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부터 알찬 평등의 열매 맺자'

'뿌리부터 알찬 평등의 열매 맺자'

[ 교계 ] 교회내 여성참여(하)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09년 06월 03일(수) 11:28

최근 경기도 여성능력개발센터에서 서울 경기지역 남성과 여성 3백99명을 대상으로 '가정 내 부부관계가 평등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남성 기혼자의 79.4%가 '평등하다'고 응답한 반면 여성 기혼자들은 남성 기혼 응답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38.1%만이 '평등하다'고 답해 가정에서조차 양성평등 인식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정 내 부부 평등 실천 정도를 묻는 질문에서는 남성 전체의 63.4%가 1백 점 만점에 70점 이상으로 꼽았지만 여성은 22.6%만 70점 이상이라고 밝혀 여성은 가정 내 부부평등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비단 가정 내에서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의 양성 불평등 문제는 오랜 역사와 함께 형성되어 왔으며 지금도 사회 속에 깊게 뿌리박고 있는 가부장적인 의식과 제도 권력과 체제 앞에서 양성 불평등 문제가 쉽게 해결되리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지난 8월 한국교회여성연합회(회장:이정희)가 '성숙한 교회문화 형성을 위한 여성의 역할과 책임'을 주제로 교회 여성들의 의식 실태를 조사한 결과 '현재 속한 교회 내 남녀차별이 있다'는 질문에 응답자 8백 중 과반수가 넘는 4백70명(58.7%)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회장:김삼환) 산하 '여남평등 교회공동체위원회'가 조사한 한 결과에 따르면 교회 내 남녀비율을 보면 여성들이 7대 3의 비율로 훨씬 많지만 여성들이 교회에서 주로 하는 일은 청소ㆍ음식만들기(51%)가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이 성가대(10.1%) 구역회(9.9%) 심방(8.9%) 행사준비(7.3%)전도(5.2%) 순으로 나타났지만 '청소ㆍ음식만들기'를 계속 하고 싶다는 응답자는 0.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숭실대 기독교학과 구미정교수는 "희생과 봉사는 그 자체로 문제될 것이 없고 오히려 권장되어야할 기독교의 아름다운 덕목이지만 남성과 여성 기독교인에게 달리 적용된다면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한국 교회는 여성이 설교를 하고 주일예배 대표기도와 인도를 맡고, 당회나 제직회 등 회의를 주재하는 일을 '봉사'라고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교회 내 양성평등을 실천하는 방법으로 △가치관에 있어 위계적이기보다 다원적 사고와 돌봄의 윤리를 강조 △힘에 있어서 지배보다 관계를 중시하는 '에로틱 파워(erotic power)' 권장 △하나님이 초월적인 남성 신격이거나 우주적인 도덕심판관 내지 전능한 군주라기보다는 생명력의 원천, 생명의 자리, 생명 그 자체인 '마음 또는 중심(Heart)'으로 경험할 것 등을 요구했다.

무엇보다 목회자가 될 남녀 학생들에게 더욱 균형 잡히고 조화로운 정의감각을 심어주기 위해서 신학교 내 여성신학 과목이 필수적으로 교육해야 하며 이미 목회를 하고 있는 목회자들에게도 '목사 계속 훈련'이나 '리더십 교육' 등을 통해 여성신학을 숙지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부동공목회를 실천하고 있는 탁혜경목사(구포교회)는 "교회 내 여성부목사들이 너무 적은 것이 문제"라면서 "우선 교회가 여성목사를 청빙하는 데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부분의 교회에서 부목사 중 여성은 10%도 안된다"는 탁 목사는 "여성들을 지도하는 사람들이 여성이어야 되지 않겠냐"면서 "여성 동역자들이 교회에 많이 세워지는 운동이 펼쳐질 수 있었으면 바라지만, 현재는 여성과 남성이 동역한다는 것에 대해 의식과 제도가 모두 이뤄지지 않았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또 "여성 권사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경에도 없는 권사제도가 여성이 장로가 되는 길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탁 목사는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안수집사에 이어 장로로 장립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전도회전국연합회(회장:홍기숙) 강미경총무는 "총회 총대 30% 할당제를 매년 헌의하고 있지만 벽이 높다"면서 "1노회 1여성총대도 노회에서 허락했지만 노회가 실천하고 있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무엇보다 교회 내에서 적극적으로 여목사를 부목사로 청빙해 줄 것"을 당부하는 강 총무는 또 "하루 속히 여성들의 역량이 총회를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각 노회의 총대들이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오는 9월에 열리는 제94회기 여성총대는 9명으로 지난 2007년 11명 2008년 10명에 이어 해마다 1명씩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들꽃향린교회 김경호목사는 한 포럼에서 '교회내 양성평등 문화ㆍ정책마련을 위한 제언' 제하의 발제를 통해 "남성은 성직 및 평신도 대표권을 가지고 각종회의에 참여하고 여성들은 식사나 봉사를 맡는 차별적 역할 분담은 타파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일은 단지 남성의 몫을 여성에게 나누어 달라는 '분배에의 요구'에 머무를 수 없으며 여성을 주체이자 신도(시민)로 인정하고 여성의 정체성과 여성적인 문화를 존중하는 '인정에의 요구'로 확대 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교회 내 양성평등 실천을 위해서는 △여성 평신도 지도자의 양성 △여성 교역자 지원(목사, 여전도사) △총대 및 노회 총대 여성 할당제 △당회의 양성 평등과 교회내 지도자들의 양성 평등을 위한 할당제 실시 △양성 평등 주일 제정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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