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위 국민들이 최선의 진료 받는 날 오기를"

"말라위 국민들이 최선의 진료 받는 날 오기를"

[ 땅끝편지 ] 말라위 강지헌 선교사<9>

강지헌 선교사
2023년 12월 28일(목) 13:07
치과 수련을 받는 학생들과 강지헌 선교사.
임상실습병원.
치과의사 전문인 선교사로서 파송을 받고 선교 현장에서 사역한 지 어언 28년째 접어들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치과의사 면허를 얻고자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국가면허 받는 것이 어려워서 내가 살던 지역의 면허만 받아 일을 할 수밖에 없던 것, 몽골에 도착하자마자 기존에 있던 치과를 관리를 하며 몽골말도 모르는 상태에서 통역을 옆에 두고 국가 면허 시험을 보던 것 등 여러 기억들이 스쳐간다.

말라위에 오기 전에 일하던 우크라이나, 몽골 두 나라는 예전에 사회주의권에 속한 나라들로서 모든 공공서비스들이 전국민에게 무상으로 제공되어야 했기 때문에 의사가 아주 많이 양산 됐던 곳이었다. 의사가 되는 길이 쉽지는 않지만 막상 의사가 되고 나면 실제로 다른 기술자들보다 임금수준이 낮거나 동일한 것을 보았다. 그래도 의료인들의 숫자가 많다 보니 어떤 형태이건 국민들에게 치료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나의 역할은 현지에서 필요한 치과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현지 치과의사들에게 좀더 새로운 지식을 전하고 가르치는 것이었다.

몽골에서 사역하는 중 몽골 제자들과 함께 케냐와 르완다 등 두번의 단기진료 사역을 다녀오며 목격하고 알게 된 아프리카 대륙의 의료상황은 내 마음을 아프게 했고, 특히 그 곳에는 의료인들의 숫자가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렇다면 의료인이 부족한 그곳에서 일하는 것이 좀 더 그들의 필요를 채우는 길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아내의 암수술과 항암치료로 인해 몽골에서 철수하여 한국에 체류하면서 더 이상 선교 현장에 나가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러던 중 말라위의 한 개발 기관에서의 초대는 아프리카를 향한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오랫동안 마음에 품었던 아프리카를 향한 열정에 불을 지폈다. 항암 치료를 마친 아내의 동의에 따라 꿈에 그리던 아프리카 땅을 밟게 됐는데 그것이 바로 아프리카를 향한 오랜 기도의 응답이었고 나와 아내를 부르시는 하나님의 새로운 소명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몽골의 제자들에게 항상 나는 언젠가 아프리카로 갈 것이라고 말을 해 왔었기에, 치과를 제자들에게 이양하고 몽골을 떠나게 됐을 때 그들은 내가 아프리카로 떠나게 된 것을 서운해 하면서도 받아들여 주었고, 축복해 주었다.

말라위에 와서 관찰하며 알게 된 현지의 의료상황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어려워 보였다. 의료 시스템은 비교적 짜임새 있게 운영되고 있지만, HIV/AIDS 환자들이나 말라리아 환자들에 대한 관리를 제외하면, 의약품이나 장비의 부족으로 국민들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각 주의 주립병원들을 중심으로 군단위에 적절한 규모의 보건소들이 운영되고 있어 주민들이 필요한 때에 의료 서비스에 접근이 가능하게 되어 있는 의료 전달체계를 가지고 있지만, 언제나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의약품과 장비의 부족이다. 정규 의사의 부족으로 준(準)의사나 또는 준(準)치과의사 제도가 지방진료소 단위에서 작동을 하도록 제도화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 제도 역시 의약품이나 장비 등의 부족현상으로 적절한 진료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내가 치과의사이니 치과의료의 현실을 언급하고자 한다. 말라위는 일반 의과와 마찬가지로 3년제 보건대학 출신의 준치과의사(Dental therapist)들이 거의 90% 이상의 주민들 진료를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교과 과정과 법에 의해 발치(이를 빼는 것)와 충전치료(충치를 치료하는 것)만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신경치료를 하는 것은 배우지도 않고 법적으로도 허가되어 있지 않으니 일반인들이 치과에 가면 치과재료 부족으로 충전치료를 하지 못하고 무조건 발치만 하는 실정이다.

말라위에서 나는 치과병원을 개원하여 일반 진료를 하는 동시에 보건전문대학과 협력하여 치과학생들을 위한 강의를 5년째 하고 있다. 학교의 강의진과 실습시설이 현저히 부족하고 교육과 실습 상황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그들을 돕고자 자원을 하여, 현재까지 그들과 함께 하고 있다. 그러던 중 4년 전에 국립의과대학에 말라위 최초로 치과학부가 시작되어 학생을 받기 시작하여, 지금은 국립치과대학에서도 학생들 수업을 하고 있다. 정규 치과대학이 세워져도 여전히 부족한 실습 시설로 학생들이 충분히 실습을 할 수 없고, 적절한 재료와 장비를 갖추지 못한 국립치과병원에서의 실습을 보완하기 위해 내가 운영하고 있는 에파타 치과로 학생들을 오게 하여 최신의 장비와 재료를 사용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했다. 이러한 협력의 결과로 말라위국립보건대학과의 MOU에 따라 학교에서 제공한 교내의 부지에 에파타 치과와 학생실습치과병원과 강의실을 수용하는 건물을 청주상당교회의 후원으로 건축하여 2023년 올해 완공했다. 새로 건축된 이 학생 실습병원은 여러 지인들의 장비와 시설 후원으로 세계적 수준의 최첨단의 시설을 갖추고 학생들의 수업과 임상 실습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새로이 배출되는 말라위 치과의사들 중에 수련의들을 매년 선발하여 훈련시킬 계획을 하고 있다. 제자들에게 이양하고 온 몽골 에바다 치과와 그곳에서 일하는 여러 제자들이, 훌륭한 치과진료를 몽골 국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처럼, 말라위 에파타 치과를 통해서도 말라위 국민들이 최선의 치과진료를 받게 되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도한다.

나에게 꿈이 있다. 이제 시작한 실습병원을 통해 학생들이 최신의 교육을 받는다 할지라도 졸업 후에 현장에서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꽤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들이 졸업 이후에도 자신의 국민들을 위해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고 싶은 것이 내가 꾸고 있는 꿈이다. 이 꿈이 진정 하나님만의 영광을 위해 이루어지길 간절히 기도한다. 하나님의 선교는 우리 한 사람이 커다란 태피스트리의 한 매듭인 것처럼, 성도들 한사람 한사람이 참여하는 네트워크를 통해 가능하게 됨을 믿고 있다. 하나님의 나라가 이 말라위 땅에 이루어 지게 하옵소서!



강지헌 선교사

총회 파송 말라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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