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에 갇힌 예수

금고에 갇힌 예수

[ 제10회 기독신춘문예 ] 제10회 기독신춘문예 가작<희곡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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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4월 17일(금) 14:30
   
▲ 그림 정성현

글 : 권요셉

등장인물 : 파우, 예수, 순대, 어머니, 검사, 판사, 경찰, 기자, 어린 파우

1막
무대

 중앙에 금고로 보이는 네모난 큰 상자가 놓여있다.

 암전 상태에서 재밌는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음악이 나오며 스포트가 그 상자만을 비춘 가운데 파우가 후레쉬를 들고 과장된 도둑 걸음으로 등장한다.

 파우 : (실수로 물건을 떨어드린다) 쉿! (물건을 줍고) 우린 원래, 발자국 소리도 안 냅니다. 이건 실수라고 하는 겁니다. 미스테이크. 미스. 엠아이에스. 잘못. 테이크. 취하다. 미스테이크. 잘못 취하다. 한자어로 실수라고 하죠. 실. 잘못. 수. 손대다. 실수. 잘못 손대다. 이런 건 미스테이크를 해도 괜찮죠. 그러나 큰 거. 저기 뒤에 있는 거 보이죠? 금고. 돈이 들어있는 함이란 뜻입니다. 저런 건 실수하면 안 되죠. 전 프로거든요. 한 몫 챙기고 싶어요? 따라와 봐요.

곧 금고로 다가가 금고를 열기 시작한다.

우측에는 옥상으로 설정된 높은 지대가 있고, 파우가 금고를 열기 시작하면 순대가 등장해 옥상 위로 올라간다.

 순대 : 여보세요? 누구 없어요? 나하고 대화할 사람 없나요? 그래요, 전 별로 사랑스런 사람이 아이예요. 전, 이름도 순대구요. 대학도 못 갔어요. 매일 술에 쩔어 살고, 아직 서른도 안 된 어린 나이에 이혼도 서너 번 했지요. 다섯 번인가? 어쨌든. 그래도 절 그런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지 말아주세요. 그래요. 전 마약도 했었어요. 그래도 절 그런 경멸의 눈으로 쳐다보지 말아주세요.

 파우 : 내가 뭐라 그랬어. 실수하지 않는다고 했잖아. 이 안에 뭐가 들어있을 거 같아? 어? 머니. 이 세상의 주관자. 머니. 이 세상의 통치자. 머니. 세상의 주인. 머니. 고귀한 너. 머니. 고결한 너. 머니. 자 다같이 환호해봐. 머니머니머니머니머니머니. 그리고 머니를 통치하는 건? 이츠 미.

파우가 금고 문을 열면 웅장한 음악, 불꽃과 함께 나타나는 예수. 깜짝 놀란 파우 음악에 맞취 쓰러진다.

 파우 : 당신 누구야.
 예수 : 네가 불렀잖아.
 파우 : 나 혼자 해쳐먹기 바쁜데 누굴 불러.
 예수 : 이 세상의 통치자.
 파우 : 누구한테 얻은 정보야.
 예수 : 이 세상의 주관자.
 파우 : 어떻게 나보다 먼저 들어왔는진 모르겠지만, 저건 이미 내가 찜 했던 거야. 건드리지마.
 예수 : 그게 나거든.
 파우 : 뭘 챙겼어?
 예수 : 머니가 아니라.
 파우 : 안에 들어가서 머니를 안 챙기면 뭐야? 다이아라도 있어? 금인가?
 예수 : 내가! 주관자라고. 이 세상의.
 파우 : 내가! 머니호스트야. 들어는 봤겠지. 연쇄 금고털이범. 역대 최고의 금고털이. 머니호스트. 그게 나라고. 알아들었으면 말해. 누가 준 정보야? 누가 감히 이 머니호스트도 안 거치고 서울시내 금고에서 머니를 따가나.
 예수 : 너한테 저 머니 말고 더 소중한 머니가 있을 텐데.
 파우 : 그래. 나한테는 저것 말고도 더 소중한 머니가 한참 더 있지. 근데 아직 부족해. 아직 한참 부족해. 그래서 저것도 내가 가져가야겠어.
 예수 : 너의 가장 소중한 머니. 어머니. 어머니 땜에 머니가 그렇게 필요한 거라면, 이제 그만 끊어.
 파우 : 너 뭐야. 뭔데 그런 소리까지 지껄여?
 예수 : 그게 아니라면 즐기는 건가? 아니면 어머니도 치료하고 너도 한몫 챙기자고 하는 건가?

싸이렌.

 파우 : 도망가지 마. 안에 있는 머니. 챙기고 나올 동안 대기해. 서로 할 얘기가 많을 거 같은데.

파우가 금고로 가려 하자, 금고 문이 닫힌다.
 예수 : 싸이렌 울리고 5분이면 경찰 도착. 다시 문 열려면 최소 5분은 걸릴 거고. 시간상 그냥 튀어야 할 건데?
 파우 : 너. 먼저 빼돌려 놨지? 이젠 정말 도망갈 생각 마라. 나랑 함께 좀 가자.
 예수 :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난 언제나 너랑 함께하고 싶었어. 내가 엘리베이터 눌러놨거든. (딩동 소리) 왔네. 타라. 1층으로는 도망 못 갈 거야. 천상 옥상으로 가야 할 상황이네. 

예수가 3층부터 25층까지 쓰여 있는 캘린더를 한 장식 넘긴다. 25층 다음은 옥상.

 순대 : (예수와 파우가 올라오는 동안) 그래요. 전 한심해요. 경멸할 만하죠. 이해해요. 저 같아도 저 같은 사람을 좋아하진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전. 이 세상에 살아있을 이유가 없어요. 아무도 제가 살아있길 원하지 않고, 제가 죽는다고 아무도 슬퍼하지 않을 테니까요.

파우와 예수 옥상 도착. 캘린더를 내려놓고.

 파우 : 바로 옆에 23층짜리 건물이 있어. 뛸 수 있겠어? 여기서 뛰면 2층 높이일 텐데.
 예수 : 날 수도 있어.
 파우 : (순대를 보고) 저건 또 뭐야?
 순대 : (아래를 보고) 아저씨들은 모두 어딜 보세요? 혹시 저를 보시는 건가요?
 파우 : (급히 아래를 보고) 벌써 경찰이 다 깔렸어. 아직 5분도 안 됐는데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순대 : (파우를 보고) 아저씨도 가실려구요?
 파우 : 저 아저씨 아니거든요?
 순대 : 혼자선 좀 무서웠는데 같이 할까요?
 파우 : 혼자 해 먹기도 바쁘거든요.
 순대 : 그래요. 알아요. 아무도 저와 함께 뭔가를 하려하지 않아요.
 파우 : 둘이 한 패야?
 예수 : 얘, 지금 뭐하려는 건지 모르겠어?
 파우 : 아가씨, 여기서 뭐하는 거예요?
 순대 : (손을 내밀며) 절 잡지 마세요. 절 잡지 않겠다고 말해주세요. 제가 떠나도 슬퍼하지 않겠다고.
 파우 : 슬퍼하지 않을 테니까. 여기서 뭐 하냐구요.
 순대 : 사라져 주려구요.
 파우 : 지금, 자살하려는 거예요?
 순대 : 그렇게 부르는 거군요. 자살. 내 마지막 행동이 그렇게 기록되겠군요. 자살. 기억해줄 사람도 슬퍼해줄 사람도 없겠지만.

경찰 등장.

