고를 받고 곧바로 컴퓨터에서 해당 서체를 삭제하고 발행된 주보를 폐기하는 것으로 마무리지었지만 A교회는 이 일로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다.
 
서울 시내 또다른 초대형 교회인 B교회의 사례는 A교회에 비해 심각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터넷 웹사이트(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서버용 컴퓨터의 운영체제(OS)를 불법으로 설치했다는 것. 조금 오래된 사례이기는 하지만 교회에 제대로 된 홈페이지가 흔하지 않던 시절에 B교회는 자체적으로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OS를 불법CD로 설치했는데 이게 문제가 되어 엄청난 규모의 벌금을 감수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B교회와 달리 메가처치로 불리는 C교회는 사전에 조처를 취해 벌금을 물지도 않았을 뿐더러 교회의 규모에 걸맞게 소프트웨어 회사와 직접 계약을 맺고 실제 컴퓨터 대 수 보다 할인된 금액으로 정품 소프트웨어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C교회는 자세한 라이센스 계약 내용을 밝히기 꺼려하면서도 능동적으로 대응해 교회의 이미지를 높이면서도 비용도 절감한 것으로 만족감을 표시했다.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의 문제는 교회의 규모를 묻지 않는다는 데 있다. 단 한 대를 사용해도 필요한 모든 프로그램을 정품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하드웨어 구입비용 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형 교회는 재정능력이 있지만 컴퓨터가 많고 작은 교회는 컴퓨터가 많지 않지만 재정능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대통령훈령 제296호로 공표된 '공공기관 소프트웨어관리규정'에 따르면 정부조직법 제2조에 따른 중앙행정기관 및 그 소속기관, 감사원, 대통령실, 국무총리실, 방송통신위원회,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에 따라 공공기관으로 지정받은 기관은 관리책임자를 두어야 한다. 이 관리책임자는 소프트웨어의 관리 대장과 소프트웨어 설치 현황표를 작성하고 보관해야 하며 소프트웨어의 관리에 관한 실태를 점검하고 불법복제 소프트웨어가 발견되면 폐기 등의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자체적으로 정품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프트웨어는 공짜가 아니고 누군가의 노력을 거저 얻거나 빼앗으려는 파렴치한 행동으로 교회의 이미지에 해가 된다는 인식의 확산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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