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으로 설립하라고?"

"학원으로 설립하라고?"

[ 문화 ] 교회 평생교육시설 등 일부 프로그램, 학원법 개정으로 강제폐쇄 위기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2년 04월 10일(화) 14:33
   
▲ 전국의 많은 교회들에서 지역사회 섬김과 나눔의 장을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다양한 문화강좌를 제공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학원법 개정으로 교회가 '학파라치'들의 신고대상으로 주목받고 있어 주의가 요청된다.

경기도 일산시에 위치한 거룩한빛광성교회(정성진목사 시무)는 지난해 11월 경기도고양교육지원청으로부터 '학원 및 교습소 신고의무 위반'에 관한 시정권고 공문을 받았다. "2011년 10월 개정된 학원법 시행으로 평생교육시설로 신고된 시설에서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학교의 학생을 교습하는 경우에는 학원으로 등록해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다. 지난 2009년에도 지역의 민원으로 '월간겨자씨부설평생교육시설'을 설립하고 합법적인 기준을 마련한 바 있는 교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지자체와의 마찰을 우려해 오는 5월 26일까지 진행되는 광성평생배움터 47기 수강생에 이어 6월부터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모두 폐강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현재 기독교 대안학교로 운영중인 드림초ㆍ중학교를 정식학교 법인으로 설립, 방과후학교를 통해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교육을 받고 싶어도 비싼 수강료를 지불할 형편이 못되는 소외계층 어린이들을 위해서다.
 
   
▲ 거룩한빛광성교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광성배움터 프로그램 중 '통기타교실'. 교회는 해당 교육청의 시정 권고로 오는 6월부터 유아 및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을 폐지하기로 했다.
경기도고양교육지원청 전성희 평생교육팀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신고가 들어오면 행정 처리를 할 수 밖에 없다. 오는 2013년 12월 31일까지 학원으로 등록할지 평생교육시설로 할지(이 경우 성인 대상 교육만 가능) 결정을 내리셔야 한다"며 "초중고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습행위 위반은 평생교육시설로 등록하지 않은 교회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 교회 문화선교위원회 담당 장로인 김승태장로(예영커뮤니케이션 대표)는 "법개정 과정에서 공청회 등을 열 때 교회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했다"며 "정부가 할 일을 교회가 대신해주고 있음에도 그 길을 막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서울 강북구 번동에 위치한 번동제일교회(김정호목사 시무)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2006년부터 지역 주민들에게 다양한 문화강좌를 제공해온 번동제일교회는 지난해 서울성북교육지원청 인가 평생교육시설인 강북교육문화원을 설립하고 처음 뜻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 교회 역시 학원법 개정 이후 소위 '학파라치'들로부터 신고를 받았다. 이에 대해 담당자인 김종수목사는 "인성교육을 중심으로 한 교육프로그램을 준비해 지난 12월 해당 교육청으로부터 통과를 받은 상태"라며 "담당 공무원들과의 관계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비단 두 교회 뿐만 아니라 전국의 많은 교회에서 지역사회 섬김과 나눔의 장을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다양한 문화강좌를 제공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학원법 개정에는 미등록ㆍ미신고 교습행위에 대한 신고포상금 제도를 포함하고 있어 '학파라치' 양성 전문학원까지 등장해 교회들의 주의가 요청되고 있다. 일단 한번 신고를 받게 되면 권고-지도-벌금-강제폐쇄의 수순으로 이어진다.
 
문화센터 운영으로 쇼핑 고객 유치 및 수익 창출을 시도하고 있는 대형마트 백화점 등 역시 이를 학원업으로 전환하거나 초중고 대상 강좌를 폐지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중 일부는 학원 등록을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교회의 경우는 다르다. 학원으로 등록되면 과세 대상이 되며 교습비,강사,운영에 관한 정보 공개 등 각종 규제를 받게 될뿐만 아니라 선교라는 본래의 목적과 교회의 정체성까지 잃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와 관련 손봉호교수(고신대 석좌)는 "교회가 이익 보다 사회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선한 의지로 시작한 일인 것만큼 교계가 한목소리로 정부에 강력하게 항의해야 한다"며 "교회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까지 학원법 개정으로 인한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교단별로 연합해서 재개정, 예외 조항 마련 등에 앞장섰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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