 경찰 : (밑을 보고) 더 올려. 더 올려. 더. 더. OK.
 파우 : (뒤 돌아 앉으며) 우리가 옥상에 온 건 어떻게 알고 사다리차까지 동원한 거야?
 경찰 : 아가씨. 아직 젊고 예쁘신 거 같은데 왜 죽으려고 하십니까?
 순대 : 네? 제가 예쁜가요?
 경찰 : (아래를 보고) 야, 여기 한명이라며. 두 명인데. 다시 보고해. 두 명이라고.
 순대 : 그래요. 제 말은 항상 씹히죠.
 기자 : (밑을 모고) 더 올려. 더 올려. 더. 더. OK.
 경찰 : (기자에게) 여기 올라오시면 안 돼요. 내려가세요.
 기자 : YS 뉴스. 오윤지 기잡니다. 단순 자살인가요? 농성인가요?
 경찰 : 위험합니다. 내려가세요.
 기자 : (경찰 쪽으로 건너가며) 카메라, 이쪽. 강남에 위치한 신협 빌딩에서 신원 미상의 두 명이 자살을 시도하고 있어, 경찰이 설득 중입니다. 현재 설득 전문 경찰을 만나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이 어떻게 돼가고 있습니까?
 파우 : 이거 우리 때문에 온 경찰들이 아니잖아.
 경찰 : (긴장한 소리) 우리 강남 경찰은 단 한 건의 자살도 허용하지 않는 실력 있는 네고시에이터들로 구성되어...
 기자 : 지난 달에도 줘봐줘봐 상회 사장이 자살한 것으로 아는데요?
 파우 : (예수에게) 당신은 알고 있었지?
 경찰 : 아, 그 때는 강북으로 건너가서 자살한 바, 저희 관할이 아니므로,
 기자 : 그럼, 오늘 자살 기도자는 어떤 조건을 요구하고 있습니까?
 순대 : 역시 제게 아무도 관심을 안 두는 군요.
 경찰 : (순대 눈치를 보고) 도, 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순대 : 모두들 안녕히...
 기자 : 그건 자살 기도자가 아니라 강도 아닙니까?
 예수 : (숨어있는 파우 옆에 앉아서) 쟤가 뛰어 내리면 경찰들이 바로 들이닥칠 텐데.
 경찰 : 그렇습니다. 그게 바로 경찰이 겪는 고초입니다.
 파우 : 뛰지 마!
 순대 : 네?
 파우 : 뛰지 말라고.
 기자 : 아깐 분명 둘이라고 하셨는데요.
 순대 : 제가 죽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잖아요.
 파우 : 내가 신경 써.
 경찰 : (아래를 보고) 한 명 더 있다. 자살자가 총 세 명이다.
 순대 : 저를요?
 파우 : (재빨리 가면을 쓰고) 그래 아가씨가 뛰어내리면 내가 큰일 나.
 순대 : 내가 죽는데 아저씨가 큰일나요?
 파우 : 그래, 니가 죽으면 내가 힘들어져.
 순대 : 그만큼 제가 아저씨한테 소중해요?
 파우 : 아저씨 아니라니까!
 순대 : 그럼, 젊은이.
 기자 : 세 분은 무슨 일 때문에 동반 자살을 하려고 하시나요?
 경찰 : 침착하게 저를 바라보세요.
 순대 : 제가 죽으면 막 슬퍼요?
 파우 : 슬픈 거랑은 달라.
 기자 : (경찰에게) 남자는 왜 나중에 나타났을까요?
 순대 : 그럼 어때요? 눈물이 나요?
 경찰 : 전문가의 입장으로 볼 때는 삼각관계입니다.
 파우 : 눈물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평생 외롭게 감옥에서 썩을 거야. 그러다보면 어머니도 못 모실 거고, 그래 그러다보면 눈물이 날지도 모르겠군.
 경찰 : 지금 남자가 구애를 하고 있는 거군요.
 순대 : 제가 죽으면 결혼할 건가요?
 파우 : 당신이 죽으면 나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을 테니까, 결혼할 수 없겠지.
 순대 : 내가 죽으면 혼자 평생을 살겠다고요?
 경찰 : 뭔가 풀려가고 있는 듯 합니다.

 순대가 파우에게 시선 꽂으면 불이 암전 되면서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핀라이트가 순대와 파우만 잡는다. 비눗방울과 몽환적 분위기.

 기자 : 세 명의 자살 사건은 삼각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나 현재 해결되어가고 있는...
 순대 : 드디어 만났군요. 평생을 기다렸어요. 그래요, 어딘가에는, 날 사랑해줄 사람이 한 명 쯤은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모두가 날 싫어하는데, 당신은 평생을 나만 바라보겠다고 다짐하시는군요. (내려와 파우에게 다가가) 그래요 우리 함께해요. 당신과 함께 가겠어요.

조명 및 무대. 다시 현실로.

 파우 : 좋아요. 일단은 함께 빠져 나갑시다.
 기자 : 남자가 사랑고백을 하는 것으로 여자의 자살이 일단락 된 것으로 보입니다.
 파우 : 요구조건이 있다.
 경찰 : 다시 합친 걸 축하드립니다.
 파우 : 뛰어내리지 않을 테니, 경찰들을 물려라. 신분노출을 원하지 않는다. 만약 노출되면 혀 깨물고 죽겠다.
 순대 : 아저씨, 그건 제가 해 봤는데 쉽지 않아요.
 파우 : (순대에게) 쉿! (경찰에게) 뒷문 통로를 열어놓으면 나가겠다.
 기자 : 삼각관계로 알고 있는데 나머지 여자 분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파우 : 나머지는 경찰이 잘 지어낼 겁니다.
 경찰 : 나머지는 어디서 커피나 한잔 하면서 말해 드리지요.

파우, 순대, 예수 빠져 나가면서 암전. 잔잔한 음악.

2막
무대 - 가정집 분위기

1장

어머니가 술을 마시고 있다. 파우와 순대가 먼저 급히 들어온다.

 파우 : 엄마, 또 술먹어? 술 먹지 말랬지.

엄마, 순대를 보고, 파우를 또 쳐다본다.

 파우 : 에이 엄마, 그런 거 아냐.
 엄마 : 들어와라, 아가야.
 파우 : 아가가 뭐야, 아가가. 이 여잔, 그냥.
 엄마 : 들어와. 여기 앉아.
 순대 : 네, 어머니.
 파우 : 어머니는 또 뭐야. 아가씨, 이거 아니잖아.
 엄마 : 그래, 집까지 찾아온 걸 보면, 보통 사이는 아닌 듯한데.
 파우 : 보통 사이는 아닌 게 아니라, 보통사이도 아니야. 그냥 아무 것도 아냐.
 엄마 : 가만히 좀 있어, 넌. 그래, 어떻게 왔어?
 순대 : 저 아니면 이 사람이 평생 혼자 살겠다고 해서.
 엄마 : 아이구, 그래. 우리 애가 그래도 쑥맥은 아니네. 그런 말도 다 하고.
 파우 : 와. 아. 아놔. 진짜. 아가씨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우리 그런 거 아니잖아.
 엄마 : 엄마가 오늘 나가서 잘까?
 파우 : 어딜 가? 그런 거 아니라니까.
 엄마 : 엄마도 다 알어. 엄마도 예전에 왠 거렁뱅이가 길거리에서 벌벌 떨길래 집으로 데리고 온 적이 있어.
 파우 : 그래, 그럼, 이해하겠네. 그런 거야. 그냥 불쌍해서.
 엄마 : 그게 네 아빠야. 까르르르르. 그 때 참. 동정심이 왠수를 만들었어. 그래, 이름이...
 순대 : 순대요.
 엄마 : 아니 좋아하는 음식 말고. 이름.
 순대 : 순대예요. 정순대.
 엄마 : 아, 이름이. 정순대. 맛있는 이름이네.

