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인손을 앓고 난 아침

생인손을 앓고 난 아침

[ 문화 ] 동인시단

박은혜사모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4월 09일(월) 10:56

생인손을 앓고 난 아침
목련 꽃잎같이 말갛게
새살이 난 자리에
칼날이 돋아났다

내 안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등나무 푸른 새싹만 하게
시퍼런 칼날이 자라나
햇살을 톡 톡 끊고 있다

아프다
따스한 눈빛으로
내 손을 잡았던
그들의 영혼에
피가 흘렀겠구나

바람이 불어온다
윙 윙 칼끝이
별자리처럼 까마득한
기억 속까지 후벼 파고

삶의 바닥 밑까지
통증이 몰려온다

햇살이 쏟아져도
이렇게
세상이 캄캄할 수 있다니
두렵다
내 곁에 아무도 없어

주여
신음 소리를 내뱉는다

살갗을 뚫고 나온
시퍼런 칼날이 뽑혀지고
예수의 손에서
붉은 핏물이 뚝뚝 떨어진다


박은혜 / 제자교회 목사 부인ㆍ기독신춘문예 제9회 시 가작 당선자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