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가 끌려가 학살 당하는데,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니요?"

"동포가 끌려가 학살 당하는데,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니요?"

[ 교계 ] 탈북자 북송 반대 시위에 앞장선 주선애교수, "오늘의 교회가 강도 만난 사람 외면하고 있어"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2년 03월 20일(화) 17:53
"사람이 죽어가는데 밥먹고 그냥 앉아있을 수가 없어서…."
 
'탈북자들의 대모'로 인생 후반부를 살고 있는 주선애교수(89세, 장신대 명예)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난 13일 중국대사관 건너편 옥인교회에서 만난 주 교수는 작정한듯 마음에 품어두었던 말들을 쏟아냈다. "어느 탈북자 얘기가 자기 아들이 잡혀있는데 북송을 시키려거든 차라리 중국 사람 손에 죽여서 시체를 보내주라고 해요. 그렇게 말하는 엄마가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어요. 그런데 우리는 너무 편안하게 살아요. 내 이익이 아니면 아무것도 안하는 사람이 돼버렸어. 이기주의자, 돈만 아는 사람, 그렇게 해서 부패했고."
 
하루 세끼 식사와 따뜻한 잠자리가 황송한 마음에 하루에 한번씩은 중국대사관 앞에 나온 것이 어느덧 3주를 훌쩍 넘겼다. 예전에 탈북자종합회관에서 함께 일했던 이애란박사의 단식 소식을 듣고 힘이 돼주고자 발걸음을 옮긴 것이 시작이었다. 추운 날씨도 노(老)교수의 열정을 막지는 못했다. 인터뷰 도중에도 몇번이나 기침을 하며 호흡을 가다듬은 주 교수는, 그러나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는 단호했다. "나는 북한 사람들과 함께 살거든요. 그 사람들 통해서 얼마나 비참하게 살았는지를 아는데 북한 사람치고 차가운 길거리에서 안자본 사람이 없대요. 이렇게 먹는다는 것도 따뜻한 방에서 잔다는 것도 너무 죄스러워요."
 
자택에서 약 1시간 거리의 효자동까지 매일 그를 이끈 것은 한국의 기독교여성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이기도 했다. "김마리아, 유관순선생 등 많은 선배 기독교여성들이 3ㆍ1 운동 당시 생명을 걸고 나라를 위해 싸웠어요. 식민지 때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말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독립국가잖아요. 우리 동포가 끌려가서 학살을 당하는데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면 너무 비참한 얘기 아닌가요?"
 
누가복음의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를 꺼내들며 주 교수는 마지막 화살을 교회로 돌렸다. 그는 "내가 종교인이고 하나님 믿고 십자가 의지하고 천국간다고 그러는데 너무 바쁘다. 아무 유익이 없고 내가 드러나지도 않는다고 모른척하고 있다"며 오늘의 교회가 사마리아인 비유의 제사장과 레위인처럼 강도 만난 사람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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