예수 등장.

 파우 : (예수에게)어디 갔었어. 돈 숨기고 온 거 아냐?
 예수 : 세상에 있는 돈이 다 내 꺼 거든. 숨길 게 뭐있어?
 파우 : 그래, 그건 나랑 좀 맞네. 나도 그런 생각이거든. 세상의 돈이 다 내꺼다. 잘 하면 좋은 동업자 되겠어.
 예수 : (엄마 옆으로 가서) 보고 싶었어. 아니, 항상 봐 왔지만, 이렇게 옆에서 보고 싶었어.
 엄마 : (깜짝 놀라) 나, 아니?
 예수 : 아다마다. 매일 밤 그렇게 간절히 날 찾는데.
 엄마 : 파우야. 얘, 맛이 좀 갔다.
 파우 : (순대를 가리키며) 쟤는 좀 안 가 보여요?
 예수 : 매일 밤, 아들 위해 기도하잖아. 자기가 가더라도 아들 좀 어떻게 해 달라고. 그만 죄 짓고 나보고 만나 달라고 그랬잖아.
 엄마 : 아, 교회서 나오셨어요? (술을 상 밑으로 빨리 숨기며) 목산가 전도산가 그 분이신가? 저야, 아직 교회 다닌지가 얼마 안 돼서. 그냥 뭐, 옛날 무당 앞에서 하듯이 그렇게 하는 건데. 용하시네. 참. 괜히 도사라고 하는 게 아닌가보네요. 저는 젊은 사람들이 도사도사해서 참, 신뢰가 안 가고 무당이 낫지 않나 싶을 때도 있었는데, 뭐, 오늘 보니 왠만한 무당보다 용하네요. 혼자 기도한 것도 다 아시고.
 예수 : 걔네가 어떻게 알겠어. 나한테 한 말을.
 엄마 : 그럼, 신이 내리신 거요? 아이고. 예수 신이 내리셨구나.
 예수 : (어처구니없는 웃음) 신이 내린 게 아니라, 내가 예수야.
 엄마 : 신이 내린 게 아니라. 예수 신이 직접 온 거요?
 예수 : 항상 너하고 함께 있어왔는데, 너도 알았잖아. 믿었잖아. 그러니까 기도한 거 아냐?
 엄마 : 저는 당췌. 저는 아직 술도 못 끊고, 교회도 일요일에만 겨우 가고.
 예수 : 끊게 될 거야.
 엄마 : 술 안 끊으면 죽는다고 의사가 그러는데도. 이게 안 끊어져요. 이게 내 몸보다도 더 소중한 건지. 참, 이상하게 안 끊어져요.
 예수 : 끊게 될 거야. 술보다 날 더 사랑하는 날이 올 테니까.
 파우 : 나, 참 사람 황당하게 만드네. 엄마, 얘는 나 일하다가 만난 애라니까. 넌, 내가 황당해서 그냥 지켜봤는데, 언제 봤다고 우리 엄마한테 반말이야? 너 사기도 치냐? 나, 진짜, 내가 너 같은 애들 여럿 봤는데.
 예수 : 니 엄마가 매일 밤 기도하거든, 나한테. 너 지금 하는 짓, 그만하게 해 달라고. 그리고 개과천선해서 천국가게 해 달라고.
 엄마 : 예수님.
 예수 : 니 엄마도 다 알거든. 니가 뭐하는지.
 엄마 : 안 돼요.
 예수 : 자기는 죽어도 상관없는데, 아들이 자기 때문에 손 더럽히는 것 같아서 매일 고통 속에 기도하시거든.
 파우 : 엄마. 얘, 지금 사기 치는 거야. 얘가 뭐라 그랬는지 모르는데, 믿지 마.
 예수 : 니 엄마가 내 얘기 듣는 거 처음이거든.
 파우 : 닥치지 못해!
 예수 : 얼굴이 화끈 거려?
 파우 : 어떤 놈이 보내서 온 거야?
 예수 : 쪽팔려?
 파우 : 내가 다 해먹으니까 왜? 꼽냐?
 예수 : 니가 도둑질 하고 들어올 때면 엄마는 니말 대로 사업하다 들어온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어.
 파우 : 엄마, 듣지마.
 예수 : 니 엄마가 술을 왜 마시겠어?
 파우 : 믿지 마.
 예수 : 믿는 문제가 아니라, 알고 있어. 믿음이란 건 보이지 않는 걸 확증하는 건데, 니 엄만 네가 훔쳐오는 걸 수차례나 봐버렸거든.
 파우 : 왜 이렇게 잔인해. 그냥 다른 방법 있을 거 아냐. 그냥 나 협박을 하든가, 다리몽둥이라도 부러뜨리든가 해서 못하게 하면 되지, 꼭 이렇게 잔인하게 해야 해?
 예수 : 니가 한 짓이 얼마나 창피한 일인지 알라고. 원래 빛에 어둠이 서면 움츠리게 돼 있어. 죄를 깨닫는 데는 그만한 게 없어. 이 방법이 아니면 니가 니 죄를 알겠어?
 파우 : 제발 그만해. 너, 내가 가만 두지 않아. 그래, 이제 손 떼지. 너 혼자 다 해먹어. 그치만 넌 내가 가만 두지 않아.
 순대 : (경련을 일으키며) 그만, 그만해. 그만. 그만해, 그만. 그만해. 그만하란 말이야. 그만해. 내가 잘못했어. 그만해. 잘못했어. 내가.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엄마가 가서 안아주자 숨을 헐떡거리며 경련이 멈춘다)
2장

순대가 누워있고, 엄마가 간호하고 있다.  예수는 요리 중이다.

 엄마 : 예수님. 중풍병자도 고쳐 주셨지요? 나병환자도 고쳐 주시고.
 예수 : 일요일만 가서도 잘 배웠네.
 엄마 : 우리 아이도 좀 살려 주세요.
 예수 : 죽지 않았는데 살리라니.
 엄마 : 고쳐 달라는 거지요.
 예수 :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거야.
 엄마 : 저는 안 살려도 돼요. (사이) 제 자리를 메꾸려고 이 아이가 왔나 봐요.
 예수 : 미련이 없니. 이 세상에.
 엄마 : 산다는 건 좋지요. 그런데 목사님이 그러데요. 천국에선 내가 아들을 사랑하듯이 천국의 모든 사람들을 사랑할거라구요. 내 아들. 파우. 보기만 해도 가슴이 뛰고 기쁨이 있는데 세상 사람들을 다 그렇게. 아, 내가 아들에 대해 갖고 있는 이런 심정이 목사님이 말하는 그런 사랑이라면, 천국에선, 모든 사람들을 볼 때마다 그렇게 가슴이 뛰고 기쁠 텐데. 그게 기대가 되요. 갈 때가 됐으면 가야지요. 천국은 어떤 곳이지요? 곧 가겠지만, 예수님은 살다 오셨으니 얘기를 해 주세요.
 예수 : 내가 천국을 숨겨 놓은 보화와 같다고 말해준 적이 있는데, 네게는 조금 다른 말을 해 주는 게 좋겠다. 천국은, 파우가 너한테 사랑고백하며 노래를 불러주는 것 같아.
 엄마 : 에이, 그런 일은. 그걸 또 어떻게 아셨어요? 파우 어릴 때, 노래를 불러보라면 그렇게 노래를 잘 불렀드랬어요. 그거 보는 게 인생의 낙이었어요. 근데 이제 그런 일은.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날까요?
 예수 : 파우가 항상 네 옆에서 노래를 불러주고 사랑한다 말하고 네 품에 안긴다면 넌 그 대가로 무얼 할 수 있니?
 엄마 : 뭐든지 하죠.
 예수 : 네 모든 재산을 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수 있겠니?
 엄마 : 파우와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있다면 재산뿐이겠어요. 그 이상의 일도 하겠지요.

