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기독신춘문예 소설 심사평

제10회 기독신춘문예 소설 심사평

[ 제10회 기독신춘문예 ] "삶의 신산 속에서 사랑의 비의 착실하게 찾아가"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04월 08일(수) 14:56
   
▲ 김용만
   
▲ 정연희


문예작품 심사를 부탁받을 때마다 난감함이 앞선다. 작품의 우열을 가려낼 자신이 없어서 뿐 아니라 한 분 한 분, 그 삶의 절실함을 곰삭혀,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쓰셨을 글을 '읽어 치운다'는 식으로 가볍게 여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선 응모작 50편을 앞에 놓고 응모자들의 진실 앞에 무릎을 꿇는 마음으로 기도를 올린 후에 읽기 시작했다. 지난해에 비하여 괄목할 만한 소설들이 적지 않아서, 그 중에 한두 편만을 골라내어야 한다는 주문이 부담스럽기 시작하였다. 응모작품 대개가 자신의 삶에서 추출한,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신산(辛酸)이나 슬픔, 고통 등 애환을 그리고 있어 다양한 소재와 기발한 체험이 지루함을 덜어주기는 했지만, 더러, 개인의 체험이 소설적인 재창조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 신변잡기(身邊雜記)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로, 독자들에게 대리체험의 흥미나 관심, 나아가 독자가 갈망하는 새로운 가치관을 제시하거나 위로를 주기에는 역부족인 글로 남겨지게 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서, 송달된 50편의 소설에는 작가의 이름이 밝혀져 있지 않았다. 더러 작가가 여성인지 남성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추리고 추리면서 남은 작품이 '카프카를 찾아서'와 '벼꽃' 그리고 '정과 나, 그리고…'였다. '벼꽃'과 '카프카를 찾아서'는 기성작가의 소설이 아닌가 싶을 만큼 소설로서 갖출 것을 다 갖춘 소설이었다. '카프카를 찾아서'를 쓴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H가 사라졌다고?'라는 작품 역시 수준을 따질 필요 없는, 소설의 씨줄과 날줄이 아름답게 짜인 작품이었다.

삶의 신산, 앞이 보이지 않는 고통 속에서 사랑의 비의(秘意)를 착실하게 찾아간 '벼꽃'은 서슴없이 당선작으로 일으켜 세울만한 당당한 소설이었다. 그리고 '카프카를 찾아서'는, 최근, 여성취향의 허무와 방황의 감상(感傷)이 강물처럼 흘러가는 글이어서, 미려한 문체와 감성의 향기가 독자의 가슴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소설이기는 하였으나 J라는 존재를 통하여 인간의 근원적인 존재를 찾아 헤매는 순례의 길에 좀 더 깊이를 두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어찌 보면 'H가 사라졌다고?'에 훨씬 더 신랄한 현실감각과 절박함이 그려져 있는 우수성이 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감성이 유려하게 살아있는 '카프카~'를 가작으로 정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주최측의 배려로 가작에 공동으로 당선된 '정 과 나, 그리고…'는 도입부분이 다소 산만한 흠을 보였지만, 병영 안에서 흔히 있을법한 인간 관계의 심각성을 참으로 유쾌하게 잘 풀어간 글이었다. 그리고 그 미묘한 심리를 신앙으로 승화시켜 가는 과정이 뛰어났다.

정연희(소설가,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 김용만(소설가, 한성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