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양성평등 어디까지 왔나

한국교회 양성평등 어디까지 왔나

[ 교계 ] 교회협, 양성평등 정책문서 채택 이후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09년 05월 16일(토) 08:01

   
▲ 교회내 양성평등의 길, 아직도 멀기만 하다. 일러스트/이경남기자
올해초 대법원은 사법연수원 수료생 92명을 신임법관으로 임용했다. 이중 여성은 66명으로 역대 최고치인 71.7%를 기록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간한 '2008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전문ㆍ관리직에 종사하거나 국회와 공직사회에 진출하는 여성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대 국회에서 여성의원의 비율은 13.7%로 15대 5.9%, 16대 13%에 비하면 상승추세에 있다.

이러한 수치들은 모두 불평등의 장벽에 부딪힌 과거 여성들이 양성평등을 주창하며 이룩한 결과물이다. 아직도 개선할 점들은 남아있지만 한국사회내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점진적인 변화가 이뤄진 것으로 평가된다. 오랜 유교적 전통으로 인한 남아선호현상도 젊은층사이에서는 이미 옛말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오히려 여아선호의 경향이 새로운 사회적 현상으로 등장했을 정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6년 기준 여아출생률은 48.2%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원장:문숙경) 등의 기관에서는 성별에 관계없이 개인의 능력과 소질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구현을 위해 양성평등 인식의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 교회기관으로는 예장여교역자연합회(회장:김태완) 한국교회여성연합회(회장:이정희) 한국여신학자협의회(대표:김애영 박성자 함인숙) 등이 있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내 양성평등의 현실은 어떠할까. 사회에 비해 교회의 변화속도는 일반적으로 느리게 체감되곤 한다. 전통과 관례 절차 등이 중요하게 작용되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교회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는 부서는 단연 '여전도회'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모든 부서가 각자의 역할을 감당하겠지만 교회에서 여성들의 자리는 막중하다. 가정의 살림살이처럼 눈에 띄지는 않지만 손을 놓으면 금새 티가 나는 것이 여성들의 일이다. 설겆이 청소 식사공궤 등 가장 많이 봉사하는 것도 여성들이고 새벽기도회 금요기도회 등 기도의 자리에 가장 열정적으로 나서는 것도 여성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교회내에서 진행되는 일 가운데 한가지 배제되는 것이 있다. 바로 '의사결정과정'이다. 월등한 수적우위에도 불구하고 의결권을 갖지 못하는 것이다. 종종 "나는 여자가 가르치는 것이나 남자에게 권위를 행사하는 것을 허락지 아니하노니 다만 조용할지니라(딤전 2:12)"는 구절이 정당한 근거로 제시되곤 하는데 이는 해석상의 문제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 월등한 수적우위에도 불구하고 교회여성들은 여전히 의결권에서 배제되고 있다.

한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회장:김삼환) 양셩평등위원회가 1년여 간에 걸쳐 마련한 '한국교회 양성평등 정책문서'가 지난 3월에 열린 제57차 총회에서 채택됐다. 이 정책문서에는 △교회장로와 교단총회 대의원의 30%를 여성으로 할당 △부목사가 2명 이상이면 1명은 여성으로 △교단 내 양성평등위원회 설치 및 양성평등주일 제정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앞으로의 각 교단별 행보에 교회여성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은 대다수의 여성목회자들이 총대 여성장로 여성전임목회 등에 할당제 도입을 희망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다. 국회에도 청년 여성 장애인 등 소수자들의 권리를 찾아주기 위한 장치가 '비례대표제'라는 강제조항으로 마련되어 있듯이 배려가 필요하다는 요청.

일례로 본교단 제93회 총회의 여성총대는 목사 2명 장로 8명으로 총 10명에 불과했다. 비율로 따지면 아직까지는 모래밭에서 진주를 찾는만큼 희귀한 수준이다. 예장여교역자연합회의 자료에 의하면 2008년 9월기준 여성교역자는 전임전도사 4백74명, 부목사 3백7명, 담임목회 3백9명, 기관목회 1백59명 무임 1백3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담임목회 중 전도사로 시무하는 경우가 1백18명이며 교육전도사 무임 은퇴교역자는 제외한 수치다.

감리교 여성목회자인 배월수목사(안산햇순교회)는 "목회현장에서 사실상 여성목회자들은 전임으로 가기 어렵다"고 전했다. 여성이 전임으로 있었다고 해도 후임은 남성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 사례비 차이도 현실적인 문제 중 하나다. 배 목사는 "여성들은 전문성을 갖추고도 대형교회 진입이 어려워 개척을 하거나 작은교회로 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차별이 발생할 수 밖에 없게 되는 이유다.

영등포노회 새터교회(안지성목사 시무)의 경우는 그래도 괜찮은(?) 경우다. 새터교회는 기독여민회(회장:정태효)에서 설립한 교회로 3대째 여성목회자가 담임목회를 하고 있기 때문. "여성목사안수운동을 펼친 선배들로 인해 이렇게 목회를 할 수 있었다"고 밝힌 안지성목사는 오히려 지금은 뚜렷한 현안이 있었던 과거에 비해 제 목소리를 충분히 내고 있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각자 봉착한 문제앞에 외로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앞으로 후배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지금 목회현장에 진출해있는 여성교역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남성에 대한 기대보다 여성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안 목사는 △여성의 특성에 맞는 새로운 목회모델 개발 △여교역자회 구성을 통한 연대활동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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