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드리는 예배 문화 전하는 베스퍼스 합창단

음악으로 드리는 예배 문화 전하는 베스퍼스 합창단

[ 문화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3년 04월 26일(금) 10:12

예전 위해 작곡된 예배음악들 연주회장 아닌 교회로 되돌린다
지휘자 백정진ㆍ오르가니스트 박시애 부부 기획
오는 5월 23일 남대문교회서 성령강림주일 음악예배드려

   
 

보통의 예배처럼 말씀이 있고 기도가 있고 찬양이 있지만 조금은 특별한 느낌. 보다 깊고 보다 풍성하고 보다 진지하다. 그 색다른 예배의 감동은 바로 '음악'에서 출발한다.
 
5월 23일 오후 8시 남대문교회에서 베스퍼스 합창단(Vespers Choirㆍ지휘 백정진)이 준비하고 있는 '성령강림주일 저녁기도회-(Choral Evensong for the Week of Pentecost)'는 현존하는 다양한 예배의 형식 가운데서도 '음악'을 중심으로 드려지는 예배다.
 
중세시대 이후부터 합창과 교회음악은 깊은 연계성을 지녀왔지만 '복잡하고 화려한' 합창은 교회 보다 '공연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고급 문화로 바뀌어졌다. 베스퍼스 예배는 전문 연주가들의 독주회에서나 들어봄직한 곡들이 예배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박수'를 보내는 청중으로서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 예배로 나아가는 회중으로 모이는 것이다.
 
베스퍼스 합창단의 음악예배는 지휘자 백정진, 오르가니스트 박시애 부부가 기획한 프로젝트로 지난해 대강절 음악예배에 이어 두번째로 선보이는 것.
 
저녁기도모임을 뜻하는 라틴어인 '베스퍼스'는 전통적으로 음악의 역할이 특별히 많았던 예배이기도 하다. '이븐송' 또한 영국전통교회의 저녁예배라는 뜻으로 간단한 말씀과 음악이 주를 이룬 예배 형식이다. 보통 도입부, 찬미가, 후렴을 짓는 여려 개의 시편 송 등으로 음악이 예배의 전체적인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줘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해준다.
 
   
▲ 백정진ㆍ박시애 부부
"다양한 예배의 형식 중에서도 저희가 잘 알고 잘 할 수 좋은 또 하나의 예배를 소개하고 싶다"는 젊은 부부는 "조용하지만 아름다운 형식과 음악 안에서 드려지는 예배, 그 예배를 통해 만나게 되는 또 다른 모습의 하나님을 발견하는 기쁨을 한국교회 성도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번 예배는 이상일 목사(장신대)가 집례하고 탈리스와 스탠포드 패리 등 영국의 교회음악 작곡가들의 성가를 비롯해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응답가, 시편가 등 역사 깊은 예배 음악들로 구성됐다.
 
"합창이나 오르간 곡들은 보통 연주회장이나 앨범을 통해서 듣게 되지만 이 중 상당수 작품들은 교회의 예배를 위해 작곡되고 연주되었던 예배 음악"이라는 백 씨는 "절기와 말씀에 근거해서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곡들인데 그 연결고리들이 희미해졌다"면서 "그러한 음악들을 예배로 되돌리는 것으로 본질에 접근하고 또 그처럼 잊혀진 모습들을 함께 발견하고 나눠보고 싶은 것이 베스퍼스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세상의 곡을 연주한 후에 박수를 받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지만 예배곡이 박수를 받는 것은 어쩐지 연주회 문화가 예배 안으로 들어온 것 같다"는 백 씨는 "예배음악은 소리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예배의 한 부분임을 한국교회와 성도들과 함께 느끼고 싶다"도 덧붙였다.
 
학창시설 곽상수 교수(연세대 명예)의 시범예배로서의 찬양예배를 통해 예배와 그 안에서 어우러지는 예배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학을 결심했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예전(Liturgy)과 함께 어우러졌던 예배음악을 연주회장이 아닌 예배로 되돌리는 것, 그리고 절기에 따라 음악예배를 구성해 전통적인 틀 안에서 이뤄지는 전례와 이에 따른 예배 음악의 실제적 사용의 예를 직접적으로 선보이게 된 것이다. "바흐의 마태수난곡은 바흐의 신앙고백"이라는 백 씨는 "이 곡을 청중한 관객들은 누구나 한번쯤 예수님의 고난에 동참하게 되고 회개의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음악에서 나오는 거대한 영적인 힘"이라고 말했다.
 
베스퍼스의 예배형식이 조금은 생소하고 낯선 이유도 그 때문이다. 지난해 대강절을 위한 음악 예배 후에도 "마치 중세시대에 온 듯하다" "시간 여행을 다녀 온 것 같다" "한편의 공연을 본 것 같다"는 등의 다양한 반응이 이어졌다.
 
부부는 "지금 당장 예배의 흐름을 바꾸고 싶은 것이 아니다. 새로운 예배의 형식을 소개하고, 새로운 예배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이 있다. 부부는 이 작은 소망이 가랑비에 온 몸이 젖듯 그렇게 천천히 새로운 예배문화로 또 새로운 교회문화로 이어지기를, 그래서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본인들이 느꼈던 그 예배의 감동을 색다르게 느낄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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