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는 '추수' 아닌 '농사'

전도는 '추수' 아닌 '농사'

[ 목양칼럼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02월 03일(수) 16:23

몇 년 전 알래스카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평소에 접할 수 없었던 장엄하고 신비로운 산과 강 만년설도 신기했지만 제일 기억에 남은 장면은 연어 양식장이었다. 연어 양식장을 향해 가면서 여행 가이드가 말하기를 "여러분은 아마 평생 처음 보는 굉장한 모습을 보게 될 겁니다. 여러분은 간혹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는 물 20% 고기 80%입니다"라고 했다.

필자는 속으로 '저 가이드 허풍이 좀 센 편이구나'라고만 생각하고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런데 잠시 후에 유(U)자 형의 만으로 들어갔을 때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물 20% 고기 80%가 아니라, 물 10% 고기 90%처럼 느껴졌다. 아예 배가 고기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가능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가이드의 설명은 연어의 회귀본능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양식장에서 지난 수 십년 간 어마어마한 양의 연어치어를 방류했다는 것이다. 그 치어들이 태평양에서 자라서 어미 연어가 되어 처음 방류되었던 곳으로 몰려드니 이 같이 전체 만이 연어로 가득 차게 되었다는 것이다. 과거의 어업은 그냥 고기를 잡는 것이었다면 현대의 어업은 고기를 길러 잡는 것이라고 한다. 마치 농사를 짓듯이.
원시인들은 수렵 채취로 생활이 가능했다. 그러나 인구가 많아지면서 인류는 농사와 목축을 통해 식량을 조달해 왔다.

필자는 지난 14년간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전도학과 교회성장학을 가르쳐왔다. 그런데 필자가 재직한 그 기간에 한국교회는 정체 내지는 마이너스 성장을 해 왔다. 이 사실에 대해 필자는 주님 앞에 너무 죄송스럽고, 이 상황을 바꾸어야 한다는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한국교회 전도의 문제점이 무엇일까? 그것은 전도를 추수로만 인식해 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전도자는 낫을 들고 추수만 했고, 씨를 뿌리고 가꾸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추수하는 자는 수고한만큼 수입이 생긴다. 그러나 씨 뿌리고 가꾸는 자는 수고만 했지 당장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너도나도 추수만 하려고 한다.

노방전도, 축호전도, 총동원전도 등 다양한 전도가 시행되지만 초점은 결신시키는 것이다. 자신이 출석하는 교회에 등록시키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이 전도왕이 되고, 자신이 출석하고 있는 교회가 부흥되기를 원한다. 이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교회가 해야 하는 일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전도가 추수가 아닌 농사라고 봐야 한다. 추수는 전도의 많은 과정 중 한 과정일 뿐이다. 한 사람이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전도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적어도 8단계 정도의 과정을 거쳐서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고, 이후에도 5단계 정도의 성장과 성숙의 과정을 거쳐야 제 몫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크리스찬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독교에 대해 적대감 내지는 무관심의 단계에 있던 사람이, 관심을 갖고 더 나아가 호감을 갖게 되었을 때 효과적인 전도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리하기 위해서는 꾸준하게 기독교인들이 그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교제하며 그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

이 과정 없이 불특정 다수에게 만나자 마자 대뜸 "예수님 믿으시오"하는 것은 전도 받는 자의 입장에서는 거부감이 들 수 있다. 실제로 한미준에서 발표한 통계를 보더라도 기독교, 천주교, 불교 중에서 전도를 제일 많이 하는 곳은 기독교이다. 그런데 비종교인들에게 당신이 만약 종교를 갖게 된다면 어떤 종교를 갖기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기독교인이 되기를 원한다는 사람이 세 종교 중 최하위였다. "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되 오직 하나님께서 자라나게 하셨나니 그런즉 심는 이나 물 주는 이는 아무것도 아니로되 오직 자라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뿐이니라 심는 이와 물 주는 이는 한가지이나 각각 자기가 일한 대로 자기의 상을 받으리라"고린도전서 3장 6~8절의 말씀을 기억하자.

전도는 농사이다. 밭 갈고 씨 뿌리고, 물주고, 벌레 잡아주는 자는 거둔게 없지만 주님은 추수한 자와 마찬가지로 충성된 자로 인정하시고 상 주실 것이다. 남이 심은 것 내가 거두었다고 다 내 공로가 아니다. 남의 수고와 주님의 역사가 있었기에 거둠이 가능했다. 그러므로 거둔게 많다고 교만할 것도 없고, 적다고 열등감에 빠질 것도 없다. 오직 충성의 크기에 비례하여 주께서 합당한 상급을 주실 것이기에.

진희근/목사 ㆍ 승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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