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의 친정엄마처럼 포근한 교회-남촌교회

탈북자들의 친정엄마처럼 포근한 교회-남촌교회

[ 교단 ]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3년 04월 10일(수) 15:02
   
북한동포의 벗이 되고 있는 평양노회 남촌교회(신정국 목사 시무)를 지난 2일 찾았다.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 옆에 위치한 교회는 가정집을 개조한 공간을 예배당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친지의 집을 무상 임대로 사용 중인 것인데 탈북자들에게 이곳은 정말로 '큰집'이나 '본가(本家)'처럼 친숙한 장소다.

뒤늦게 신학의 길에 입문한 신정국 목사는 지난 2009년 4월 부천노회에서 안수를 받고 목사가 됐다. 2010년 11월 남촌교회 설립 이전에도 2003년부터 7년간 거룩한씨그루터기선교회란 이름으로 매주일 오후 집에서 예배 모임을 갖고 탈북자들을 섬겨왔다. 평신도 선교사로 제3국의 탈북자들을 만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사실 이 사역은 정말 외로운 길이에요. 하지만 보람도 있습니다. 처음엔 우연인줄 알았지만 이제는 하나님의 부르심이었음을 압니다." 신정국 목사와 부인 김혜영 씨(당시 권사)는 지난 2002년 영락교회 북한선교대학 1기 선교사로 캄보디아 탈북자 보호시설에 파송돼 2개월간 현지에서 탈북자들을 만났다. 40대 후반의 늦깎이 신학생이었던 신 목사는 사실 그때 중국 선교를 마음에 품고 있었다고 한다. "북한선교에 대한 비전은 전혀 없을 때였는데 하나님이 이 길을 가라고 우리를 그곳에 보내셨던 것 같아요."

캄보디아에서 돌아온 이듬해부터 부부는 집을 오픈해 본격적으로 탈북자들을 케어하기 시작했다. 특히 부인 김혜영 씨는 탈북자들의 친정엄마 역할을 자청해 3년간 하나원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했으며, 정착교육과정을 수료한 이들에게 생필품을 나누는 일도 했다. 지금까지 이 일은 계속되고 있는데 기자가 찾아간 이날도 곧 누군가에게 전달될 중고 냉장고와 TV가 목양실 출입문 옆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현재 서울북부하나센터에서 일대일 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는 김 씨는 "탈북자들이 하나원에서 나오면 처음에는 밥상도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건 당연히 있겠지?' 싶은 것도 없다"면서 "가전제품이나 옷, 생필품 전체가 필요하다"고 관심을 요청했다. 물품은 택배로 받기도 하지만 직접 운전해서 차로 가져오는 경우도 많다.

   

'큰집'답게 남촌교회에는 언제나 밥과 김치, 명란젓이 준비돼있다. "교회라는 문턱이 없어요. 아무때나 오면 밥을 먹어야 하니까요. 제가 없으면 목사님이 밥상을 차려주세요." "목사라고 힘을 줄 것도 없고 그냥 한 형제 자매처럼 살아가는거죠." 신 목사 내외는 1인 2역에서 3역까지 멀티플레이어로 활동할 때가 비일비재하다. 결혼 중매에서부터 신부 아버지, 주례 등 동시에 3역을 맡기도 하고 부부싸움 중재, 교도소 면회, 장례식 인도까지 탈북자들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3백65일 24시간 대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에요."

그루터기선교회에서부터 이 교회를 거쳐간 탈북자들은 수백명에 이르지만 현재 남촌교회의 재적은 50명, 매주 출석인원은 20∼30명으로 정착률은 높지 않다. 이 교회가 싫어서일까? 신 목사는 "노동력을 상실한 60대 이상의 교인들 외에 탈북자들은 대부분 계속 일이 바뀌기 때문에 주일성수는 물론 한 지역, 교회에 정착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하면서 "특수사역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늘 남촌교회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 그 기억을 통해 예수님을 잘 믿고 성장해가길 항상 기도한다"고 말했다.

   

"10년 전에 비해 정착금이 많이 줄어들었는데 이마저도 브로커 비용을 빼고 나면 남는 것이 거의 없다보니 하나원을 나오면서부터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아침마다 전화가 와요. '나 빨리 일해야 하는데 오늘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고." 지금은 미약해도 남촌교회의 꿈은 크다. 남촌에도 교회가 있듯이 북촌에도 교회를 세우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 탈북자 쉼터, 직업학교, 탈북자를 위한 아름다운가게 등을 세우는 것이 이 교회의 장기적인 비전이다. 북한 단천 출신의 이혜성 전도사는 "내 고향으로 돌아가면 내가 만난 하나님을 전하고 싶다"며 매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신 목사는 한국교회의 북한선교에 대해 할말이 많은듯 했다. 그는 "내 교회 북한선교가 최고인줄 아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고 있다"면서 "'우리만 안다'는 아집으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북한선교에 있어서 만큼은 에큐메니칼 차원에서의 정보 공유와 연합이 필수"라고 했다. 또 "물량공세로 이단에 많은 탈북 성도들을 뺏기고 있는 상황이다. 아예 미리 십일조를 빼고 한달에 18만원, 쌀 20kg를 주는 실정"이라고 경각심을 촉구하면서, "타종교에서도 북한 포교에 대한 준비를 많이 하고 있는데 한국교회, 교단 총회의 북한선교는 10년 전과 지금이 다를 것이 없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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