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문제, 대안교실 '힐링센터'가 나선다

청소년 문제, 대안교실 '힐링센터'가 나선다

[ 교단 ]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13년 03월 28일(목) 14:21
과천교회

   
 
지난 3월 12일 과천시 중앙동에 위치한 과천중학교(교장:최경숙) 안에 특별한 대안교실이 문을 열었다. '힐링센터'로 이름지어진 이 교실은 '지역 교회와 공립 학교가 함께 개설한 최초의 대안교실'로 소개됐다.
 
학교 안에 만들어진 대안교실이다보니 기존의 대안학교와는 차이가 많다.
 
학교 밖 대안교육은 주로 소수의 학생들에게 고비용 교육을 실시하지만, 학교 안 대안교육은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적응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물론 학교 안 대안교육에도 예산은 필요하다. 그러나 교회가 인력과 노하우를 지원하고 학교가 장소를 제공하면서 이번에 최저비용 대안교실이 탄생하게 된 것.
 
대안교육 업무협약을 맺은 서울남노회 과천교회(주현신 목사 시무)와 과천중학교의 이야기는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과천교회는 주일에 과천중학교 주차시설을 이용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교육 담당 목사들과 학교 실무자들이 인사차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학교 폭력과 청소년 자살 등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허심탄회한 대화가 시작됐다.
 
그리고 몇 개월 후 학교 심리검사에서 자살자해고위험군 학생들이 발견되면서 협력은 본격화됐다. 교회의 상담인력을 통해 진단 작업이 진행됐고, 이어진 여름방학에는 학생들의 여수엑스포 견학을 돕는 등 학습 지원으로 발전했다. 또한 학업을 쫓아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습 멘토링이 이뤄졌으며, 가을에는 학교생활 적응을 돕는 대안교육까지 협력하게 됐다.
 
공식 업무협약은 지난해 10월에 체결됐다. 협약서는 그 목적을 '교회와 학교가 협력관계를 구축해 청소년들의 건전한 성장을 돕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었는데, 몇 달 후 대안교육을 받은 학생 모두가 성실히 학교생활을 마치고 졸업함에 따라 학교와 교육청으로부터 성과를 인정받게 됐다.
 
이어서 올해엔 학교가 접근성과 모니터링이 원활한 교실을 제공하기에 이르렀고, 교회가 전담 사역자를 파송하면서 '공교육 내 대안교육 사업'이 첫 발을 내딛게 됐다.
 
실무를 진행한 과천교회 이진우 목사는 "교육 현장에서 가정은 학교를 의지하고 학교는 외부 청소년기관들을 의지하지만 인력과 예산 부족 등으로 모두 지쳐있는 상태"라며, "교회 내 전문인력이 학교 안으로 들어감으로써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오늘날 청소년 문제는 입시에만 목표를 둔 인지력 위주의 교육과정과 무관하지 않다. 타고난 기질이 다른 학생들을 똑같은 방법으로 가르치고, 한 가지 기준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교회가 이런 교육 제도를 바꾸기는 어렵지만 학교들이 변화를 일으키도록 에너지를 공급할 수는 있다는 것이 과천교회의 제안이다.
 
또한 과천교회의 다음 세대를 위한 노력은 단순히 예산을 지원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자녀 양육 경험을 가진 교육, 문화, 행정 등 각계 전문가들로 대안교육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들을 통해 교회 내 공감대 형성, 전문인력 수급, 지역사회와 교감하는 일을 지원하도록 했다.
 
힐링센터는 올해 학교의 요청에 따라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우선 지도할 계획이다.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몸, 마음, 생각을 치유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으며, 체육활동, 생각교실, 공예교실, 등산, 생물 키우기 등으로 구성된다.
 
과천교회는 향후 보다 발전적인 아이디어 수집을 위해 기존 청소년 사역단체들과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동시에 공공기관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다양한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데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과천교회와 과천중학교의 관계는 대화에서 시작됐다. 처음엔 교회의 접근을 전도와 교인확보의 수단으로 바라보는 눈길도 있었다고 한다. 교회 역시 학교 행정 절차에 대한 지식이 없어 시행착오를 경험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화가 반복되고 서로의 업무 현장도 방문하면서 상호 이해의 발판이 마련됐고, 서로의 필요를 채우는 결실까지 거두게 됐다.
 
담임 주현신 목사는 "교회가 지역 사회의 청소년에게 다가설 수 있는 방법은 무궁하다"며, "예수님이 우리를 찾아오신 것처럼 우리도 현장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줄 때 진정한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고 전했다.
 
폭력과 부적응 등 학생들의 문제는 대부분 긴급한 조치를 필요로 한다. 가해자는 법적 책임과 그로인한 심리적 충격을 감당해야 하고, 피해자는 물리적 압력을 피하고, 친구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고, 밀려오는 슬픔을 견뎌야 한다. 실제로 이런 상황 앞에서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오히려 학생들이 극단적인 문제 상황에 도달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과천교회 대안교육위원회는 교회들이 이제부터라도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인가를 준비해야 함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은 지침을 소개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라,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라, 지역사회와 소통하라, 10년 후를 생각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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