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그리스도인들의 자세

선거,그리스도인들의 자세

[ 교계 ] 목회자들 먼저 정치의식 개선,교회 '정치마당'으로 만들지 말아야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2년 02월 20일(월) 14:25
올해 우리나라는 정치적으로 큰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바로 총선과 대선이 열리는 해이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을 대표할 입법자들과 최고통치자를 선출하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최근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교계에서도 기독교인의 올바른 정치참여와 선거문화 정착을 위한 세미나와 심포지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14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IVP)는 오후 명동 청어람에서 '그리스도인의 정치참여: 어떻게 투표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또한,같은 날 저녁 에큐메니칼 인사들의 월례포럼인 '생명평화마당'에서도 '생평평화의 정치와 기독교의 선거참여'를 주제로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이제홀에서 2월 월례포럼을 개최했다.
 
기윤실의 지난 14일 심포지엄에서는 하나님의 성품인 '인애,공평,정직'을 실천하는 후보와 정당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됐다. '한국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와 실천적 과제'의 제목으로 발제한 백종국교수(경상대 정치외교학과)는 후보와 정당을 지지하는 기독시민의 기준은 기독교인이냐 아니냐를 떠나 인애,공평,정직의 덕목을 실천하느냐 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인애ㆍ공평ㆍ정직'은 하나님의 성품으로 '인애'는 나보다 약한 자를 측은히 여기고 돕는 것이고,'공평'은 매사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그리고 '정직'은 진실하게 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백 교수는 "신앙적 진정성은 오직 하나님만 아시기 때문에 특정후보가 기독교인인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에 있어 목회자의 자세와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교회에서 교인들은 목회자에 대한 신뢰가 깊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의 정치의식 개선을 위해서는 먼저 목회자들이 바로 서야 한다"고 강조한 백 교수는 "교회 내에서 복음전파를 훼방하는 불법적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성도들은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법적인 선거운동을 하는 일부 교회지도자들은 복음의 훼방꾼들"이라고 강도높게 비난하기도 했다.
 
'기독교와 우리의 현실 정치'를 주제로 발제한 김선욱교수(숭실대 철학과)는 정교(政敎)분리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목회자가 사회적 권력에 민감할 때 교회는 정치를 이용하여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권력의 지평을 넓히려고 할 수 있다"며 "오늘날 한국교회가 어려움에 빠지게 된 것은 교회가 이러한 방식으로 정치에 접근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가 말한 정교분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기윤실 심포지엄에 며칠 앞서 열린 에큐메니칼 전국목회자 인문학심포지엄에서 이만열장로(숙대 명예교수)도 강조한 바 있다.
 
이 교수는 "국민의 직접 선거에 의해 치러진 대통령 선거 때마다 기독교는 기독교인을 청와대로 보내기 위해 움직였다. 이승만 대통령 때는 교계 대표자들이 선거부정을 모의하기도 했고,김영삼 대통령 선거 때도 '청와대에서 찬송가 소리가 들리도록 하자'면서 기독교인들을 선거로 몰았다"며 "그러나 앞서 두 대통령 때는 정권의 잘못을 기독교와 연관시켜 비난하지는 않았지만,이 정권에 들어서서는 노골적으로 정권의 실책을 기독교와 연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독교 정치인들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는커녕 오히려 욕을 먹도록 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인데도 기독교는 자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국민들이 일반 정치권에 대한 실망으로 비정치권 인사들의 인기가 급상승하는 상황을 한국정치 전환의 시기라고 규정하고 기독교인들이 현재의 정치 지형과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보다 구체적인 정당들의 상황을 분석하고 국민들이 투표에 어떻게 임해야 하는지에 대해 방법을 제시하는 모임도 생겼다.
 
지난 14일 열린 생명평화마당 월례포럼에서 '제19대 총선과 정치발전'을 주제로 발제한 손혁재박사(경기대ㆍ정치평론가)는 "보수적 권력정치로는 국가와 시장 주도의 고도성장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고 지역과 계층 격차,세대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제하고 "국민들은 양적 성장 위주의 발전에 대한 피로감이 쌓여있고 삶의 질을 향상하는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며 민심을 읽을 줄 아는 정치세력이 선거에서 표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 손 박사는 유권자들이 깐깐하고 꼼꼼해질 것을 제안했다. '그들만의 잔치'가 아닌 '유권자의 축제'로 선거를 생활정치의 영역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것. 그는 △빠짐없이 투표하기(투표는 권리이자 의무) △후보에 대해 관심 갖기 △돈 뿌리는 후보 떨어뜨리기 △선거법 위반행위 고발하기 △지역감정에서 벗어나기 △자원봉사하기(선관위,시민단체,지지 정당과 후보) 등을 통해 개개인의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의 과정에 동참할 것을 독려했다. 또한,각 기관 및 단체에서는 △후보 및 정당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 △후보 초청 토론회 개최 △후보에게 공약 요구 등 후보들에게 적극적으로 정보를 요청해 유권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대통령 자문 통일고문회의 고문을 맡고 있는 인명진목사(갈릴리교회)도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인들은 교회를 선거운동의 장으로 만들지 말아야 하며,교회는 또한,이러한 정치인들에게 이용당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인 목사는 "우리 한국교회는 지난 선거 때 현정부와 너무 밀착해 MB의 당선 이후에도 타종교와 사회로부터 종교편향이라는 비판을 받고 오히려 지금은 여론 때문에 역차별을 받고 있는 상태"라며 "교회의 정치참여는 그 후폭풍이 너무 심한 만큼 엄격하게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 어느 해보다도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있는 2012년. 기독교인들의 올바른 결정이 중요한 변화의 시기에 대한민국의 명운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하나님이 보시기에 부끄러움 없는 유권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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