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의 꿈을 꾼 피랍 29시간, 섬김교회 이민성목사

출애굽의 꿈을 꾼 피랍 29시간, 섬김교회 이민성목사

[ 교계 ]

이민성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2월 28일(화) 14:43

지난달 10일 오후 4시경(현지시간)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서 성지순례 중 베두인 무장세력에게 납치됐다가 29시간 만에 풀려난 한국인 3명 중 한 사람인 서울남노회 소속 이민성목사가 그 상황을 정리해 본보에 기고했다. <편집자 주>
 

오랫동안 꿈꿔왔던 성지순례,그러나 내게는 가혹한 시기에 찾아왔다. 교회가 가장 어려울 때였다. 형편을 따지면 참아야했겠지만 나이 53세,공부를 위해서도 설교를 위해서도 어쩌면 목회를 위해서도 하나님께서 주신 기회라 생각되어 포기할 수 없었다. 서울남노회의 선교부와 교육부가 힘을 모아 선교교육대회로 진행하는 31명 성지순례팀에 일행이 되어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카이로에 도착했다.
 
늦은 시간에 도착하여 숙소에서 잠을 청하고 다음날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보고 아기예수님이 헤롯의 아기학살을 피해 오셨던 피난교회 등을 돌아보았다. 다음날은 출애굽 여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시내반도의 시내산이었다. 마침 내가 시내산 정상에서 예배에서 설교를 하도록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약간의 부담을 안고 시내산을 향했다. 카이로에서 출발한 일행은 관광버스를 타고 수에즈운하 밑의 터널을 통과하여 시내반도에 들어왔고 길가의 허름한 휴게소에서 도시락으로 식사를 한 후 시내산 도착 20분을 남겨둔 3시 30분경 잠시 차가 정차한 틈에 우리 버스를 막아선 두 대의 차량에서 나온 소총으로 모두가 무장한 일곱명의 베두인들에게 네 명이 납치되었다.
 
그들은 차에 올라와 "인솔자,인솔자"를 외치며 이집트인 여행사 직원이 제일먼저 끌어갔고 한국인 가이드가 그 다음,내 앞자리에 있던 과천교회 이정달장로를 끌고 나갔다. 그리고 내 옆자리에 앉은 목사님을 내리게 하는데 저항하니까 나를 내리란다. 나는 인솔자가 아니어서 내리지 않으려 했는데 주먹으로 나를 가격한다.
 
내가 안나가면 누구라도 끌려가겠구나 싶어 그대로 끌려내려 갔다. 그리도 두 대의 베두인 차량은 우리를 태우고 평균 시속 1백80km의 속도로 도로와 광야를 두 시간을 질주했다. 갑자기 아프카니스탄에서 순교한 김선일씨가 생각이 났다. 나도 그렇게 되는 거겠구나. '왜 하필 나인가'하는 원망과 '주님이 원하신다'면 순종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 하는 체념이 한꺼번에 왔다.
 
5시 30분경 도착한 나지막한 광야의 그들의 은신처에서 그들은 "이집트 정부와 싸움으로 인해 경찰에 잡혀 감옥에 간 자기 형제를 구하기 위해 우리를 납치했다"고 말하며,우리에게는 "미안하다"는 말까지 했다. 경찰과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한 두시간이면 일이 끝날 것이라고도 말했다. 거기서 그들의 식사를 먹고 밤 9시 30분이 되었을 때 다시 한 시간 정도 차를 타고 이동하여 큰 산이 있는 광야의 커다란 바위들이 여기저기 있는 또 다른 은신처로 이동하였다.
 
거기서 모닥불도 피우고 오랜 시간을 보내더니 새벽 2시 20분경 다시 차를 타고 이동했다. 이번에는 그들의 마을이었다. 거기에서는 아무 소리도 내서는 안된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다른 부족들에게도 숨기는 모양이었다. 그들은 우리를 한 방에 몰아넣고 밖에서 문을 잠갔다. 타일바닥 방에서 모포를 뒤집어 쓰고 누웠는데 냉기가 올라와 잠을 잘 수 없었다. 오전 10시 경 그들의 식사를 주었다. 그리고 12시경이 되었을 때 일이 잘되고 있으니 한 시간 후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오후 3시가 되어서야 다시 한 시간이면 나간다고 한다. 믿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그 한 시간후인 4시에는 건물 밖에서 네발의 총성이 들렸다. 경고성 사격인 것 같았다. 5시경 버터로 볶은 밥을 저녁으로 가져왔는데 이제는 밥도 넘어가지 않는다. 6시 경이 되자 광야의 밤은 칠흑같이 찾아왔다. 오늘도 틀렸구나 싶어 7시쯤 기도하기 시작했다. 깜깜함 속에서 선잠이 든 8시,나오라는 소리가 들렸다. 15분을 달리더니 준비된 다른 차로 옮겨졌다. 그리고 15분을 달리니 대기하던 경찰이 우리를 호송하여 시내산 일행들이 머무는 숙소로 데려다 줬다.
 
갑자기 환호성이 터지며 '예수 사랑하심을' 찬송이 시내산을 떠들썩하게 두 번이나 불려지고,마치자 지종득목사가 감사의 기도를 감격에 찬 눈물로 했다. 잠시 인터뷰를 하고 일행과 함께 숙소를 출발해 이스라엘로 넘어와 남은 일정을 소화했다. 출애굽의 꿈을 꾼 것 같다.

이민성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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