파우의 어린 시절이 나타나 활짝 웃으며 노래를 시작한다. 엄마와 예수는 감상한다. 엄마는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곤 한다.

 어린 파우 : (활짝 웃으며) 또 불러줄까?
 엄마 : 그래, 그래. 또 불러봐.
 어린 파우 : 엄마 사랑하는 만큼?
 엄마 : 그래, 그래.
 어린 파우 : 우와, 그럼 계속 불러야 하는데. 큰일이다.

어린 파우 노래를 하면서 퇴장. 어린 파우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엄마. 어린 파우 퇴장할 즈음, 파우 등장. 어린 파우. 노래 멈추고 파우를 바라본다.

 파우 : (신문을 예수에게 던지며) 이젠 좆 됐어. 너하고 얘 얼굴,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났거든. 그리고 뭐라고 떴는지 봐. 금고에 들어갔던 게 들켰다고. 빨리 돈 어디 숨겼는지 불고 여기서 나가. 둘 다 여기 있다간 나만 좆 되거든.
 엄마 : 파우야, 돈 안 숨기셨다잖아.
 파우 : 아, 정말 엄마. 얘, 사기꾼이라고. 미치겠네 진짜. 진짜 예순가 뭔가면 엄마 병이나 고쳐볼래. 그럼 내가 더 이상 금고 안 턴다고. 그래, 그러자. 응? 너 우리 엄마 수술비 얼만지나 알어?
 엄마 : 그만 못하냐.
 파우 : (엄마에게)가만히 좀 있어. (예수에게)우리 엄마. 피도 다 바꾸고, 심장, 척추까지 다 바꿔야 하거든. 첨엔 수술비만 한 4천 든 데서 아, 한 탕 진하게 하면 되겠구나 했는데, 외국 가서 해야 하기 때문에 외국 가서 지낼 돈까지 필요하데, 그래서 한 두 탕 뛰면 되겠구나 했는데, 젠장할 빚이 있거든. 아빠가 져놓고 죽은 거. 우리 그거 다 갚기 전에는 출국도 안 돼. 그거 다하면 거의 십억이 넘어. 은행 몇 번 털었는데 그깐 십억 못 모았냐고? 우리나라 돈 단위가 너무 작아. 혼자 들고 튈 수 있는 만큼 멕시멈 잡아봐야. 이억. 내가 머니 호스트라고 이름 날려봐야, 정치가 놈들 골프 한번 치고 받는 정도도 못 모았다고. 나 너하고 반 띵이나 그런 거 할 여유 없어. 다 토해내고 여기서 나가. 얘도 데리고.
 예수 : 엄마 병만 나으면, 지금까지 턴 돈, 모두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자수할 수 있어?

 

 

 

 

 

 

 

 

 

 

사이.

 예수 : 그럴 수 있어?
 파우 : 아, 나 진짜. 그렇게 말하니까 꼭 진짜 병 고칠 거 같다. 응?
 예수 : 넌 못해. 엄마 아픈 건 핑계지. 탐욕이야. 돈이 좋은 거야.
 파우 : 그래, 난 돈 좋거든. 돈이 좋거든.
 예수 : 천국에서는 그거 다 배설물 같은 건데. 참 이상하지?
 파우 : 돈이 배설물이라도 난 좋거든. 돈이 똥이라도 난 내 품에 싸 안을 수 있거든.
 엄마 : 파우야.
 파우 : 엄마는 좀 가만있어. 아들이 도둑인거 알고 기분이 어땠어? 어? 내가 더럽지? 어? 그래도 난 아버지처럼 무능하게 자식들한테 빚 다 떠넘기고 그러지 않을 거야. 난 돈이 좋다고. 돈이 똥이면 난 똥통에서 살 거야. 제발 좀 그 똥들 좀 나한테 줘봐. 내가 그 위에서 뒹굴러줄게.

엄마, 어린 파우를 바라보고, 어린 파우는 슬픈 듯 퇴장한다.

 엄마 : (어린 파우를 보고) 파우야.
 파우 : (어린 파우쪽을 보고 다시 엄마를 보며) 나 여기 있다고. 엄마. 얘 만나면서 정신까지 어떻게 됐어?

순대가 벌떡 일어난다.

 순대 : 또 그랬죠? 내가 또 그랬죠? 혐오스럽게. 막 소리지르고. 입에 거품 물고. 경기했죠? (경련 증세를 보인다)
 파우 : 쟤, 또 시작한다.
 순대 : 난 항상 이래요. 조금만 흥분하면. 조금만 무서우면. 추해져요. 그래요. 다들 날 싫어해요. 다들 날 미워해요. 내가 잘못했어요. 내가 잘못했어요. 이젠 안 할게요. 이젠 안 할게요. 내가 잘못했어요. 내가 잘못했어요. 이젠 안 할게요.
 엄마 : (순대가 경련하는 가운데) 예수님. 우리 아이 좀 고쳐 주세요. 우리 아이 좀 고쳐 주세요.

신비로운 음악이 흐르면 예수가 순대에게 다가가 안아준다. 경련이 서서히 줄며 안정을 찾는다.

 순대 : (숨을 꾹 참으며) 이제 안 아파요. 숨이 가쁘지도 않고.
 파우 : 너 연기한 거지? 너 같은 애들 내가 많이 봐왔는데, 빌붙으려고 연기한 거지? 세상에 소리 지르는 병이 어딨냐?
 순대 : (사이) 제가 나갈게요. 폐 끼쳐서 미안했어요.

순대가 나가면 나간 순대 뒤로 엄마가 소리친다.

 엄마 :  아가야! 아가야! (파우에게) 이눔아, 뭐해. 잡아야지. 어서 잡아야지
 파우 : 엄마, 우리 아무 사이 아니라니까. 그냥 불쌍해서 데리고 온 거야. 이제 자기 갈 길 가야지.
 예수 : 자기 갈 길. 어디. 또 고층빌딩? 한강 다리? 순대 저대로 나가면 어디로 가서 무슨 짓 할지 뻔한데. 그걸 내보내?
 파우 : 너 내보내려고 한 거야. 순대가 아니라.
 예수 : 나도 나갈 거야. 네가 보채지 않아도. 때가 되면 나가야 할 때가 온다구. 그러니까 순대는 살리자.
 파우 : 설마 진짜 뛰겠어? 봤잖아. 그때도 뛸 생각 없었던 거야. 우리가 아니었어도 못 뛰었을 거야. 쟤 내가볼 땐 아프지도 않아.
 예수 : 간질이야. 여자가 간질에 걸리면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자폐 비슷한 것도 올 수 있지. 이번엔 안 잡으면 진짜 뛸 걸. 제 정신이 아니잖아.
 파우 : 그럼, 네가 가서 잡어.
 예수 : 내가 간다고 올까? 우리 집도 아닌데 돌아가자고 그래?
 엄마 : 그래, 파우야. 그러는 거 아니다. 가서 데려와.
 파우: 내가 왜!
 예수 : 왠지. 네가 생각해 봐. 왜 데리고 왔는데 집까지.
 파우 : 따라오니까.
 예수 : 아니, (사이) 예쁘니까.

파우 잠시 생각하다 뛰쳐나간다.

