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사역 힘쓰는 성수삼일교회

노동자 사역 힘쓰는 성수삼일교회

[ 교단 ] 노동자 돕는 성수삼일교회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2년 12월 18일(화) 16:23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하여." 내년이면 창립 30주년을 맞이하는 성수삼일교회(정태효목사 시무)의 주보에 매주 빠지지 않는 기도제목이다. 23일 성탄예배를 드린 후 오는 25일 성탄절에는 시청 앞 대한문에서 연합으로 열리는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예배'에 참여할 예정이다.
 
1983년 10월 소규모 영세공장이 밀집해있었던 성수동에 터를 세운 교회는 '청소년 노동자 선교'를 위해 가장 먼저 생활야학부터 문을 열었다. 야학을 중심으로 대학생들의 자원봉사와 그들의 회비로 운영되던 교회는 초기부터 철저하게 '민중과 함께'라는 기치를 내걸고 지역 노동자의 아픔과 운명을 같이 해왔다. 1988년부터 성수삼일교회의 담임으로 사역을 이끌어온 정 목사는 서울노회 여성목사 1호이기도 하다(1996년 안수).
 
1998년 당시만 해도 여성 홈리스 문제에 대한 인식이 턱없이 부족했던 상황에서 성수삼일교회는 최초의 여성 홈리스 쉼터인 '내일의집'을 개소하며 위험한 거리로 내쫓기고 있는 여성과 아이들을 돌봐왔다. 정 목사는 "쉼터를 개소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정부 조사에 집계된 여성 홈리스가 소수라는 이유 때문"이었다고 돌아보며 "하지만 여성 홈리스는 남성과 달리 노상에서 생활하지 못하고 기도원, 사찰, 찜질방, 고시원, 식당 등을 떠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지 통계상 노출된 숫자가 적다는 이유로 대책마련에 힘을 쏟지 않는 편견과도 싸워야 했다"고 밝혔다.
 
   
2012년 12월 현재 내일의집에는 18명의 여성과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곳은 6개월 후 2회 연장이 가능해 1년까지 머물 수 있고 숙식제공, 의료지원 및 상담 심리치료, 재활프로그램을 통한 자립을 돕고 있다. 쉼터에서 자격이 갖춰지면 서울시에서 전월세자금을 지원해주는 자활의집(9개 위탁운영 중)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는데 직업이 있고 수입의 절반 이상을 저축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정 목사는 "자활의집으로 들어가게 되면 아이들이 그렇게 행복해한다. 좁디좁고 햇살도 안드는 방에 살다가 환경의 변화만으로도 큰 희망을 갖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1일부터 6살 딸 효은 양과 내일의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명숙씨(47세)는 "처음에 와서 전에 있던 가정폭력쉼터에 비해 낙후된 시설과 열악한 환경에 굉장히 놀랐다"면서 "비상금까지 병원비로 다 사용하고 쉼터에서는 중독 증세가 있는 둘째 아이 때문에 퇴소당해 갈 때까지 간 상황에서 온 곳인데 편하게 잠을 자는 것도 쉽지 않다"면서 시설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2남 1녀를 둔 이 씨는 알코올 중독인 남편과 현재 이혼소송 중에 있는데다가 남편과 이 씨 모두 개인파산, 자녀들과도 뿔뿔이 흩어져 지내고 있는 상태다. 올 겨울 한파를 피할 수 있는 소중한 보금자리에 감사하면서도 이 씨는 열악한 환경이 못내 아쉽다고 했다.
 
한편 지역 내 일하는 부모 또한 성수삼일교회의 꾸준한 관심 대상이었다. 1988년 10월 지역 어린이를 위한 '슬기아이방'을 개원하고 아이들을 돌보던 교회는 1990년 5월 방과후학교인 '우리들공부방'을 열고 학습지도까지 맡았다. 매일 1시부터 6시까지 운영되는 공부방은 교육목사인 천인숙목사가 담당하며 협력사역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나'의 아이에서 '우리'의 아이로 자라나는 교실을 만드는 것이 우리들공부방의 목표로 내일의집, 우리들공부방 모두 서울시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지만 임대료 인상으로 매달 운영비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정 목사는 "올해 노숙인법이 바뀌면서 처음으로 서울시가 전월세를 얻어주겠다고 하는데 18명이 그 비용으로 전세로 나가는 것은 사실상 무리"라면서 정부와 교단, 독지가들의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예배당이 있는 교회와 내일의집, 우리들공부방은 모두 성수동 뚝도시장 인근 5분 거리에 위치해있다. 하지만 담임 정태효목사는 '삼일공동체'가 있는 성수동 일대 뿐만 아니라 쌍용차 해고자, 강정마을 주민들, 재능교육 해직교사 등 작은이들이 있는 현장이라면 어디라도 달려간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생존자복지위원장으로 지난 8∼10일에는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 참석차 대만에도 다녀왔다.
 
정 목사의 목회 철학은 간단하다. "하나님은 편드시는 분"이라는 믿음으로 아무도 편이 되어주지 않는 작은이들을 찾아가 눈물을 닦아주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것. '모두가 고르게 행복한 내일'이 이 교회의 꿈이자 존재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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