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공간과 급한경사로 사고 유발, 교회 전체 곰팡이로 가득

좁은 공간과 급한경사로 사고 유발, 교회 전체 곰팡이로 가득

[ 교계 ] 본교단 최초의 시각장애인교회 '한맹교회' 재건축 시급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2년 02월 07일(화) 15:22
서울 남산 3호터널 왼쪽 옆 언덕은 그 경사도가 높다. 눈이나 비가 많이 오면 젊고 건강한 사람들도 좀처럼 올라가기가 쉽지 않다. 경사도가 높기 때문에 한번 넘어지면 부상도 심하게 입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언덕배기에는 본교단 최초의 시각장애인교회 한국맹인교회(이하 한맹교회)가 있다.
 
한맹교회는 40년 전 김선태목사가 고 한경직목사 등의 도움을 받아 건축한 이래 힘 없고 어려운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사역에 최선을 다해 사역을 진행해왔다. 최근에는 교회 내 갈등으로 인해 교인들 일부가 교회를 떠나는 등 어려움도 겪었다. 이러한 어려움을 수습하고 교회를 안정시키기 위해 증경총회장 유의웅목사가 지난해부터 설교목사로 부임해 치유와 화해의 사역으로 예전의 가족같은 분위기를 회복하고 있다.
 
이렇게 교회가 안정을 찾아가자 한맹교회는 다시금 이전에 기도했던 절실한 기도제목을 다시 떠올리며 간절한 소원을 하나님께 간구하고 있다.
 
그 기도제목은 다름 아닌 새교회당을 건축하는 일. 현재의 교회당은 23년 전 건축한 건물로 노후되어 내외부에 수리할 곳이 너무도 많아 당회에서는 차라리 재건축을 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지난 5일 기자가 찾은 한맹교회는 유의웅목사가 말한데로 수리해야 할 곳이 너무 많아 일일이 다 확인해보는 것도 쉽지 않을 정도였다. 먼저 예배를 드리는 본당에 들어서자 나무로 된 바닥에 희끗희끗한 자국이 선명했다. 이른바 백화현상으로 습기가 차 물이 여러번 배어 나와 생긴 현상이다. 바닥과 붙어있는 내부 벽의 검은 색 페인트에서도 백화현상은 발견됐다. 본당과 연결된 새가족 환영실의 천정은 곳곳에 물이 샌 흔적이 있고,의자 뒤 벽면은 아예 썩어 곰팡이로 가득했다. 이런 썩어버린 벽은 아동부실에서도 발견됐다. 미관상 커튼으로 가려놓았지만 아이들은 해로운 곰팡이균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생활시설인 화장실 천정에도 물이 흘러 임시방편으로 비닐로 막아놓은 곳도 있고,누전으로 인해 스위치가 폐쇄된 곳도 있었다. 4층 목사 사택은 현재 담임목사가 공석으로 비어 있지만 수도 시설과 바닥 보일러 전체가 아예 고장났고,사람이 거주하기 위해서는 총체적인 리모델링이 필요한 수준이었다. 교회 외벽 또한 방수가 되지 않아 날씨가 추워지면 아예 교회 한쪽 외벽 전체가 얼음으로 뒤덮일 정도다. 무엇보다 교회 내 이동통로가 너무 좁고 경사도가 너무 심해 시각장애인이 다니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구조였다. 이러한 좁은 공간과 급한 경사는 여러 사고를 유발했다. 가뜩이나 몸이 불편한 시각장애인들은 계단에서 구르기도 하고 서로 부딪혀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외에도 교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비가 오면 꼭 누수되어 예배당 바닥에 물이 고여 악기 손상이 크고, 예배당 뿐 아니라 교회 내부 전체에 곰팡이가 핀다고. 유의웅목사는 "비가 오면 정전도 잦아 화재의 위험도 크고,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아 추위와 더위에 취약하다"며 "한번은 관리집사의 집에 누수가 되어 가족들이 이불을 들고 피신해야 할 정도로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맹교회에서는 올해부터 이렇게 낙후된 교회건물을 헐고 새로운 건물을 가질 수 있도록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올해의 표어를 '기도의 기적,헌금의 기적,축복의 기적을 체험하자'를 표어로 연초 특별새벽기도를 시작했다. 이러한 간절한 염원은 교인들 전체의 목표로 체화되어 평소 새벽기도 참석인원보다 4배가 더 많은 인원이 참석할 정도였다. 자발적으로 작정헌금도 했다. 시각장애인 교인이 90%에 이를 정도여서 교인들의 재정상황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6억5천만원이라는 금액이 작정됐다. 안마나 침술로 어렵게 버는 돈이지만 주의 일을 위해서는 아끼지 않고 바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 건축비 25억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
 
시각장애인들을 섬기기 위해 설교목사로 시무 중인 유의웅목사도 자신의 사비 6백50만원을 가장 먼저 헌금하고,교회 사례비 전액과 자신의 정성을 합쳐 5천만원을 작정했다.
 
교회의 한방희장로는 "시각장애인들의 직업이 예전과 달리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해 성도들의 생활이 어려워졌다"며 "헌금을 많이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재건축이 더욱 어려운 상황에서 한맹교회를 후원하는 일은 장애인 복음화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각계의 도움을 호소했다.
 
다행히 이러한 한맹교회의 안타까운 상황을 듣고 일부 교회에서는 크고 작은 후원금을 보내기 시작했다. 한맹교회는 이러한 손길이 고맙기만 하다. 또한,앞으로 더 많은 교회들이 어려운 시각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갖고 도움의 손길을 보내주기를 기다리며 기도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들에게는 기초수급생활자를 돌보고,생활이 어려운 장애인들을 교육ㆍ훈련시켜 이땅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신앙인으로 양성하겠다는 꿈과 비전이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유 목사는 "사실 이곳에 설교목사로 부임하기 전에는 시각장애인들끼리 모이는 교회가 왜 필요할까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실제로 와보니 꼭 필요한 것을 느낀다. 특히 중도실명자들은 자신에게 닥치 고난을 극복하는데에는 시간이 필요한데 여기에 와서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밝게 찬양하는 모습을 경험하고, 함께 대화하면서 새 힘을 얻는 경우를 많이 본다"며 "일반교회들이 장애인선교,특수선교에 깊은 관심을 갖고 기도와 후원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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