 엄마 : 착한 애였어요.
 예수 : 용서할 수 있는 걸 다 용서하고 나면 착하다고 여겨주게 되지. 지금도 착하다고 생각하지? 다 용서할 수 있으니까. 그런 거야. 사랑의 크기만큼 용서하게 되지. 그러면 악한 것도 다 덮이는 거야.
 엄마 : 그러네요. 내가 엄마니까. 다 용서하고 나니까. 나쁜 게 안 보이는 거네요. 어쩌면 좋을까요?
 예수 : 사랑하게 해야지. 네가 파우를 사랑하는 만큼. 파우도 누군가를 사랑하게 해야지. 그럼. 알겠지.

순대 등장하며 노래.

세상엔 아무도 사랑을 안 해요.
사랑이 없이는 살 수가 없어요.
세상엔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데,
어떻게 사람들 살아갈 수 있나요.

 파우 : (헐떡 거리며) 잠깐.

파우와 순대의 노래

 파우의 노래 : 이봐, 오래 전부터, 숨겨놓은 이야기가 있어. / 내 이야기를 들어줄 그런 사람이 필요해. 나는 항상 신기루의 물을 마신 것 같아.
 순대의 노래 : 저는, 지금까지, 이야기를 숨긴 적 없죠. / 그래요, 사람들은 저를 싫어하죠. / 술취한 나의 모습, 저도 싫어요.
 파우의 노래 : 난 아직, 술취한 너의 모습 본 적이 없어. / 난 아직, 마약에 찌든 너의 모습 본 적이 없어. / 아니, 본다 할지라도 넌 여전히 예쁠 거야.
 순대의 노래 : 저는 대학교도 못 갔어요. / 아빠는 주정뱅이였죠. / 첫 남편은 마약 중독자였어요.
 파우의 노래 : 내게 너는 아름다운 여자 순대일 뿐이야. / 네게 거짓말을 해서 미안해. / 싫어한다고. / 네게 거짓말을 해서 미안해. / 떠나달라고. / 이젠 거짓말하지 않을게. / 내 곁에 있어줘. 날마다.
 순대의 노래 : 저는 매맞는 아내였어요. / 저는 사랑을 몰라요.
 파우의 노래 : 이젠 거짓말하지 않을게. / 내 곁에 있어줘. 날마다.


3장

예수와 엄마가 대화 중이고, 순대와 파우가 빨래를 개고 있다.  

 엄마 : 태양을 만들 때랑, 사람을 만들 때랑 어떤 게 더 힘들었어요?
 예수 : 어떤 게 더 힘들었냐? 힘들었다. 내가 육체를 입기 전에는 힘들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어. 어떤 게 더 좋았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수 있겠지만.
 파우 : 와, 빨래 잘 접네.
 순대 : 뭐 이런 걸루...
 예수 : 그래, 납득이 안 되겠지. 이 작은 지구에 왜 우주의 창조주가 왔느냐. 음... 다른 건 다 껍데기고, 그게 제일 소중한 거니까. 크기로 따지는 건 너무 무의미하잖아. 다이아가 돌보다 소중한 건 당연한데.
 파우 : (예수에게)이거 봐. 우리 순대. 이제 다신 경기 안하는 거지?
 예수 : 믿음이 없는 자야.
 파우 : 뭐, 그건 됐고. 그럼 네 능력으로 금고 안도 들어갔다 그거 아냐.
 엄마 : 파우야. 예수님께 무슨 말버릇이 그러냐.
 파우 : 습관이야. 야. 우리.
 엄마 : 파우야!.
 파우 : 알았어. 예수님아. 우리 병원 차릴까?
 엄마 : 너는 언제 철들래?
 파우 : 왜에! 병원이 뭐 나빠?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금고 터는 거 이거 별로 짭짤하지도 안 거든. 잘하면 이거 병원이 더 괜찮을 수도 있을 거 같애. 불치병만 전문으로 고치는 거야. 감기 이런 거 받지 말고. 최소 암으로다가 해서 뭐 별별 희귀병만 받는 거야. 각 병실 이름도 병명으로 붙이는 거지. 알츠하이머 병실. 폐암병실. 뭐, 이렇게. 불치병 같은 거는 막 몇 천씩 부르는 거야. 죽을 거 살려준다는 데 돈 안내겠어? 어때? 괜찮을 거 같지 않어?
 예수 : 너, 정말 똥통에 사는 구나.
 파우 : 지도 금고에 들어가 놓고. 그건 그렇고, 우리 엄마나 고쳐 줘. 뭐 이것도 나이제한 있고 그런 거 아니지? 순대는 예쁘고 젊다고 고쳐주고 엄마는 늙었다고 안 고쳐주고 그러면 그거 재미없어. 너 고소한다.
 예수 : 엄마 고쳐주면, 네가 가진 거 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어?

(사이)

 파우 : 뭐냐. 너. 내가 왜 그 짓거리를 했는데. 엄마 때문에 한 건데.
 예수 : 그래서. 나눠줄 수 있어?
 파우 : (사이) 내가 말했잖아. 울 아빠가 빚 엄청 지고 갔거든. 빚 갚는 데 거의 다 썼어. 너, 내가 뭐 엄청 벌어놓은 줄 아나본데, 없어, 나. 개털이야.
 순대 : 오빠, 아까는 집 살 돈 있으니까 걱정 말라며.
 파우 : (순대 입을 막으며) 걱정하지 말라고. 내가 다 처리한다고. 그런 의미야. 그러고보니 이상하네. 순대는 아무 조건 없이 고쳐줘 놓고. 엄마는 또 왜 재산을 나눠주래? 뭐 차별해?
 예수 : 내 맘이잖아. 내가 고쳐주는 건데.
 파우 : 있는 놈들 하는 얘기랑 똑 같네. 드럽다. 드러워.
 순대 : 예수님, 그러면, 천국 가면 돈이 필요 없어요?
 예수 : 너, 그 옷 파우한테 받은 거잖아.
 순대 : 아, 이거요. 오빠가 저한테 잘 어울릴 거 같다고 어제, 오다가, 제가 됐다 그러는데도 자꾸.
 예수 : 돈 줬어? 파우한테?
 순대 : 아니예요. 팔은 게 아니고 선물 준 거예요.
 예수 : 오늘 아침에 어머니한테 밥 얻어먹었지?
 순대 : 네? 얻어먹은 건 아니구요.
 예수 : 돈 냈나?
 파우 : 아, 이 친구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순대는 안 내도 되거든. 내려면 네가 내야지. 왜 애꿎은 애 갖고 난리야.
 예수 : 순대는 왜 안내도 되는데?
 파우 : 왜? 그냥, 얘는 안 내도 돼. 왜? 어? 얘는. 가만 있어봐. 그냥, 얘는 내가 안 받아.
 예수 : 사랑하니까. 파우 네가, 어머니가, 순대를 사랑하니까, 뭘 줘도, 돈을 안 받는 거야.

따뜻한 음악이 흘러나오면 대사를 하면서 예수가 음악에 맞춰서 춤추듯 순대와 파우를 엄마 쪽으로 끌고 온다.

 예수 : 천국에선 한 사람도 빠짐없이 서로 사랑하거든. 네가 파우를 사랑하듯, 파우가 널 사랑하듯, 엄마가 파우를 사랑하듯. 서로를 위해 뭘 하든, 손해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 주면 줄수록 기쁨이 넘치지. 사랑하니까. 그래서 천국에서는 모두가 가족이야. 모두 형제고, 자매야.
 사진 기사 : (순간적으로 등장해 사진 찍고 사라진다)자, 사진 좀 찍겠습니다. 그대로 계세요. 하나 둘 셋! 좋습니다. 여기 사진 받으세요.
 파우 : 감사합니다. 와~ 이거 진짜 가족사진 같은데.
 순대 : 어디 봐봐. 그러게. 꼭...
 파우 : 신혼부부 같다. 그치?
 예수 : 천국에선 모두가 신혼부부 같아. 파우, 넌 순대를 죽음에서 살릴 수 있다면 네가 가진 모든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나?
 파우 : 아, 진짜 왜 그래. 끝까지.
 예수 : 그럴 수 있어?
 파우 : 당연하지. 그럴 수 있어. 그럴 수 있어.

