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기구 출범', 지나치게 성급하다

'새 기구 출범', 지나치게 성급하다

[ 교계 ] 교단별로 공감대 형성하는 의견수렴 과정이 시급, 13일 총회선 비대위 로드맵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2년 03월 11일(일) 08:46
   
▲ 지난 9일 오후 열린 명예회장 간담회에서는 13일 비상총회를 통한 새 기구 출범에 대한 강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사진/장창일차장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13일 비상총회를 열고 회장을 선출하겠다고 일정을 밝힌 가운데 교계에서는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고조되고 있다. 본 교단 총회도 비상총회에 앞서 12일 오전 총회 임원회와 연합사업위원회, 전국 노회장단 연석회의를 갖기로 하는 등 교단의 여론을 확인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에 앞서 9일 열린 임시임원회에서는 한기총 행정보류를 결정하는 동시에 박위근총회장이 당초 맡았던 새 기구의 선거관리위원장직을 사임하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교단 총회가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결국 13일 비상총회에서 회장을 선출하고 새 기구를 출범하는 것에 대한 교계의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출발'이냐, '또 다른 분열'이냐를 두고 교계가 첨예한 논란에 빠진 가운데 현재 논점이 되고 있는 몇 가지 사안들을 짚어본다,

▲지나치게 성급한 '창립총회'
지난 9일 저녁 서울 앰버서더 호텔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와 한기총 명예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는 새 기구에 대한 맹비난이 쏟아졌다. 이 자리에는 한기총 회장을 지낸 지덕목사와 최성규목사, 엄신형목사 등 명예회장들이 참석했으며, 박위근목사와 정근두목사 등 비상대책위 임원들이 참석했다. 간담회에서 최성규목사는 "냉정하게 이 일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목사는 "13일에 대표회장을 뽑는 것은 시기상조이고 공감대도 얻을 수 없다"면서, "한기총이 나쁜 것이 아니고 한기총을 망친 몇몇의 사람들이 나쁜 것인 만큼 뜻있는 교단들이 탈퇴를 하고 차라리 2년 동안 기다리는 게 옳다. 한 템포 늦게 가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13일에 대표회장을 선출하겠다는 비대위의 발표에 대해서는 '성급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특히 지난 3일 비상대책위원회가 모임을 갖고 전격적으로 "제3의 기구를 출범하겠다"고 결정한 뒤 불과 열흘 후인 13일에 비상총회를 열고 이 자리에서 대표회장까지 선출하겠다고 밝힌 것 자체가 무리라는 의견이다. 한 교계인사는 "3일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만장일치로 결정을 했다고 하더라도 한국교회를 대표하게 될 기구의 수장을 고작 열흘만에 뽑겠다고 일정을 밝히는 걸 도대체 누구보고 이해를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비상총회로 사조직을 구성하는 것도 아니고 연합기구를 만들겠다는 것인데 이런 일정은 결국 또 다른 논란을 제공하는 단초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예장 한기총 탈퇴를 위한 대책 회의(상임대표:이명남)도 신중해야 한다는 의사를 총회에 전달했다. 의견서에서 대책 회의는 새 연합기구 창립을 분열로 규정하고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몇몇 교단장들과 총무들에 의해 '분열'을 조장하게 될 우려가 있어 지나치게 졸속적으로 진행되는 것에 부정적 의견이 점점 대두되고 있다"면서, 속도조절을 요청했다.
 


비대위 내부에서조차 '이견'이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8일 임원회를 가진 예장 백석 총회는 한기총과 비상대책위원회 사이에서 중립을 선언했다. 격론 끝에 이 같은 결정을 한 백석 총회는 이날 회의에서 유중현총회장이 13일 비상총회에서 임시의장도 맡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 비대위 내부에서조차 의견 차가 있음을 시사했다.

   
▲ 최성규목사의 발언을 듣는 지덕목사와 엄신형목사의 표정이 어둡다. 이날 회의는 전반적으로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사진/장창일차장

 

▲'13일 비상총회', 어떻게 진행해야 하나
비상대책위원회는 교계의 좋지 않은 여론에도 불구하고 13일 비상총회에서 대표회장 후보로 나올 목회자들의 후보등록을 마감했다. 후보로는 기독교대한성결교회의 이정익목사와 예장 대신 총회 김요셉목사가 최종적으로 서류를 접수했으며, 비대위의 일정대로라면 13일에 이 둘을 두고 대표회장 선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계에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은 가운데 대표회장을 선출할 경우 후폭풍이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교계언론을 비롯해서 한기총 명예회장들과 비상대책위 내부에서도 속도조절의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현재 비대위가 선결해야 할 과제는 '공감대 형성'이라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교단들 중 어느 한 교단도 교단 총회 전체의 결의를 통해 새 기구 창립을 허락받은 곳이 없다. 본 교단의 경우에도 지난 9월 열린 96회 총회에서 '행정보류'를 허락 받았을 정도지 새 기구까지 만들어도 좋다는 결의를 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13일에 새 기구를 출범시켰을 경우 올 9월 열릴 총회에서 격렬한 책임공방이 시작되고 결국 새 기구 자체가 자중지란에 빠질 우려도 크다. 한기총 명예회장들도 9일 모임에서 "새 기구를 출범시킬 경우 이제 한기총에게 정상화를 하라든지 개혁하라든지의 요구를 할 이유를 상실하게 된다"면서, "힘과 힘이 충돌해 교계가 더욱 큰 어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결과적으로 무리하게 13일 비상총회에서 새 기구를 출범할 것이 아니라 9월에 있는 총회까지는 각 교단별로 여론을 수렴하는 '공감대 형성 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비상총회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가 취해야 할 향후 일정들을 점검하는 회의가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비상대책위원회의 로드맵을 그리는 총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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