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녘에서

가을 들녘에서

[ 고훈목사의 詩로 쓰는 목회일기 ] 시-가을 들녘에서

고훈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1월 09일(금) 10:53
[고훈목사의 시로 쓰는 목회일기]

누군가를 기다린다
서둘러 떠날 채비를 하며
지난 여름 휩쓸고 간 아픈 흔적
지워지지 않는 회한의 기억들
그래도 아름다웠다
우리는 함께 걸어왔기에
소유할 수 없는 것을 소유하고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줄 수 없는 것을 나눌 수 있는
가을 들녘의 비움이여
 
하여
이 가을이 아쉽도록 쓸쓸해도
거두는 모든 이를 위해
그분은 하늘채색으로
이 세상을 온통
찬란하고 넉넉하게 채우신다
 
거룩한 오해
 
비행기 앞자리 세 좌석 중 가운데 자리가 내 자리여서 지나는 것 죄송해 "미안합니다"하고 앉았다. 기도 후 테이블 위에 메모지를 놓고 '가을 들녘에서'를 제목으로 시를 쓰기 했다. 티타임일 때 자연스럽게 내 옆의 어르신이 내게 말을 건다. "예수 믿는 분이십니까?" "네. 저는 목사입니다." "이 책가방은 몇 년이나 됐습니까?" "30년 됐습니다." "목사님들은 가방 하나도 30년 쓰시네. 참 검소하시군요. 목사님이 자리에 앉으실 때 이 노인에게 보여준 미소는 너무도 아름다운 미소였습니다."
 
나는 갑작스런 칭찬에 "죄송합니다. 난 인상이 별로 안 좋은데 그리 좋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목사님 창백한 얼굴 보니 금식기도 많이 하는 얼굴입니다." "어르신 그게 아니라 12년 전 위암 십이지장암 췌장암 림프종암 수술한 목사입니다. 하나님 은혜로 생존하고 있습니다." "목사님은 검소하고 겸손하고 영성이 크고 기적이시군요. 난 교회가 시험 드는 것보고 교회에서 나왔는데 목사님 교회 한 번 가겠습니다."
 
미소도 30년 된 가방도 창백한 얼굴도 검소함도 모두 거룩한 오해다. 그러나 오해도 전도한다. 앞으로 진짜 거룩해야겠다.

고훈목사/안산제일교회ㆍ국제펜클럽회원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