예수가 순대 머리에 손을 얻는다.

 파우 : (예수 손을 떼며) 뭐하는 거야, 너.
 예수 : 한번 죽여 보려고. 네가 네 재산 다 포기하나.
 파우 : 와, 미치겠네. 진짜. 나 못 믿어? 내가 말 했잖아. 포기 한다고.
 예수 : 그러니까. 확인해 보자고.
 파우 : 그딴 거 확인하려고 사람을 죽여?
 예수 : 다시 살린다니까.
 파우 : 그걸 어떻게 믿어.
 예수 : 내가 단지 손만 올리는 걸로 순대를 죽인다는 건 어떻게 믿지? 난 손을 올렸을 뿐이잖아. 내 능력을 믿는구나.
 파우 : 웃기지마. 넌 사기꾼일 뿐이야.
 예수 : 손 안 올려도 죽일 수 있어. 해 볼까?
 파우 : 미친 놈.
 예수 : 천국에서는 말야. 서로 얼마나 사랑하냐면, 서로를 살리기 위해서 자기 생명도 포기할 만큼 그렇게 서로 사랑해. 네가 순대 사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비교도 안 되게 그렇게 사랑해. 얼마나 아름다울까. 상상해봐. 수 천, 수 억의 사람들이 널 목숨처럼 사랑하는 거야. 그걸 네가 매 순간 느낄 수 있어. 이 땅에서처럼 사랑에 의심을 품고 살아가는 게 아니라 모든 행동에서, 모든 말에서, 모든 눈빛에서 그 사랑을 알 수 있어. 가고 싶지 않아? 넌 죽을 수 없어. 순대를 위해서. 엄마를 위해서.
 파우 : 좋아질 뻔 했는데, 넌 이간질 쟁이구나. 엄마와 순대와 나 사이를 떼어 놓으려고 아주 환장을 하는구나.
 예수 : 순대야. 내가 지금, 파우를 죽일까 하는데.
 순대 : (파우 앞을 막아서며)도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 이러지 마세요.
 예수 : 비켜.
 순대 : 그렇게 잘해주시다가 갑자기 왜 그러세요?
 예수 : 네가 대신 죽을래?
 순대 : 그래요. 차라리 절 죽여요.
 파우 : 비켜봐. 내가 아주 저 자식을.

천둥 소리, 싸이키 조명과 함께 예수가 파우를 향해 손을 뻗으려 하자, 순대는 눈을 꼭 감고 버티고 파우는 소리를 지르며 엎드린다.

 예수 : 파우. 봤어? 이게 사랑의 크기의 차이야. 순대는 널 위해 죽을 수 있고, 넌 순대 위해 죽을 수 없어. 둘이 같이 손을 잡았다 치자. 누가 더 행복할 거 같아? 당연히 순대지. 더 사랑하는 만큼 더 행복한 거야. 순대는 너를 죽을 만큼 사랑하니까, 손을 잡으면 죽을 만큼 좋은 거거든. 근데 너는 너보다 순대를 덜 사랑한단 말야. 그러니까 너한테 이득 있을 때보다 순대 손잡을 때가 덜 행복한 거야. 둘이 결혼한다면 누가 결혼생활을 더 행복하게 보낼까?
 파우 : 다시 해.
 예수 : 이제 내가 안 죽일 걸 알잖아.
 파우 : 다시 해.
 예수 : 쪽팔리지? 순대한테 미안한 생각보다 네가 쪽팔린 생각이 더 크지? 여전히 네가 더 사랑스럽지?
 파우 : 다시 해봐. 안 피할 수 있어.
 예수 : 순대는 너 말고 아무 것도 없거든. 그러니까 네가 제일 소중한 거야. 넌 순대 말고도 가진 게 너무 많아.
 순대 : 오빠, 괜찮아. 오빠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 난 괜찮아. 난 한번 죽었잖아. 그러니까 난 죽음이 안 두려운 거야. 오빠가 피한 건 당연한 거야.
 예수 : 자기가 죽어야 진짜 사랑을 할 수 있어. 잘 들어. 파우. 엄마도 떠나고 나도 떠난다. 우린 둘 다 너를 위해 죽을 거야.

파우가 엎드려 있는 엄마를 발견한다.

 파우 : 엄마! 엄마. 어떻게 된 거야. 야, 어떻게 좀 해봐. 살려 봐.
 소리 : 실례합니다.
 예수 : 이젠 내 때가 됐어.
 소리 : 실례합니다.
 순대 : 누구세요?
 소리 : 경찰입니다.
 파우 : 경찰이 왜.
 예수 : 네가 더 잘 알잖아.
 파우 : 넌 창조주 예수가 아니라 우리 집안을 파멸시키려고 들어온 악마구나.
 순대 : 오빠가 잡혀가는 건가요? 예수님, 어떻게 좀 해 주세요. 오빠가 화 낸 건 이해하시고 우리 좀 도와주세요. 오빠 좀 도와주세요. 오빠가 없으면 저도 죽어요.

문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경찰 들어온다.

 경찰 : 그대로 꼼짝 마. 신협 은행 금고 털이 미수범으로 정순대와 일당을 체포한다.
 파우 : 아닙니다. 정순대는 그냥 자살 시도한 불쌍한 여자구요, (예수를 가리키며) 저 놈이 금고에 들어갔던 사람은 저 사람입니다. 저 사람이 머니호스틉니다.
 경찰 : 네가 머니 호스튼가?
 예수 : 내 이름은 예수야.
 경찰 : 신협 금고 안에 들어갔어, 안 들어갔어?
 예수 : (사이) 들어갔어.
 경찰 : 머, 머니 호스트. 본부, 본부, 여기 머니 호스트가 있다. 지원 바란다. 반복한다. 머니호스트가 있다. 지원 바란다. 꼼짝 말고 있어.
 순대 : 예수님.

경찰이 예수를 포박하면 싸이렌이 울린다.

 파우 : (전화기를 들며 힘없이) 병원이죠. 구급차 좀 보내주세요. 사람이 죽은 거 같아요.

싸이렌소리가 줄어들면서 잔잔한 음악이 오버랩된다.


3막

무대

재판장이 가운데 위 쪽에 자리 잡고, 검사가 좌측에, 예수가 중앙 아래에, 순대와 파우가 우측 증인석에 앉아있다.

