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강조하던 거목의 음성 그리워

'소통' 강조하던 거목의 음성 그리워

[ 기자수첩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4년 02월 19일(월) 10:33
한국교회 복음주의권의 원로 김명혁 목사가 지난 18일 별세했다. 86세의 나이에도 강원도 춘천의 한 작은 교회의 예배 설교를 위해 가다가 당한 사고여서 그 안타까움이 더 크다.

기자는 지난 2016년 2월 에큐메니칼 진영의 인명진 목사와 복음주의 진영의 김명혁 목사가 대화를 나누는 콘셉트로 기획 '대화(對話)가 대화(大和)를 만든다 '를 진행하기 위해 사무실을 방문해 그를 만난 적이 있다.

당시 대담에 함께 참여한 인명진 목사는 김 목사가 1991년 호주 캔버라에서 열렸던 WCC 총회에서 처음 만났는데 누구보다 열심히 WCC의 안건들을 공부하는 모습에서 존경심을 느끼고, 자신의 모습을 반성했다고 회고했다.

김명혁 목사는 당시 WCC 총회에 참석하게 된 이유가 비판하더라도 알고 비판하자는 생각에서 한 시간도 빠지지 않고 모든 세션을 경청했다고 한다. 그는 이후 친WCC로 입장을 변화하며 복음주의권으로부터 '변절자'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에 개의치 않고 당시 에큐메니칼 운동의 가장 큰 지도자였던 강원용 목사 등과도 깊은 친분을 쌓았다.

그는 2013년 WCC 부산총회 시 일부 복음주의권에서 대규모 반대집회를 한 것에 대해서도 "이는 예의가 없는 행동"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 안에서도 에큐메니칼권과 복음주의권이 소통을 하지 않고 상대방을 비난만 하는 현실을 안타까워 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경도 우리 죄인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한 하나님의 소통 편지"이며 "예수님도 간음한 여인과도 소통하셨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목회를 하면서 1만여 통의 편지를 주고 받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내가 죄인임을 절실하게 깨달을 때 구별이 의미가 없어진다. 내가 죄인중 죄인이니까 다 불쌍하고, 귀하고, 착하고 아름답게 보인다"라며 각자가 의인이 아닌 죄인임을 고백하는 것이 소통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충고했다.

8년 전 한국교회 내 연합기관이 세 곳이 된 상황에서도 김 목사는 "다 무너뜨리고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는 현실성이 없다"며 "교류 협력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타 진영의 사람들까지 끌어안고 끝까지 소통한, 생의 마지막까지 작은 교회를 섬기던 좋은 원로의 별세가 더 아쉬운 이유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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