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내 기독교 서술 왜 인색한가?

역사교과서 내 기독교 서술 왜 인색한가?

[ 교계 ]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 제13회 영익기념강좌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09년 04월 06일(월) 10:53

박정희 정권 이후 강조된 민족주의 사관으로 인해 근현대사 교과서에 서술된 기독교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는 지난 1일 서울신대 성봉기념관 강당에서 '한국 역사교과서에 나타난 종교서술의 문제점'을 주제로 학술강좌를 개최했다.


지난 1일 서울신대 성봉기념관에서 개최된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소장:박명수) 제13회 영익기념강좌에서 발제자들은 국사교과서에 나타난 종교서술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박명수교수(서울신대)는 "한국사에서 민족주의가 강화될수록 한국 근대사회에서 기독교의 역할은 축소되었다"며 21세기 한국사를 새로운 각도에서 서술할 것을 주문했다.

민족종교 내지 전통종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서술하고 근래에 들어온 종교는 외래 종교라는 이유로 역사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며 박명수교수는 이러한 민족주의의 강조가 "나의 것은 좋고 남의 것은 무시하는 폐쇄적인 역사관으로 전개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초기 교과서에 기독교가 애국계몽운동을 전개한 것으로 기술된 것과 달리 현행 국사교과에는 단지 기독교의 선교활동만으로 언급하고 있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고려시대의 문화가 불교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조선시대가 유교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다면 현대의 한국문화는 기독교를 중심으로 서양문화를 수용함으로서 형성되었기 때문에 "어떻게 서양문화가 한국에 들어와서 오늘의 한국문화를 형성했는지 문명교류사적인 입장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세계속의 한국인을 형성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 제7차 교육과정에 분명한 지지를 표명하면서도 여전히 한국이 세계와 교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기독교의 역할을 언급하는 내용은 하나도 없다며 "새로운 교육목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역사교과서 편찬에 반영이 되는지는 염려스럽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의 근대화에 있어서 기독교의 역할을 인정하는 것에 인색할 필요가 없다"며 기독교를 공정하게 서술할 것을 요청했다.

한편 비교종교학 관점에서 우리나라 주요 종교의 서술을 비교한 유요한교수(서울대)는 한 권의 교과서 내에 기독교를 가리키는 용어가 통일되지 않은 것을 예로 들며 종교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유 교수는 "여러 종교가 공존한다는 것은 정교분리 제도가 잘 자리잡았다는 의미인 동시에 자칫 충돌과 분열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항상 안고 있다는 말"이라며 종교를 무시하는 태도나 그릇된 지식이 이러한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만큼 한국사 교과서가 학생들의 올바른 종교 이해를 돕고 공정한 시각을 심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감수 과정에서 의견을 내는 장치를 마련하는 등 "체계적인 지식을 갖춘 종교학자들이 교과서의 집필 과정에 참여할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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