 검사 : 인류가 이루어놓은 가장 위대한 업적, 법. 치. 진화의 궁극적 결정판. 법. 치. 인간의 생명도, 세상의 모든 권력도, 부도, 명예도 법치의 조화 안에서 의미를 갖으리라. 법치의 궁극에 서신, 로. 고. 스. 의 궁극. 고매하신 재판장님, 본 재판 안건은 그간 항간에 머니호스트로 이름을 날린 금고털이범의 재판입니다.
 판사 : 사형.
 검사 : (귓속말로) 판사님. 증인의 말도 들어봐야 하고, 변론도 들어와야 합니다.
 판사 : 돈을 훔쳤다며? 돈이 뭐야? 이 세상의 근원이고, 이 세상의 근간이고, 이 세상의 주인이고, 이 세상의 응? 이 세상의, 이 세상의 에브리씽. 모든 것. 이 세상의 전부야. 그것도 그 위대한, 고결한, 응? 금고를 털어? 차라리 사람을 죽이지. 사형.
 검사 : 판사님. 그래도 법치가 있는 바.
 판사 : 법치. 너 돈 없이 살 수 있어? 죽어. 돈 없으면 다 죽어. 법치. 너 돈 안줘도 검사할래? 그거 다 돈 위해 있는 거야.
 검사 : 법치가 무너지면 국민들이 우리에게 돈을 안 줍니다.
 판사 : 안주면 뺐어.
 검사 : 법치가 있어야 쉽게 돈을 법니다.
 판사 : 알았어, 알았어. 해봐.
 검사 : 변호인.
 판사 : 변호인 없어.
 검사 : 변호인 없이는 재판이 진행이 안 됩니다.
 판사 : 차라리 사람을 죽였으면 변호를 하지. 금고를 털었는데, 누가 변호를 해.
 검사 : 그러면 상황재현으로 들어갑니다.

테이프 감기는 소리와 현란한 조명. 예수는 테이프가 거꾸로 감기듯 빠르게 금고 안으로 들어가고 순대는 2층 위치에, 파우는 금고 앞에 선다.

 검사 : 증인1은 왜 금고 앞에 있었습니까?
 파우 : 청소 중이었습니다.
 검사 : 네. 확인 결과 청소부로 취직한 건 맞는데요, 취직한 지가 이틀밖에 안 됐네요. 주로 은행 청소부로 여기 저기 떠도셨는데.
 파우 : 원래 어머니가 용역업체 통해서 은행 전담 청소를 하셨었는데, 어머니가 아프셔서 제가 대신 하는 겁니다.
 검사 : 청소 도중 피고를 만났습니까?
 파우 : 청소하고 있는데 금고 문이 열렸습니다.
 검사가 금고 문을 열면 예수가 서 있다.
 검사 : 피고는 금고 안에 있었던 것이 맞습니까?
 예수 : 맞어.
 검사 : 금고 안에서 무얼 하고 있었습니까?
 예수 : 너희들의 기도를 듣고 있었지. 예배도 받고.
 검사 : 금고 안에는 어떻게 들어갔죠?

신비한 소리와 암전. 다시 불이 들어오면 예수가 무대 앞으로 나와 있다.

 검사 : 뭐야! 어떻게 한 거야.
 판사 : 귀신이야. 귀신. 저거. 무슨 수 쓴 거야. 위험 인물이야. 사형시켜 사형.
 검사 : 피고는 어떻게 한 건지 밝히시오.
 예수 : 내게는 막힌 곳도 없고 거칠 것도 없어. 변화체. 부활체. 너희들의 몸도 이와 같을 거야. 날 믿고 사랑하면. 너희들의 죄로 인해 막힌 유한의 공간이 열리고, 서로에 대해 막힌 마음의 벽도 모두 허물어질 거야.
 판사 : 저거. 단순한 금고 털이가 아니야. 일단 사형하고 밝히든 말든 해.
 검사 : 거기는 왜 들어갔죠?
 판사 : 그냥 죽여. (망치를 두드린다) 끝났어. 재판 끝. 사형.
 예수 : (사이) 이 세상의 근원, 이 세상의 근간, 이 세상의 주인이 있는 곳. 이 세상의 가장 고결한 장소. 이 세상의 모든 것인 곳. 그 곳이 금고였다.
 판사 : 알면서 그랬어? 그 고귀한 곳엘 왜 들어갔어? 범죄자 녀석이.
 예수 : 너희들이 나를 그 곳에 가두었어.
 검사 : 누가 피고를 그 곳에 가도록 했지요? 배후가 있다는 의미입니까?
 예수 : 내게 기도를 하며, 너희들 눈앞에 그려지는 게 여기였어. 내 이름을 울부짖으며 너희들의 발길이 닿는 곳도 여기였어. 너희들이 가장 거룩하게 여기고 가장 고귀하게 여기는 장소도 여기였어. 내게 사랑한다고 고백하며 너희의 마음을 두는 곳도 여기였어. 내가 너희를 만나고 싶을 때마다 너희들은 여기 있었어. 너희들의 마음을 갖고 싶을 때마다 너희들의 마음은 여기 있었어. 이 세상 어떤 곳에서도 너희들을 만날 수 없었어. 오직 여기만이 너희들의 꿈이고, 소망이고, 믿음이고, 사랑이고, 전부였어. 난, 너희들의 사랑이고 싶고, 너희들의 소망이고 싶고, 너희들의 전부이고 싶고, 너희들의 가족이고 싶고, 너희들의 친구이고 싶고, 너희들과 같이하고 싶어서, 그래서 여기로 올 수밖에 없었어.
 검사 : 그러니까, 가족들도 같이 했다는 이야깁니까?
 예수 : 너희들이 내 가족이잖아. 교회를 세우고 거기서 같이 지체가 되자고, 거기서 만나자고, 거기서 사랑하자고, 거기서 소망을 얘기하자고 했는데, 거기서 시작하여 한 가족이 되자고 했는데, 모두 교회를 버리고 이곳으로 오기를 소망하니까, 내가 여기로 온 거야. 너희들을 만나러.
 검사 : 결과적으로 피고는 정신감정을 받고 무죄선고를 받으시려나 본데, 증인 2는 뭘 하고 있었죠?
 순대 : 죽을라고.
 검사 : 네? 신성한 법정입니다. 말씀을 그렇게 하지 마세요.
 순대 : 죽으려고 했다구요. 내가. 죽고싶어서. 옥상에 있었어요.
 검사 : 피고하고는 아는 사이인가요?

사이.

 파우 : 모르는 사입니다. 우리는 피고를 모릅니다. 그 때 보고는 모릅니다. 본 적 없습니다.
 검사 : 경찰이 피고를 증인 집에서 발견했다고 하는데요.
 파우 :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모르는 사람입니다. 증인 2도 모릅니다.
 검사 : 증인 2는 피고를 봤습니까?
 순대 : 이야기도 했습니다.
 검사 : 무슨 이야기를 했습니까?
 순대 : 이야기... 하늘의 이야기. 하늘에서는 돈이 필요없다고.

잔잔한 음악이 흐르면 예수에게 조명 집중된다.

 예수 : 천국에선 한 사람도 빠짐없이 서로 사랑하거든. 네가 파우를 사랑하듯, 파우가 널 사랑하듯. 사랑하는 사람에게 밥 주고 돈 받나? 그렇지 않잖아. 서로를 위해 뭘 하든, 손해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 주면 줄수록 기쁨이 넘치지. 사랑하니까. 그래서 천국에서는 모두가 가족이야. 모두 형제고, 모두 자매야. 돈이 필요할 리 없지.

 판사 : (음악이 끝나면) 그 천국은 지옥과도 같겠군. 돈이 없는 곳이라. 그건 지옥이야. 이건 엄청난 위증이야. 그냥 사형으로는 안 되겠어. 저 녀석은 가장 잔인한 사형법을 생각해봐. 역사상 가장 잔인했던 사형법. 손톱을 하나씩 뺄까? 아냐, 아냐. 그렇다고 죽지는 않지. 뭐가 있을까?
 검사 : (파우에게) 서로 알던 사이군요. 왜 모른다고 했습니까? 그러니까 피고가 증인들을 이어준 뚜쟁이였군요. 증인1은 피고에게 들은 이야기가 없습니까? 또 부정하면 위증 조사에 들어가겠습니다.
 파우 : 이야기... 사랑이야기. 사랑하는 만큼 행복해진다고.

또 잔잔한 음악이 흐르면 예수에게 조명 집중된다.

 예수 : 자, 순대는 널 위해 죽을 수 있고, 넌 순대 위해 죽을 수 없어. 둘이 같이 손을 잡았다 치자. 누가 더 행복할 거 같아? 당연히 순대지. 더 사랑하는 만큼 더 행복한 거야. 순대는 너를 죽을 만큼 사랑하니까, 손을 잡으면 죽을 만큼 좋은 거거든. 근데 너는 순대보다 너를 더 사랑한단 말야. 그러니까 순대 손잡을 때보다 너한테 이득 있을 때가 더 행복한 거야. 둘이 결혼한다면 누가 결혼생활을 더 행복하게 보낼까?

 검사 : 피고가 왜 증인들의 집에 있었죠?

사이.

 검사 : 좋습니다. 그럼, 피고에게 묻습니다. 증인들의 집에 왜 갔죠?
 예수 : 그냥. 보고싶은 사람이 있어서.
 검사 : 증인들이 피고를 부르거나 집에 초대했습니까?
 예수 : 파우는... 오지 말라고 했지. 나가라고도 했고.
 판사 : 금고털이에, 위증에, 가택무단침입. 사형이야, 이건, 빼도 밖도 못하는 사형이네. 판결문. (판결 망치 두드린다) 사형.
 검사 : 증인에게 묻겠습니다.
 판사 : 판결문 내렸잖아. 사형이라니까. 고만하자.
 검사 : 피고가 들어오고 집에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판사 : 나 퇴근 할 테니까 네가 할래?
 파우 : 어머니가 죽었습니다.

사이.

 판사 : 살인? 금고털이, 위증, 가택 무단침입, 살인. 검사. 더 이상 뭐가 필요해. 이건 처음부터 정해진 판결이야.
 순대 : 뭔가 잘못됐어요.
 검사 : 증인1일 위증을 했습니까?
 순대 : 아니요.
 검사 : 피고가 위증을 했습니까?
 순대 : 아니요.
 검사 : 그럼 뭐가 문젭니까?
 순대 : 예수님이 말할 때는,
 검사 : 예수님이 누구지요?

순대가 예수를 쳐다본다.

 검사 : 피고라고 말하십시오.
 순대 : 예수님이 말할 때는,
 검사 : 피고라고 말하십시오.
 순대 : 예수님이!! 말할 때는, 거짓말 같은 말만 했는데, 다 듣고 나면 사실이라고 믿어져요. 그런데 여기서 나오는 말들은 다 맞는데, 다 이해되는데, 뭔가 틀려요.
 검사 : 피고가 뭐라고 거짓말을 했지요?
 순대 : 정말 거짓말같은 이야기요.

잔잔한 음악이 흐르면 예수에게 조명 집중된다.

 예수 : 천국에서는 말야. 서로 얼마나 사랑하냐면, 서로를 살리기 위해서 자기 생명도 포기할 만큼 그렇게 서로 사랑해. 네가 순대 사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비교도 안 되게 그렇게 사랑해. 얼마나 아름다울까. 상상해봐. 수천, 수억의 사람들이 널 목숨처럼 사랑하는 거야. 그걸 네가 매 순간 느낄 수 있어. 이 땅에서처럼 사랑에 의심을 품고 살아가는 게 아니라 모든 행동에서, 모든 말에서, 모든 눈빛에서 그 사랑을 알 수 있어. 가고 싶지 않아?
 순대 : (음악이 끝나면) 가고 싶지 않아?... 가고 싶어요. 그런 세상이 있다면. 그리고 난 이제 확실히 믿어요. 그 세상이 있어요.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지만 당신들의 세상처럼 거짓되진 않아요.
 검사 : 친애하는 판사님. 피고는 금고털이, 위증, 무단침입, 살인뿐 아니라 사람으로 하여금 전혀 있지도 않은 이야기를 믿게 만드는 사기까지 총 5가지 죄목을 갖고 있는 바, 검사부에서는 사형 판결을 결정하는 바입니다.
 판사 : 뭘 그렇게 돌아. 내가 사형이라고 진작 그랬잖아. 근데 어떻게 죽이냐고. 그냥 찔러?
 검사 : 역사적으로 볼 때 가장 잔인한 사형법이 로마시대에 있던 십자가형이라고 합니다. 중죄인인 만큼 그 사형법을 채택하심이 어떨지요.
 판사 : 어떻게 죽이는데?
 검사 : 사람 크기 만한 십자가에 사형수를 매달고, 손과 발에 못을 박는 겁니다. 그리고 피가 다 흘릴 때까지 두는 겁니다.
 판사 : 과다출혈로 죽는 거구만. 그거로 해. 그거 좋네. 판결문. 피고. 예수 그리스도. 이름도 길어. 죄명도 길어. 금고털이, 위증, 무단침입, 살인, 사기. 피고는 수 개의 금고를 털고, 무단으로 가택에 침입하고, 살인에, 사기까지 치고도 반성하는 빛이 없으므로 십자가 형에 처한다(망치 두드린다).

뉴스데스크 음악이 나오면, 판사와 검사 악수를 하고, 서로 격려하고, 십자가를 세운다. 파우가 대사 시작하면 음악이 멈추고 모두 파우를 집중한다.

 파우 : 왜!! 왜, 당신이 훔치지 않았다고 말 안 해. 왜, 당신이 죽인 거 아니라고 말 안 해. 왜 당신이 순대 고쳐줬다고 말 안 해.
 예수 : 수 천 년 동안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해 왔지만 믿지 않더라고. 어차피 내가 말해도 자기들 듣고 싶은 대로 듣잖아. 최소한 내가 말 안하고 널 위해 죽으니까. 너는 날 믿잖아. 이젠 날 믿잖아.
 파우 : 믿어. 믿으니까. 살아. 살 수 있잖아. 그럴 수 있잖아.
 예수 : 그럴 수 있지. 하늘의 내 천사들을 불러서 이들을 다 멸하고 하늘로 어를 수도 있지. 그러면 너의 죄는 어쩔 건데. 네가 죽을래?

사이.

 예수 : 난 널 살리기 위해 왔어. 내 목적은 처음부터 이거였어. 너에게 새 삶을 주는 거.
 파우 : 당신을 위해 내 재산을 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어. 그렇게 할게. 살어.
 예수 : 그럼 죄의 대가는.
 파우 : 내가 죄인이야. 이 재판 무효야. 내가 머니 호스트야. 내가 위증했어. 내가 처형 당해야 해.
 예수 : 니가 자백해서 기뻐. 너도 이제, 내 가족이야. 내 형제, 내 친구야.
 검사 : (파우에게 다가와) 이거 봐. 왜 이래. 다 끝난 재판 갖고 그러지마. 너 살려줄게. 괜히 일 번거롭게 만들지 말자구, 응?
 예수 : 날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이제 지극히 작은 자들에게 해. 내가 널 위해 죽었듯이 너도 이웃들에게 그렇게 해. 그게 내 바람이야.

슬프고도 웅장한 음악이 흐르면 판사와 검사가 십자가에 예수를 못 박는다. 예수 수시로 소리 지른다. 예수가 소리 지를 때마다 파우도 괴성을 지르며 괴로워한다.

 판사 : 꼭 좀 잡아봐. 자꾸 엇나가잖아.
 검사 : 줄로 좀 묶어야 겠는데요.
 판사 : 얘, 뭐,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 난리니? 재갈도 좀 물려라.

못 박는 소리 들리는 가운데 암전. 암전된 가운데, 잔잔한 음악이 나오며, 함께 찍은 가족 사진이 무대 전면에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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